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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의 에너지 톺아보기] 장마·태풍과 가뭄 그리고 스마트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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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의 에너지 톺아보기] 장마·태풍과 가뭄 그리고 스마트팜

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국제정치학 박사)
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국제정치학 박사)이미지 확대보기
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국제정치학 박사)

6월 말까지 조석으로 날씨가 선선해 "올해는 운수가 좋다" 싶었는데, 7월 내내 폭염이 이어지고 비는 자취를 감췄다. 채소·과일은 폭염에 데이고 가뭄에 말라붙었다. 기후변화가 일상적 재해가 되었음을 절감한다.

우리에게는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완화'와 이미 피할 수 없는 변화에 대처하는 '적응'이 모두 필요하다. 농업 분야에서 '기후 적응'의 대표 주자는 단연 스마트팜이다. 폭염·가뭄·기습 폭우·태풍이라는 외부 재해로부터 작물을 보호하고, 물 사용량을 줄이며, 밥상 물가의 급등락을 잠재울 수 있는 '제어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실제 쌈채소·고급 엽채류 등에서 국내 상업적 성공 사례가 속출하며, 스마트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현실이 있다. 스마트팜은 냉·난방, 습도·CO₂ 농도 제어, 인공 광합성 등으로 단위면적당 에너지 수요가 매우 높은 시설이다. 이를 화석연료나 계통 전력으로 충당하면, 탄소를 줄여야 할 적응 기술이 오히려 온난화를 부추기는 '에너지 패러독스'에 빠질 위험이 크다. 따라서 진정한 농업 적응은 고가의 첨단 비닐하우스를 짓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스마트팜의 막대한 전력·열수요를 무탄소 에너지 및 미활용 열원과 결합하는 '에너지 구조의 혁신'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해외 사례가 주는 시사점: 에너지와 농업의 결합

글로벌 스마트농업 선두주자들은 이 패러독스를 극복했다. 국토 면적이 한국의 절반에 불과한 네덜란드가 세계 2위 농산물 수출국이 된 비결은 비닐하우스에 IT 센서를 달았기 때문만이 아니다. 네덜란드 유리 온실단지는 인근 발전소·산업단지의 폐열을 관로로 끌어와 난방에 쓰고 지열과 연계해 냉·난방 에너지를 70% 이상 절감하며, 부유식 태양광과 수소 연료전지까지 결합한 '에너지 자립형 스마트팜'을 구현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모델이 등장한다. 부산 대한제강은 압연공장의 300℃ 이상 고온 배기가스를 회수해 온수를 생산, 스마트팜의 냉·난방에 활용한다. 연간 1억 원 이상의 연료비 절감과 200t 이상 CO₂ 감축 효과를 냈고, 생산 작물 상당량을 지역 복지시설에 기부하는 ESG 사례로도 주목받는다. 환경 격리와 초효율 에너지 회수가 만나 기후 리스크 없는 예측 가능한 '식량 공장'이 탄생한 것이다.

산업의 심장 울산, '에너지 커플링 스마트팜'의 최적지

이 해법을 가장 잘 구현할 곳은 뜻밖에도 대한민국 최대 산업도시 울산이다. 울산은 석유화학·조선·자동차·제련 공단에서 나오는 막대한 미활용 폐열과 수소 인프라를 갖고 있다. 부생수소와 폐열을 온실 환경 제어에 연계하면 스마트팜의 최대 약점인 '전기 먹는 하마' 굴레를 벗어던질 수 있다.

실제 울주군 온산읍 삼평지구 일원 37만~38만㎡ 규모로 추진되는 스마트팜 단지 계획이 이를 구체화한다. 분석에 따르면 인근 온산공단의 65℃ 온배수 폐열 활용 시 운영비용의 38%를 절감할 수 있고, 유류난방 대비 70~80%의 에너지 비용 절감과 생산단가 30% 이상 절감이 기대된다. 온산공단과 1~2㎞ 거리라 열수송 배관만 해결되면 경제성이 확보되는 구조다.

과제도 있다. 고온 스팀은 이미 상품으로 거래되지만, 온배수 폐열은 저온이라 기업이 무상 공급에 나설 동기가 약하다. 2021년 용역 당시 6개 폐열 발생 업체 중 2곳만 공급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대한제강 사례처럼 폐열 활용이 탄소 감축과 지역 상생을 동시에 실현하자 기업의 ESG 동기가 강화되는 추세이며, 울산에서도 재현 가능하다.

울산이 추진 중인 부유식 해상풍력, 태양광, 수소 기반 청정에너지와 ICT·AI 정밀 그리드 제어 기술은 스마트팜과 결합하기에 최상의 조건이다. 산업 허브 울산의 중공업·에너지 인프라야말로 기후 적응형 스마트팜을 가장 크게 성공시킬 핵심 동력이다. 이를 '에너지-ICT-농업 융합 모델'로 브랜딩한다면, 울산이 전통 중화학 공업 도시에서 '글로벌 기후테크 수도'로 재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계절의 시련을 넘어서는 시대적 사명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늦추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변화에는 스마트팜과 첨단 에너지 기술의 융합으로 슬기롭게 적응해야 한다. 장마와 태풍, 가뭄이라는 계절의 시련 속에서 '에너지 친화적 스마트팜'은 한국 농업을 구하는 열쇠가 될 것이며, 나아가 대한민국 경제가 글로벌 무대로 도약하는 강력한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