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8만8000배럴 생산 목표 상향…이란 전쟁으로 실제 공급 증가는 제한
이미지 확대보기이번 결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지난 2023년부터 자발적으로 줄였던 생산량을 쿼터상으로 모두 되돌리게 된다.
다만 생산 목표가 늘어난다고 세계 시장에 공급되는 원유가 같은 양만큼 즉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이란 전쟁으로 중동 지역의 원유 생산과 수출이 제약받고 있기 때문이다.
2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OPEC+ 핵심 7개국은 이날 화상회의를 열고 9월 생산 목표를 하루 18만8000배럴 높이기로 합의했다.
◇ 6개월 연속 생산 목표 상향
OPEC+ 핵심 산유국들은 지난 4월부터 매달 생산 목표를 높여왔다.
9월까지 여섯 달 연속 증산하면서 2023년부터 자발적으로 줄였던 생산량을 쿼터상으로 모두 복원하게 된다.
생산 쿼터는 각 산유국이 생산할 수 있도록 OPEC+가 정한 원유 물량이다. 쿼터가 늘어나면 해당 국가가 생산할 수 있는 원유의 상한선이 높아진다.
하루 18만8000배럴 증산은 9월 한 달 동안 18만8000배럴만 추가로 생산한다는 뜻이 아니다.
각국이 새 목표를 모두 채울 경우 9월부터 매일 전월보다 최대 18만8000배럴을 더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로 2023년 중단됐던 공급량이 ‘이론적으로’ 모두 되살아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론적 복원’이라는 표현은 생산 허용량이 회복됐을 뿐 실제 생산과 수출이 같은 수준으로 늘었다는 뜻은 아니라는 의미다.
◇ 이란 전쟁으로 실제 공급은 제약
OPEC+는 이란 전쟁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매달 생산 목표를 높였다.
그러나 중동 지역의 원유 공급은 전쟁으로 제한받고 있어 증산 결정이 실제 공급 확대로 모두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생산시설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거나 수송로에 차질이 생기면 산유국에 더 많은 생산량이 허용돼도 시장에 내놓는 원유는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
이번 증산은 당장 원유 공급을 크게 늘린다기보다 전쟁이 끝나고 생산과 수출이 정상화됐을 때 산유국들이 추가 물량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블룸버그는 “이란 전쟁이 종료되면 주요 산유국들이 복원된 쿼터를 활용해 시장에 더 많은 원유를 공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쿼터 복원과 실제 증산은 다른 개념
소비자가 이번 결정을 이해하려면 생산 쿼터와 실제 생산량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산 쿼터는 산유국이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된 최대 물량이다. 실제 생산량은 해당 국가가 시설과 수송 능력을 이용해 실제로 뽑아낸 원유의 양이다.
예를 들어 한 국가의 쿼터가 하루 100만배럴에서 110만배럴로 늘어나더라도 전쟁이나 시설 문제로 하루 90만배럴밖에 생산하지 못하면 시장 공급은 늘지 않는다.
따라서 OPEC+의 9월 증산 결정만으로 국제유가가 곧바로 큰 폭으로 떨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재 원유시장은 산유국에 허용된 생산량뿐 아니라 실제로 생산할 수 있는지와 생산된 원유를 안전하게 수출할 수 있는지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 전쟁 끝나면 공급 확대 가능성
이번 결정은 이란 전쟁이 끝난 뒤 원유시장에 미칠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산유국들의 생산 목표는 이미 높아졌기 때문에 생산시설과 수송망이 정상화되면 별도의 대규모 증산 합의 없이도 실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전쟁 중에는 쿼터가 늘어도 공급이 제한되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는 복원된 쿼터가 실제 원유 공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전쟁 기간 억눌렸던 원유 공급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국제유가에 하락 압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전쟁이 장기화하면 생산 쿼터가 복원됐더라도 실제 시장에 추가되는 물량은 제한될 수 있다.
◇ 연말까지 생산 목표 동결 가능성
OPEC+는 9월 이후 생산 목표를 어떻게 조정할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블룸버그는 지난주 OPEC+가 9월 증산 뒤 연말까지 생산 목표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9월 증산으로 2023년 감산분 복원이 끝나는 만큼 당분간 추가 증산을 멈추고 원유시장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OPEC+는 실제 공급량과 국제유가, 이란 전쟁의 전개, 세계 원유 수요를 살펴본 뒤 이후 생산 정책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생산 목표를 계속 높이면 쿼터와 실제 생산량의 차이만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전쟁이 종료되고 중동 지역의 원유 수출이 정상화되면 현재 복원된 생산 목표만으로도 공급량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 다음 쟁점은 국가별 생산 쿼터
WSJ는 이번 증산으로 기존 감산분의 단계적 복원이 마무리되면서 OPEC+가 앞으로 국가별 생산 쿼터를 둘러싼 어려운 협상을 앞두게 됐다고 전했다.
OPEC+ 회원국들은 원유 판매가 국가 재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많은 생산량을 배정받으려 한다.
생산시설 투자를 통해 생산 능력이 늘어난 국가는 기존보다 높은 쿼터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국가의 생산 몫을 늘리면 OPEC+ 전체 생산량을 높이거나 다른 회원국의 몫을 조정해야 한다.
국가별 이해관계가 엇갈릴 경우 생산 쿼터 재조정 과정에서 회원국 간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OPEC+의 당면 과제는 2023년 감산분을 얼마나 더 복원할지가 아니라 전쟁 이후 늘어난 생산 여력을 회원국 사이에 어떻게 배분할지가 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