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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삼성전자 ‘깜짝 실적’에 '역풍'… AI 메모리 고점 신호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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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삼성전자 ‘깜짝 실적’에 '역풍'… AI 메모리 고점 신호탄인가

역대급 호황 확인됐지만 시장은 이미 선반영… 차익 실현 매물 출회
‘공급 과잉 유령’ 되살아난 메모리 시장… 피크아웃 논쟁 본격화
밸류에이션 매력에도 투자 심리 급랭… 전문가들 “추격 매수 신중해야”
마이크론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마이크론 로고. 사진=로이터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역대급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오히려 동반 급락하는 기이한 역풍을 맞았다.

뉴욕 주식시장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를 비롯한 메모리 관련주들이 일제히 폭락하면서, 이번 삼성전자 실적이 반도체 사이클의 ‘고점(피크아웃)’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날 2분기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영업이익이 약 89조 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9배 이상 폭증한 수치다.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29% 증가한 약 171조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공지능(AI) 서버에 대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고용량 DRAM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수요가 폭발한 덕분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호재는 시장에서 매도 신호로 작용했다. 실적 발표 직후 삼성전자 주가는 한때 10% 이상 급락했으며, 미국 최대 메모리 제조업체인 마이크론과 스토리지 전문업체 웨스턴 디지털, 샌디스크 등 글로벌 반도체 주가도 일제히 전염된 듯 폭락했다. 업계 전체를 견인해야 할 대장주의 ‘체급 증명’이 오히려 시장을 끌어내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7일(현지시각) 투자 전문매체 모틀리풀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반도체주 폭락 첫 번째 원인으로 ‘기대감의 선반영’을 꼽는다. 가장 간단한 설명은 투자자들이 이미 이 정도의 압도적인 실적을 주가에 담아두고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마이크론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약 242% 급등하며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시장이 이미 분기마다 엄청난 실적을 낼 것을 기정사실화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상승세였다.

마이크론 역시 이에 부합하는 실적을 증명해 왔다. 지난 5월 28일로 마감된 회계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6% 급증한 415억 달러를 기록했고,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25.11달러, 비GAAP(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원칙) 기준 총마진율은 84.9%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달성했다.

경영진이 제시한 4분기 매출 가이드라인 역시 500억 달러, 주당순이익 31달러로 성장 가속화를 예고한 상태였다. 설비 확충에 막대한 투자를 집행하면서도 183억 달러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할 만큼 현금 동원력도 막강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기록적인 실적과 강력한 전망은 AI 시대에 메모리가 갖는 전략적 가치를 반영한다”고 자신했다. 결국 삼성전자가 확인해 준 메모리 호황은 시장이 이미 알고 있던 각본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피크 사이클(Peak Cycle)’에 대한 공포가 수면 위로 올랐다는 점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경기 변동에 지극히 민감한 전형적인 시클리컬(경기 사이클) 산업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는 순간 가격과 수익성이 벼랑 끝으로 떨어지며, 호황이 강했던 만큼 불황의 골도 깊다.
현재 마이크론의 주가는 12개월 주당순이익의 약 21배 수준에 거래되고 있지만, 4분기 가이드라인을 연간으로 환산하면 주당순이익은 120달러를 넘어선다. 현재 주가(약 935달러)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8배에도 못 미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시장이 이미 마이크론의 수익 창출 능력이 머지않은 미래에 꺾일 것으로 보고 주가를 누르고 있음을 시사한다. 단지 그 시기가 언제일지를 두고 눈치싸움이 치열할 뿐이다.

비록 마이크론 측은 DRAM과 NAND 시장의 공급 부족 현상이 2027년 이후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낙관론을 펼치고 있지만, 투자 심리는 이미 냉각되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호실적 자체가 악재가 될 수는 없으며, 메모리 수요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올해만 242% 급등한 시점에서 마이크론 주가를 추격 매수하는 것은 극도로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사이클 고점 부근에서 나타나는 ‘저PER 착시 효과’는 반도체 투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함정 중 하나다. 화요일의 전방위적 매도세는 투자 심리가 얼마나 순식간에 돌변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줬으며, 당분간 시장은 추가적인 진입 시점을 저울질하는 관망세가 우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