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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싱가포르 물류업체 조사…엔비디아 AI칩 中 밀수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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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싱가포르 물류업체 조사…엔비디아 AI칩 中 밀수 혐의

대만→美→동남아→홍콩→中 본토 우회경로 조사
운송업체 첫 제재 가능성…허위 운송코드 사용 정황도
에이펙스 로지스틱스 홈페이지. 사진=에이펙스 로지스틱스이미지 확대보기
에이펙스 로지스틱스 홈페이지. 사진=에이펙스 로지스틱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수출이 제한된 엔비디아의 첨단 인공지능(AI) 칩을 중국으로 우회 반출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싱가포르 물류업체 에이펙스 로지스틱스를 조사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미국의 첨단 반도체 밀수 단속이 구매자와 판매자, 서버업체 관계자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이번에는 실제 화물의 국제 운송을 맡은 물류회사까지 책임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미 당국은 지난 2024년 처리된 에이펙스의 화물 47건을 들여다보고 있으며 일부에는 미국의 수출통제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의 운송코드가 붙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7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에이펙스 로지스틱스가 엔비디아 칩이 탑재된 슈퍼마이크로컴퓨터의 AI 서버를 중국으로 우회 운송하는 데 관여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에이펙스는 세계적인 물류기업 퀴네앤드나겔의 자회사다.

에이펙스 측은 미국 정부가 2024년 자사가 처리한 소수의 화물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조사에 전면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기업 퀴네앤드나겔도 에이펙스가 미국 정부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다만 퀴네앤드나겔 본사는 당국으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47건 운송 집중 조사…서버 규모는 아직 불명

BIS가 들여다보는 에이펙스의 화물은 모두 47건인 것으로 전해졌다.
각 화물에 몇 대의 엔비디아 서버가 포함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과거 다른 AI 반도체 밀수 사건에서는 한 번의 선적에 서버 50~60대가 포함된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조사 대상 수량이 중요한 것은 첨단 AI 서버의 규모에 따라 중국이 확보할 수 있는 연산능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버 100대 정도는 대형 데이터센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한적이지만 수천대 규모로 늘어나면 중국의 AI 개발 자원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에이펙스는 47건의 화물에 포함됐을 수 있는 제한 대상 서버의 전체 수량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고객과 당시 직원들이 입력한 운송코드와 화물 분류정보에 의존했기 때문에 실제 운송물에 제한 대상 서버가 얼마나 들어 있었는지 완전히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서 美 거쳐 동남아·홍콩으로

미 당국이 의심하는 운송경로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블룸버그가 이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들을 인용한 데 따르면 엔비디아 칩이 탑재된 서버는 먼저 대만에서 미국으로 이동한 뒤 중국이 아닌 아시아 지역으로 다시 수출됐다.

이후 화물은 홍콩으로 넘어간 뒤 육로를 통해 중국 본토에 들어간 것으로 미 당국은 의심하고 있다.

현재 BIS 조사의 초점은 이 복잡한 경로 가운데 미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수출된 구간에 맞춰져 있다.

엔비디아의 AI칩을 장착한 서버를 만든 것은 슈퍼마이크로지만 이 회사가 에이펙스와 직접 거래한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펙스는 서버 제조사가 아니라 서버를 구매한 고객의 요청을 받아 국제운송을 처리하는 구조였다는 설명이다.

슈퍼마이크로는 에이펙스가 자사 장비를 운송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논평을 거부했다.

◇‘수출통제 대상 아님’ 코드 누가 붙였나

미국 정부는 2024년 말 처음으로 에이펙스에 조사와 관련한 우려를 전달한 뒤 2025년 초 다시 회사에 연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대상이 된 화물들은 2024년 중 여러 차례 운송됐다.

이들 화물에는 당시 에이펙스 직원 2명이 미국의 수출통제 대상이 아닌 장비라는 뜻의 특정 운송코드를 붙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직원은 BIS 조사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회사가 통보받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에이펙스를 떠났다.

에이펙스는 공식 성명에서 두 사람의 퇴사 경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첨단 반도체 밀수 사건에서 허위 서류와 잘못된 화물 표시가 흔히 사용되는 수법이라고 전했다.

과거 다른 사건에서는 수출이 제한된 엔비디아 장비를 일반적인 ‘컴퓨터 서버’ 등 규제 대상이 아닌 전자제품처럼 표시한 혐의도 제기됐다.

◇운송업체까지 책임 묻나…첫 사례 가능성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의미는 에이펙스가 실제 반도체 구매자나 서버 판매자가 아니라 국제화물을 운송하는 물류업체라는 데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가 에이펙스의 위반 혐의를 확인해 실제 조치에 나설 경우 첨단 반도체의 불법 중국 반출에 관여한 운송업체를 직접 겨냥한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BIS는 화물운송업체도 자신이 취급하는 물품이 미국 수출규제를 위반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첨단 반도체 밀수가 여러 국가와 운송업체를 거치는 방식으로 복잡해지면서 미국의 단속 범위도 반도체 제조사와 거래업체를 넘어 국제 물류망으로 확대되는 셈이다.

에이펙스가 본사를 둔 싱가포르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도 반도체 우회수출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자국이 다른 나라의 수출통제를 우회하는 통로로 이용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싱가포르 경찰은 이번 에이펙스 조사에 대한 블룸버그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2022년 이후 中 첨단 AI칩 수출 제한

미국은 2022년부터 중국군이 첨단 AI 기술을 활용할 가능성을 이유로 고성능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에도 중국 기업들이 제3국과 복잡한 물류경로를 이용해 엔비디아 칩과 서버를 확보하고 있다는 의혹이 잇따랐다.

미국뿐 아니라 대만 등 아시아 당국도 관련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만 검찰은 최근 엔비디아 첨단 AI칩이 탑재된 슈퍼마이크로 서버를 중국으로 밀반출한 혐의로 엔비디아 대만지사 직원 등을 포함한 9명을 기소했다. 이 사건에서는 서버 130대 가운데 74대가 중국으로 직접 보내지거나 인도네시아·일본·홍콩 등을 거쳐 중국 고객에게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블룸버그는 에이펙스에 대한 미국 조사가 기존의 다른 BIS 밀수 수사와 연결돼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엔비디아 “파트너와 수출통제 준수”

엔비디아는 자사 제품을 알려진 파트너에게 판매하며 이들과 함께 미국의 수출통제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엔비디아는 자체 실사 과정이 수출통제를 우회하려는 의심 사례를 찾아내 연방 수사와 기소로 이어지는 데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와 슈퍼마이크로가 이번 에이펙스 조사와 관련해 불법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AI칩이 중국으로 우회 반출되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며 대형 블랙웰 시스템은 무게가 거의 2t에 달해 몰래 옮기기 어렵다는 취지로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과 아시아 각국에서 반도체 밀수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당국은 실제 칩의 이동뿐 아니라 서버 구매자, 중간 유통업체, 운송업체가 제출한 서류와 물류경로까지 추적하는 방향으로 단속을 확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에이펙스 조사가 미국 정부가 불법 반도체 거래에 연루될 수 있다고 보는 공급망의 범위가 얼마나 넓어졌는지를 보여준다며 국제 운송회사도 수출통제를 위반한 화물을 취급할 경우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경고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