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3.75% 유지, 표결은 6대3
유가 100달러 지속 땐 물가 4.5% 전망
유가 100달러 지속 땐 물가 4.5% 전망
이미지 확대보기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기준금리를 연 3.75%로 동결했다. 영국 내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완화하고 있지만 이란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다시 오르면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은 이전 회의보다 늘었다.
블룸버그는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회(MPC)가 30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연 3.75%로 유지하기로 6대3으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휴 필 영란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메건 그린 외부위원, 캐서린 만 외부위원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야 한다며 동결 결정에 반대표를 던졌다.
지난 6월 회의에서는 필 수석 이코노미스트, 그린 위원만 즉각적인 금리 인상을 주장했다. 이번에는 만 위원이 합류하면서 영란은행 내부의 인상론이 2명에서 3명으로 늘었다.
◇ 국내 물가 압력은 완화…에너지 불안은 확대
영란은행은 높은 물가가 장기간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할 경우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는 기존 정책 문구를 유지했다.
최근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출렁이면서 향후 물가 경로를 예측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금리 결정 직전의 석유·가스 가격은 영란은행이 불과 열흘 전에 기본 전망을 작성할 때 적용한 평균치를 상당 폭 웃돌았다.
다만 영란은행은 영국 내 물가 압력이 완화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임금 인상 요구나 다른 상품·서비스 가격의 추가 상승으로 번지는 2차 파급 효과도 현재까지는 뚜렷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경제 여건은 더욱 불확실하고 물가상승 위험도 커졌지만 영국 국내 상황은 전반적으로 물가 전망에 더 우호적이라며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 전쟁 조기 종료 땐 금리 인하 가능성
금리 동결에 찬성한 위원들도 이란 전쟁의 전개에 따라 정책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다수 위원은 전쟁이 조기에 끝나고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 현재의 정책 전략을 다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명은 전쟁이 빠르게 종결될 경우 금리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대로 전쟁이 장기화하고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금리 인상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
이란 전쟁은 6개월째로 접어들었지만 간헐적으로 진행되는 협상이 장기적인 평화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영국의 현재 물가상승률은 영란은행이 올해 봄 예상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7월 가계 에너지요금 인상, 자동차 연료비 상승이 반영되면 앞으로 수개월 동안 물가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 연말 물가 3.2%까지 상승 전망
영란은행은 지난 4월 폐기했던 단일 중심 물가 전망을 이번에 다시 제시했다.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이 큰 점을 고려해 낙관적 시나리오와 비관적 시나리오도 함께 발표했다.
기본 전망은 7월 20일까지 15일간의 에너지 가격을 토대로 작성됐다.
영란은행은 현재 2.6%인 영국 물가상승률이 올해 말 3.2%까지 높아진 뒤 내년에는 목표치인 2% 안팎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전쟁이 비교적 빠르게 끝나는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물가상승률이 3%에서 정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에너지 가격 충격이 임금과 다른 상품 가격으로 확산하는 정도도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반면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약 14만5000원)를 넘어선 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천연가스 가격이 60% 더 오르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물가상승률이 2027년 2분기 4.5%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란은행은 세 가지 시나리오 모두에서 영국 경제성장률이 2026년과 2027년 1% 안팎에 머물다가 2028년부터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 고용 둔화가 2차 물가 상승 억제
부진한 경제성장과 영국 내 물가 압력의 완화, 금융 여건의 긴축은 영란은행이 이란 전쟁의 경제적 영향을 추가로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영국의 구인 규모와 민간 부문 임금상승률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노동시장 둔화가 이어지면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임금과 서비스 가격을 다시 끌어올리는 2차 파급 효과를 제한할 수 있다.
영란은행은 에너지 가격 충격이 아직 임금 협상이나 기업의 가격 결정에 뚜렷하게 반영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실제 파급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어 경계를 늦추지는 않았다.
◇ 9월 금리 인상 가능성 50% 넘어
이번 결정에 앞서 금융시장은 영란은행이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을 50%보다 조금 높게 반영했다.
시장 가격에는 올해 말까지 약 0.40%포인트의 긴축 가능성도 반영됐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다시 급등하면 영란은행 내 금리 인상론이 추가로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전쟁이 끝나고 에너지 가격이 빠르게 안정되면 금리 동결을 지지한 일부 위원이 인하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브렌트유 가격은 7월 초 배럴당 70달러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서 출발했다. 이후 지난주 100달러를 넘어섰다가 29일에는 약 90달러로 낮아졌다.
원화로 환산하면 배럴당 약 10만2000원에서 14만5000원 이상으로 올랐다가 약 13만1000원으로 내려온 것이다.
이처럼 한 달 안에 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내리면서 영란은행도 하나의 전망만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하기 어려워졌다.
◇ 양적긴축 영향은 예상보다 커져
영란은행은 오는 9월 향후 1년간의 양적긴축 계획을 결정하기에 앞서 보유자산 축소가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도 처음으로 제시했다.
양적긴축은 중앙은행이 보유한 국채를 매각하거나 만기가 돌아온 채권에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줄이는 정책이다.
영란은행은 보유자산 축소가 10년 만기 영국 국채금리를 0.20~0.30%포인트 높인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추정치보다 약 0.05%포인트 커진 수준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도 29일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연준에서도 위원 3명이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했다.
미국과 영국 중앙은행이 모두 금리를 동결했지만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양국 내부에서 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