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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협상칼럼④]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돈을 태우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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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협상칼럼④]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돈을 태우는 전쟁

트럼프 2기의 '소모를 통한 재무장'과 금융전략
박상기 BNE 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겸 한국협상학회 부회장이미지 확대보기
박상기 BNE 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겸 한국협상학회 부회장
박상기 BNE 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세종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이란 전쟁 첫 이틀 동안 56억 달러가 사라졌다. 그 돈은 건물이 무너져 사라진 것이 아니다. 미사일과 폭탄, 요격탄과 작전 비용으로 전환돼 하늘에서 소모됐다. 하루 평균 28억 달러였다. 전쟁 첫 6일의 추산비용은 최소 113억 달러로 늘었다. 4월 말에는 250억 달러, 5월에는 290억 달러, 7월 21일에는 375억 달러가 됐다.

다섯 달도 채 되지 않아 375억 달러다. 이 숫자 만으로도 미국·이란 전쟁의 특징이 보인다. 이 전쟁의 핵심은 전쟁 기간보다 돈이 타는 속도다.

미국의 이란 전쟁 초기 전비 증가 속도. 사진=박상기 BNE 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이란 전쟁 초기 전비 증가 속도. 사진=박상기 BNE 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 정부가 예상한 첫 달 전투 비용은 약 100억 달러였다. 이란 전쟁은 첫 6일 만에 113억 달러를 사용했다. 물론 물가와 회계 방식, 작전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 명목 금액 만으로 역사적 순위를 확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출 속도가 이라크 전쟁 초기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은 분명하다.
왜 이렇게 빠른 것일까? 트럼프 2기의 소모전은 과거의 참호전과 다르기 때문이다. 수십만 명의 지상군이 영토를 점령하며 장기간 버티는 방식보다, 고가의 미사일과 요격 체계, 전투기와 드론, 위성과 사이버 전력, 해군력을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사람의 생명뿐 아니라 엄청난 자본이 초고속으로 소모된다.

일반적인 정부는 소모전을 싫어한다. 승리와 패배가 명확하지 않고, 탄약과 병력을 계속 투입해야 하며, 유가와 물가가 오르고 국민의 피로가 누적되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를 앞둔 정부라면 더 그렇다.

그런데 트럼프 2기는 조금 다르다.

필자는 트럼프 2기를 미국 현대사에서 소모를 가장 두려워하지 않는 정부, 더 정확히 말하면 소모를 산업 동원의 기회로 가장 노골적으로 해석하는 정부 가운데 하나로 본다. 역사상 어느 정부보다 소모전을 선호한다고 학술적으로 확정하려면 모든 전쟁과 예산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드러난 정책만 놓고 보면 트럼프 2기가 무기 소모를 단순한 부담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은 명확하다.

무기 재고 감소는 생산 확대의 명분이 된다. 생산 확대는 공장과 설비 투자의 명분이 된다. 설비 투자는 지역 일자리와 중간선거 전략이 된다. 국방부가 장기 계약을 제공하면 금융자본은 방산 공급망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 사모펀드는 관련 기업을 인수하고 통합할 수 있다.
전쟁은 미국의 취약점을 드러낸다. 그러나 트럼프 2기는 그 취약점을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산업 전체에 국가 자금을 투입할 기회로 바꾼다.

이것이 '소모를 통한 재무장'이다.

2027회계연도에 트럼프 행정부가 제안한 국방예산은 1조 5000억 달러다. 현재 수준에서 약 42% 늘어난 규모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연간 증가가 될 수 있다. 함정과 전투기, 미사일과 드론, 이른바 골든돔 방어망, 조선과 핵전력, 핵심광물과 첨단 제조가 이 예산의 쇼핑 목록에 들어 있다.

잠시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이란전쟁의 현재 전비는 375억 달러다. 그런데 그 전쟁을 이유로 추진되는 다음 회계연도의 국방 자원은 1조 5000억 달러다. 전쟁에서 쓴 돈보다 전쟁 이후 새로 열리는 투자 시장이 훨씬 크다. 그래서 이 전쟁의 경제적 의미는 현재의 소모액 만으로 측정할 수 없다. 전쟁이 만들어 내는 다년 계약과 공장, 공급망과 금융 자산까지 보아야 한다.

록히드마틴과 RTX는 실적전망을 상향했다. 록히드마틴의 미사일·화력통제 부문 매출은 20% 늘어난 41억 달러를 기록했고, 전체 수주잔고는 2304억 달러로 증가했다. RTX의 수주잔고는 2890억 달러였다. 전쟁은 미사일을 없애는 동시에 기업의 미래 주문을 쌓았다.

여기서 트럼프 1기와 2기의 차이가 다시 드러난다. 1기의 방산 기업 출신 인사들은 정부의 구매 체계를 산업 친화적으로 만들었다. 2기의 금융자본 출신 인사들은 그 구매 체계를 국가 투자와 산업 재편의 체계로 확대한다. 스티븐 파인버그는 국방부의 운영과 자본 배분을, 스콧 베선트는 국채와 전쟁 재정을, 하워드 러트닉은 공급망과 산업 투자를 관리한다.

과거의 소모전은 적보다 더 많은 병력과 물자를 버티는 국가가 승리하는 전쟁이었다. 트럼프 2기의 소모전은 적보다 더 많은 자본을 동원하고, 더 빨리 무기를 생산하며, 전쟁의 소비를 산업 투자로 전환할 수 있는 국가가 승리하는 전쟁이다.

이란은 미사일과 드론을 소모한다. 미국은 미사일을 소모하면서 그 소모를 공장과 계약, 금융상품과 산업정책으로 바꾼다. 이란은 생존을 위해 무기를 쓴다. 미국은 무기를 쓰면서 새로운 시장과 생산 체계를 만든다.

이 차이가 미국의 자신감이다. 미국은 달러를 발행할 수 있다. 국채를 팔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자본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민간 기업에 수십억 달러의 선행 투자를 요구할 수 있다. 동맹국에는 미국산 무기와 방공 체계 구매를 요구할 수 있다. 전쟁의 비용을 오늘의 세금이 아니라 내일의 부채로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전략에는 함정이 있다. 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돈을 낭비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미사일을 빨리 소모하고 더 큰 예산으로 채우는 구조가 반복되면 전쟁의 종료보다 무기 재고의 순환이 정책 목표가 될 수 있다. 산업 동원에는 성공하지만 출구전략에는 실패할 수 있다.

이 전쟁이 계속되고 1조 5000억 달러 국방 예산과 수백억 달러의 추가 전비, 무기 재고 보충과 신규 생산 시설이 현실화한다면 미국·이란 전쟁은 하나의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역대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은 첨단 무기와 자본을 소모하고, 그 소모를 다시 가장 큰 국방 투자와 구매 계약으로 전환한 전쟁이라는 기록이다.

이것은 아직 확정된 역사적 통계가 아니다. 현재의 지출 속도와 정책 방향을 바탕으로 한 예측이다. 그러나 첫 이틀 56억 달러, 첫 6일 113억 달러, 다섯 달이 되기 전 375억 달러, 그리고 1조 5000억 달러의 다음 예산이라는 숫자는 방향을 이미 보여주고 있다.

쇼핑 스프리(shopping spree)는 물건을 사는 순간 끝난다. 전쟁 쇼핑 스프리는 다르다. 미사일을 구매하고 사용한 뒤, 사용했다는 이유로 더 많은 미사일과 공장과 광산과 데이터 센터를 구매한다.

트럼프 2기는 전쟁을 통해 무기를 소비하는 정부가 아니다. 무기의 소비를 통해 새로운 자본시장을 만드는 정부다.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은 단순하다.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과 미사일을 파괴하면 군사적으로 승리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국민에게 1조 5000억 달러의 국방예산과 수십 년의 계약, 국가 부채와 높은 생활비가 남는다면 그것을 완전한 승리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까?

상대의 무기를 파괴하는 것과 자기 나라의 계산서를 통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협상이다.


박상기 BNE 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세종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