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서 트럼프 “완전히 독립적으로 하라”…넉 달 뒤엔 금리인하 공개 압박
인상 땐 대통령 반발·동결 땐 시장 신뢰 타격…“워시 정치적으로 이길 수 없는 상황”
인상 땐 대통령 반발·동결 땐 시장 신뢰 타격…“워시 정치적으로 이길 수 없는 상황”
이미지 확대보기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융시장은 이번 주 금리 인상에 85%가 넘는 확률을 반영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미국 금리가 세계에서 가장 낮아야 한다며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금리를 올리면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의 공개적인 반발을 감수해야 하고 동결하면 금융시장에서 연준의 물가안정 의지와 워시 의장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워시 의장이 15~16일(이하 현지시각)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과 연준의 정책 신뢰 사이에 끼인 상황이라고 14일 보도했다.
◇ “마음대로 하라”던 트럼프, 넉 달 뒤 인하 압박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5월 워시 의장의 백악관 취임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말은 현재 상황과 대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선택한 워시 의장을 치켜세우면서 “완전히 독립적으로 하라”며 “당신 방식대로 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과 넉 달 뒤 상황은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에 반복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했고 최근에는 통화정책이 완화되지 않으면 무역전쟁을 확대할 수 있다는 위협까지 내놨다.
그는 13일에도 미국의 차입비용이 세계에서 가장 낮아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번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중간선거를 앞둔 백악관에는 정치적인 부담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생활비 상승에 대한 유권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금리 인하는 실제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카드 비용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백악관이 유권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 인상하면 트럼프, 동결하면 시장이 압박
워시 의장의 선택지는 양쪽 모두 부담스럽다.
모리스 옵스펠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이자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대통령의 분노를 사거나 시장 신뢰를 훼손해야 하는 사실상 출구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워시가 연준의 법적 책무가 걸린 상황에서 행정부 압력에 굴복한 의장으로 역사에 남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에서도 상반된 신호가 나왔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11일 블룸버그TV에서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대통령이 할 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3일 폭스뉴스에서는 다소 수위를 낮췄다.
해싯 위원장은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무엇보다 워시 의장의 독립성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더 롱 네이비페더럴크레디트유니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워시 의장이 정치적으로 어느 쪽에서도 이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금리를 올리면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비판을 받을 수 있고 동결하면 시장의 반발을 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 파월 때와 다른 워시…트럼프와 개인적 소통 변수
워시 의장의 전임자인 제롬 파월 전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파월은 지난 2018년 2월 연준 의장에 취임했지만 같은 해 7월부터 금리 인상을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공격을 받았다.
파월은 이후 백악관과 거리를 둔 공식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반면 워시는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차례 비공식적으로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연준 관측자들은 두 사람의 개인적인 관계가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갈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마이클 레드먼드 에너지애스펙츠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워시가 전화통화에서 대통령의 말을 듣고 관계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파월 때와 같은 압박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연준에 행사해온 압박은 발언에만 그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 했지만 연방대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미 법무부는 연준 본부 건물 개보수와 관련한 사기 의혹을 들어 파월 전 의장을 형사 수사하기도 했다.
이 수사는 여야 의원들이 반대하고 연방법원 판사가 권한 남용이라고 지적한 뒤 종결됐다.
◇ “금리 인상이 오히려 트럼프에게 도움 될 수도”
금리 인상이 반드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적 목표와 충돌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왔다.
패트릭 하커 전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금리를 올리는 것이 오히려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줄여 행정부의 장기적인 목표를 도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면 장기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과 기업의 차입비용도 함께 올라갈 수 있다.
반대로 연준이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겠다는 신호를 명확히 보내면 장기 금리 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지난 7월 29일 연준이 금리를 동결한 뒤 워시 의장이 결정 배경을 시장에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상승했다.
하커는 금리 인상이 “연준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행정부가 달성하려는 목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연준 내부에서도 동결 명분 약해져
블룸버그에 따르면 워시는 백악관뿐 아니라 연준 내부도 설득해야 한다.
그가 지난 5월 넘겨받은 FOMC는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연준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강한 상태다.
파월 전 의장이 의장 임기를 마치고도 이사직에 남은 것도 이런 분위기를 상징하는 사례로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파월이 이사직을 유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자리에 새로운 인물을 임명할 기회가 차단됐다.
연준 내부에서는 동시에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FOMC에서는 세 명의 정책위원이 금리 인상에 찬성하며 동결 결정에 반대표를 던졌다.
최근 물가지표까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워시 의장이 금리 인상을 다시 미룰 경우 동료 정책위원 사이에서 그의 리더십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금융시장이 보내는 신호가 명확하다며 연준이 이번에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워시가 시장 참가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를 연준 의장으로 선택하기 직전인 지난 1월 이런 상황을 스스로 예상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연준 의장 후보들이 임명되기 전에는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모두 하지만 자리를 얻고 나면 갑자기 “금리를 조금 올리자”고 한다고 말했다.
이제 자신이 선택한 워시 의장이 바로 그 선택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