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수첩] 레버리지 ETF, 규제만이 정답은 아니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수첩] 레버리지 ETF, 규제만이 정답은 아니다

서재필 글로벌이코노믹 증권부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서재필 글로벌이코노믹 증권부 기자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올해만 8번째 서킷브레이커, 22번째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장중 10%를 넘어서는 두 자릿대 급락세를 보이며 또다시 '검은 화요일'을 연출했다.

이날 급락의 직접적 요인으로는 미국발 악재로 인한 증시의 변동성 확대와 중국발 반도체 경쟁 심화 우려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국내 증시의 혼란을 외부 요인으로 한정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정부의 레버리지 ETF 규제에서 촉발된 증시의 기초체력 약화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규제가 국내 증시 이탈에 불을 지피면서 ‘리테일 유동성의 방어막’을 걷어냈고, 이로 인해 증시가 하방 지지력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물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경우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운 주범으로 지목돼온 만큼 정부 개입이 불가피한 측면은 있어 보인다. 더욱이 지금과 같은 급락장이 연출될 경우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규제 타당성이 힘을 얻는다.
하지만 규제 일변도의 정책과 신호는 부작용을 낳는다. 바로 개인투자자 이탈에 따른 유동성 위축이다. 이는 과거 2020년 팬데믹 급락장에서도 확인된다.

2020년 3월 코스피 폭락 당시, 외국인과 기관이 십수조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릴 때 개인투자자들은 불과 한 달 만에 11조 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방어했다. 당시 KODEX 레버리지 등 고배율 상품으로 유입된 리테일 자금은 지수가 하락할수록 매수 강도를 높이는 구조(저가 매수)로 작용하며 하락 압력을 분산시키는 완충 역할을 수행했다.

레버리지 ETF 규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기자와 만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괴리율 규제가 너무 강해지면 유동성 공급자(LP)가 제대로 호가를 대지 못해 시장 유동성이 고갈될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짚었고,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매수 수량을 제한한다든지, 예탁금을 현금으로만 묶어두는 방식 자체가 개인투자자들의 정상적인 헤지 수단마저 가로막기 때문에 시장 위축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동성 위축 정황은 데이터로 확인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동안 주식형 ETF 시장 전체로는 1조1000억 원의 자금이 들어왔지만, 정작 국내 증시의 유동성을 책임지던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KODEX 레버리지, KODEX 반도체 등 간판급 상품에서는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반면 국내 대형주가 아닌 미국 S&P500과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로 1조2000억 원이 유입됐다.

결국 규제가 개인 유동성 이탈로 이어지고, 고갈된 증시 체력은 외풍에 더욱 취약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셈이다. 결국 기초체력이 약해진 국내 증시는 외국인과 투기 세력의 놀이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한쪽에서는 증시 '밸류업'을 외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규제 칼날을 내세울 경우 시장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진정한 투자자 보호는 외부 충격을 견딜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고 유연한 유동성을 유지하도록 판을 깔아주는 근본적 정책을 뒷받침해주는 일이다.


서재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bce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