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구글 광고사업 분할 면했다…美 빅테크 해체 시도 3연속 좌절

글로벌이코노믹

구글 광고사업 분할 면했다…美 빅테크 해체 시도 3연속 좌절

불법 독점 판단은 유지…애드엑스 매각 대신 행동적 구제책
크롬·메타 이어 구조적 분할 무산…미 반독점정책 시험대
구글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구글 로고. 사진=로이터

세계 최대 인터넷업체 구글이 온라인 광고기술 사업을 강제로 떼어내야 할 위기에서 벗어났다.

미국 법원이 구글의 불법 독점 사실은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광고거래소 애드엑스(AdX)를 매각하라는 법무부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으로 미국 반독점 당국이 최근 빅테크를 상대로 추진한 강제분할 시도는 세 차례 연속 법원 문턱을 넘지 못하게 됐다. 기업을 실제로 쪼개는 구조적 구제책보다 사업 관행을 제한하는 행동적 구제책을 택하는 미 법원의 경향도 다시 확인됐다.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연방법원의 레오니 브링케마 판사는 2일(현지시각) 구글에 애드엑스를 매각하도록 명령해달라는 미 법무부의 요청을 기각했다고 로이터, 파이낸셜타임스(FT), 야후파이낸스 등이 보도했다.

브링케마 판사는 대신 구글이 광고기술 시장에서 경쟁사의 접근을 확대하고 경쟁 도구와 연동할 수 있도록 하는 행동적 구제책을 받아들였다.

구체적인 시정조치 전부가 담긴 상세 결정문은 기밀정보 삭제 절차를 위해 14일 뒤 공개될 예정이다.

◇독점은 인정했지만 “강제매각 현실성 낮아”

이번 판결은 구글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는지를 따지는 절차가 아니라 이미 인정된 독점을 어떻게 시정할지를 결정하는 구제조치 재판이다.

미 법무부와 여러 주정부는 2023년 온라인 매체와 웹사이트가 사용하는 광고기술 시장에서 구글이 불법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브링케마 판사는 지난해 4월 구글이 온라인 매체용 광고서버와 광고거래소 시장에서 불법 독점 지위를 구축했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구글이 매체들이 사용하는 광고서버를 자사 광고거래소 애드엑스와 묶어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애드엑스는 이용자가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순간 광고주와 온라인 매체를 실시간 경매로 연결하는 거래소다. 매체들은 애드엑스를 통해 광고를 판매하면서 구글에 20%의 수수료를 낸다.

법무부는 구글이 과거 경쟁을 억압한 전력이 있는 만큼 애드엑스를 계속 운영하도록 믿고 맡길 수 없다며 강제매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FT에 따르면 법무부는 구글의 핵심 광고기술 부문을 분리해 불법 독점의 구조 자체를 해소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법원은 강제분할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현실적인 문제가 크다고 판단했다.

사업 매각을 둘러싼 항소가 수년간 이어질 수 있고 실제 매수자를 찾는 문제도 있으며, 매각이 완료될 때는 해당 기술 자체가 빠르게 변한 시장환경 때문에 이미 뒤처져 있을 가능성도 고려됐다.

구글 역시 광고기술 시스템을 강제로 분리하면 기술적으로 매우 복잡한 이전 과정이 필요해 광고주와 온라인 매체 등 고객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각 대신 경쟁사에 문 열어…세부안은 14일 뒤

법원은 기업을 쪼개는 대신 구글의 광고기술 운영 방식을 제한하는 쪽을 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구글은 경쟁사가 실시간 광고 입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고 법원은 양측이 제시한 행동적 구제책 가운데 대부분을 받아들였다.

FT도 구글의 광고기술이 경쟁사 시스템과 더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고 데이터 접근을 확대하는 방식이 주요 구제수단이 될 것으로 전했다.

이에 따라 구글은 애드엑스를 소유한 채 사업을 계속할 수 있지만 자사 광고도구를 우대하거나 경쟁사가 광고 경매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는 행위에는 제약을 받게 될 전망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데이터와 기술을 경쟁사에 개방해야 하는지는 상세 결정문이 공개된 뒤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판결을 환영했다.

리앤 멀홀랜드 구글 규제업무 담당 부사장은 “소기업들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고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를 분리하라는 법무부의 요구를 법원이 기각한 데 대해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법무부도 법원이 상당한 구제조치를 명령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메타·크롬 이어 또 무산…빅테크 ‘쪼개기’ 잇단 제동

이번 판결은 구글 한 회사의 광고사업 문제를 넘어 미국의 빅테크 반독점 정책에도 의미가 크다.

로이터는 미국 반독점 당국이 최근 빅테크를 강제로 분할하려다 법원에서 무산된 세 번째 사례라고 전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메타가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매각하도록 요구했지만 지난해 법원은 메타가 현재 소셜미디어 시장에서 독점기업이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글도 온라인 검색시장에서 불법 독점을 했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워싱턴DC 연방법원은 지난해 법무부가 요구한 크롬 웹브라우저 강제매각을 기각했다.

법원은 당시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가 검색시장의 경쟁 구도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이번 광고기술 사건에서도 법원은 불법 독점 판단 자체를 뒤집지는 않았지만 가장 강력한 제재인 사업 분할은 선택하지 않았다.

로이터는 두 명의 연방법원 판사가 서로 다른 시장에서 구글의 반경쟁 행위를 인정했음에도 두 사건 모두 자산 강제매각까지는 명령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FT는 이러한 판결들이 미국 사법부가 이미 거대해진 기술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구조적으로 해체하는 데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광고기술 사업이 구글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웨드부시가 법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구글 애드매니저는 2020년 회사 전체 매출의 4.1%, 영업이익의 1.5%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의 의미는 사업 규모보다 구글의 핵심 사업 구조를 정부가 법원의 명령으로 실제 분리할 수 있는지를 시험했다는 데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검색과 광고기술 분야에서 잇따라 불법 독점 판결을 받고도 크롬과 애드엑스라는 핵심 자산을 모두 유지하게 됐다.

향후 쟁점은 강제분할 대신 도입되는 행동적 구제책만으로 구글이 장악한 온라인 광고기술 시장에서 실질적인 경쟁을 회복할 수 있느냐에 맞춰질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