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규제 압박 속 공급망 다변화 꾀하는 애플… 지역별 부품 이원화 전략 시동
YMTC 낸드 진입 가능성도 제기… 한국 반도체 기업 중장기 시장 점유율 방어 비상
YMTC 낸드 진입 가능성도 제기… 한국 반도체 기업 중장기 시장 점유율 방어 비상
이미지 확대보기독일 정보기술 전문 매체 하이제는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를 인용해 애플이 최근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의 DDR5 D램 칩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지난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세계 최대 메모리 수요처 가운데 하나인 애플이 중국산 제품 채택을 저울질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해 온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의 재편 가능성이 부상했다.
공급망 다변화와 지정학 위험 분산
애플은 미국의 규제 압박이 지속되는 환경에서도 중국 시장 내 매출 비중과 안정된 부품 수급을 고려해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는 미국 국방부가 지정한 중국 군부 지원 기업(1260H) 명단에 포함되는 등 지속적인 압박을 받아온 기업이다. 상무부의 수출통제명단처럼 거래가 법적으로 전면 금지된 것은 아니나, 향후 규제 수위가 높아질 위험을 안고 있다.
애플은 이번에 테스트한 DDR5 칩을 미국을 포함한 서구권 시장용 기기에는 쓰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연간 약 2억 대에 이르는 아이폰 출하량 중 약 15%에서 20%를 차지하는 중국 내수 시장 판매 제품에만 중국산 반도체를 탑재하겠다는 전술로 미 정부를 설득 중이다.
이는 단순한 부품 원가 절감 목적을 넘어 미·중 분절화 심화에 대응해 지역별로 부품을 분리하는 이원화 전략이자 공급망 위험 분산 대책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 행정부 내부에서도 규제 압박 기조에 대한 이견이 있어 실제 채택까지는 정치 조율이라는 난관이 남아 있다.
특히 중국 판매용이라는 단서가 있지만, 향후 규제를 피해 중국 시장용 아이폰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로 공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범용 D램 중심의 추격과 과점 체제 영향
인공지능 특수로 상위 3사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투자를 집중하는 사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는 범용 DDR5 D램 생산 능력을 키우며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모바일용 저전력 D램(LPDDR) 기준으로는 아직 최상위 제품 경쟁력이 제한되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스마트폰용 범용 제품 분야에서는 추격 속도가 빠르다. 마이크론 기술이 반도체 공급난과 고율 관세 여파가 오는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애플 처지에서는 대안 공급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용 물량에 한정될 경우 단기 구조 변화는 제한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산 반도체의 공급망 진입 자체가 상위 3사 중심의 고착화된 과점 구조에 중장기적인 균열을 낼 가능성은 배척하기 어렵다.
YMTC 낸드 연계와 국내 산업 파장
애플의 중국산 메모리 관심은 D램에만 머물지 않는다. 후베이성 우한에 본사를 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아이폰 플래시 스토리지용으로 도입하는 방안도 함께 거론된다. 기술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저장장치 영역 특성상 D램보다 낸드 플래시의 실제 채택 속도가 더 빠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는 과거에도 애플 공급망 진입을 시도했으나 2022년 미 정치권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된 이력이 있다. 상대적으로 규제 강도가 높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까지 공급망 재진입을 시도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받는 압박은 더 커졌다.
그간 애플에 고성능 메모리를 대량 납품해 온 한국 기업들에는 장기적인 점유율 방어 비상이 걸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초기 물량이 중국 내수용에 그치더라도 향후 중국산 채택 비중이 확대되면 한국 기업들의 출하량 감소와 가격 협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매출 영향은 제한적… 협상 압박용 카드 분석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 시장과 반도체 업계는 애플의 이번 행보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단기 실제 매출에 미치는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현재 공급 부족 상태인 인공지능 서버용 제품과 고대역폭메모리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모바일용 물량의 일부 변화를 방어할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상위 제품 기술 격차와 미 행정부의 강력한 제동 우려로 인해 중국산 칩의 실제 채택량은 중국 내수용 보급형 모델 등 소량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단기 실적 영향과 별개로 애플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를 네 번째 공급처 후보로 세워둠으로써, 향후 장기 공급 계약 시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단가 인하를 압박하는 심리적 가격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향후 시장의 핵심 관전 포인트
중국산 반도체의 글로벌 공급망 침투 수준과 국내 기업의 영향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미 상무부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 거래 허용 여부와 규제 수위 변화를 최우선으로 지켜봐야 한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내 메모리 출하량 점유율 추이를 점검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의 DDR5 범용 D램 가격 변동성과 공급 부족 해소 시점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제품 출시 이후 진행될 아이폰 분해 분석을 통한 중국산 메모리의 실제 탑재 비중 변화가 시장 재편의 척도가 될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