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에 밀리고 성장 정체…스트라이프·애드벤트 530억달러 제안
이사회 “기업가치 낮게 평가”…인수가 인상 가능성에도 경쟁 입찰은 불투명
이사회 “기업가치 낮게 평가”…인수가 인상 가능성에도 경쟁 입찰은 불투명
이미지 확대보기한때 디지털 결제시장을 개척하며 월가의 총아로 불렸던 페이팔이 성장 둔화와 경쟁력 약화 끝에 인수 표적으로 떠오르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후발 결제업체 스트라이프와 사모펀드 애드벤트인터내셔널이 530억달러(약 78조5000억원) 규모의 인수안을 제시했지만 페이팔 이사회는 제안 가격이 기업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페이팔이 모바일 결제와 디지털 금융의 새로운 기회를 놓치는 사이 애플, 구글, 삼성전자, 스트라이프 등 경쟁사에 밀리면서 원치 않는 인수 제안을 받는 처지가 됐다고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530억달러 인수 제안…이사회는 거부 기류
제안 가격은 주당 60.50달러(약 8만9600원)다. 페이팔 이사회는 인수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 가격으로 회사를 넘기기에는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됐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 내부에서는 현재 제안이 정식 협상을 시작할 만한 수준인지도 논의되고 있다.
페이팔이 새 경영 정상화 계획의 목표를 달성할 경우 현재 제안액보다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 기업가치 533조원에서 인수 대상으로
페이팔은 전자상거래와 이메일 기반 결제를 개척한 대표적인 핀테크 기업이다.
지난 1998년 설립돼 일론 머스크와 피터 틸 등 주요 기술기업 경영자들이 성장하는 기반이 됐다. 이베이는 2002년 페이팔을 인수했고 페이팔은 2015년 독립회사로 분사했다.
이후 전자상거래 확대와 함께 성장을 이어가며 2021년 기업가치가 3600억달러(약 533조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성장 속도가 둔화하고 경쟁은 거세졌다. 최근 몇 년간 사업을 다시 성장시키려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뚜렷한 성과로 연결되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4억개가 넘는 소비자 계정과 가맹점 결제사업, 개인 간 송금 서비스 벤모 등을 보유한 페이팔을 하나의 회사로 유지하는 것이 유리한지, 사업을 분리해 매각하는 편이 더 높은 가치를 낼지를 따지고 있다.
◇ 애플페이에 미국 시장점유율 역전
페이팔이 기존 온라인 결제사업에 의존하는 사이 애플, 구글, 삼성전자 등 대형 IT기업과 스트라이프, 어펌 등 신생 경쟁사들은 새로운 결제 방식을 잇달아 내놨다.
분석가들은 페이팔이 디지털은행과 전자상거래 분야의 새로운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고 스마트폰 결제가 확산할 때도 새로운 결제 수단을 제시하는 데 뒤처졌다고 평가했다.
페이팔은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부터 사업을 시작했지만 지난해 미국 결제시장에서 애플페이 점유율이 페이팔보다 10%포인트 높았다고 시장조사업체 PYMNTS인텔리전스는 집계했다.
페이팔은 인공지능(AI) 도입과 AI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대신해 조건을 협상하고 결제를 마치는 에이전트형 상거래 분야에서도 경쟁사보다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다.
미즈호의 댄 돌레브 선임 애널리스트는 “페이팔은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 버튼으로 성장한 성공에 안주하면서 디지털은행 등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할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 이용자 정체·벤모 성장 둔화
클리어스트리트의 오언 라우 애널리스트는 “페이팔은 낮은 가격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집중했지만 충분한 수수료를 받지 못해 매력적인 수익을 창출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벤모를 비롯한 주요 사업의 성장세도 둔화했다. 후불결제 서비스 등 새로 출시한 상품도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페이팔 이용자 수도 정체되면서 신규 고객 확보보다 기존 고객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더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다.
클리어스트리트는 페이팔에 대해 보유 의견과 목표주가 61달러(약 9만300원)를 제시했다. 지난 17일 페이팔 종가는 57.09달러(약 8만4500원)였다.
페이팔은 최근 4년간 최고경영자(CEO)가 세 차례 바뀌었다. 장기간 회사를 이끈 댄 슐먼이 2023년 물러난 뒤 올해 3월 두 번째 경영 정상화 작업에 착수했다.
페이팔 이사회는 지난 2월 엔리케 로레스를 새 CEO로 선임하면서 최근 2년간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변화와 실행 속도가 이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 챗GPT 결제 제휴 놓고 이사회·경영진 충돌
페이팔은 지난해 디지털지갑과 결제 처리 기능을 챗GPT에 탑재하기 위해 오픈AI와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사회가 협상 연기를 요구하면서 당시 알렉스 크리스 CEO가 이끌던 경영진과 이사회가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리스는 로레스가 CEO로 선임된 뒤 회사를 떠났다. 로레스는 페이팔 매각을 추진할지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 인수가 오를 수 있지만 경쟁 입찰은 불투명
월가 분석가들은 스트라이프와 애드벤트인터내셔널이 현재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할 능력이 있으며 실제로 인수가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두 회사는 인수를 위해 자기자본 170억달러(약 25조2000억원)를 마련했으며 은행에서도 500억달러(약 74조원)의 자금조달 약정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발표될 페이팔의 분기 실적도 인수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적이 부진하면 페이팔 이사회가 매각 압박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반대로 강한 실적이 나오면 인수 측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다만 스트라이프·애드벤트인터내셔널과 경쟁할 다른 인수 후보가 등장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모건스탠리는 현재 제안이 페이팔의 기업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치열한 디지털지갑 경쟁과 성숙 단계에 접어든 이용자 기반이 페이팔의 독자적인 성장 가능성을 제약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