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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CEO 54명 연말 줄인사…‘낙점하는 이사회’도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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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CEO 54명 연말 줄인사…‘낙점하는 이사회’도 평가받는다

5대 은행장 전원 포함…KB 10명·신한 12명·하나 13명 등 연말 임기 만료
KB 회추위, 최대 실적 현직 대신 변화 선택…독립이사 책임론 부상
금융위 평가체계·금감원 검증 추진…자율성 강화와 관치 우려 교차
금융그룹 수장뿐만 아니라 후보자를 평가하는 이사회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의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금융그룹 수장뿐만 아니라 후보자를 평가하는 이사회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5대 금융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54명의 임기가 올해 말 한꺼번에 끝나는 가운데 후보자를 심사하는 이사회도 평가 대상에 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이 회장과 독립이사의 경영성과·내부통제 등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금융회사가 작성한 CEO 성적표까지 확인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다. 연말 금융권 인사가 경영진뿐 아니라 평가 주체인 이사회의 책임까지 따지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1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 CEO는 KB금융 10명, 신한금융 12명, 하나금융 13명, 우리금융 12명, NH농협금융 7명 등 총 54명이다. 5대 은행장이 모두 포함됐고, 카드·보험·증권·캐피탈·자산운용 등 핵심 계열사 대표도 대거 인사 대상이다. 내년 2월에는 이찬우 농협금융 회장도 첫 임기를 마친다.

그룹별 인사 여건은 엇갈린다. KB금융은 이재근 부문장이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돼 새로운 체제를 준비하는 반면 신한·하나·우리금융은 현직 회장이 연임했다. 안정적인 경영 기조를 이어갈지, 이미 연임한 계열사 대표들을 중심으로 세대교체에 나설지가 관심사다. 농협금융도 회장 임기 만료 3개월 전 승계 절차를 시작하는 만큼 연말부터 계열사 인사와 차기 회장 선임이 맞물릴 전망이다.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이사회의 독립성이 부각되는 배경에는 회장과 독립이사가 서로의 임기를 뒷받침한다는 논란이 있다.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2명 가운데 75%인 24명은 현 회장 선임 이후 이사회에 합류했다. 대부분 임기가 4~5년에 이르러 회장과 상당 기간 함께 재임한다. 현 회장 선임 이후 꾸려진 이사회가 다시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는 구조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시행된 개정 상법은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바꾸고 사내이사와 집행임원으로부터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명문화했다. 금융위원회도 조만간 발표할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회장과 독립이사의 경영성과·내부통제·위험관리 등을 평가해 연임 심사에 반영하는 내용을 담을 계획이다. 당장 법제화하기보다는 은행권 모범 규준에 평가체계를 넣는 방안이 유력하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역대 최대 실적을 낸 양종희 회장 대신 이재근 부문장을 선택한 것도 이사회의 독립적 판단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회추위에서는 특정 후보를 둘러싼 사전 논의나 교감 없이 위원들이 각자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각 금융회사의 CEO 평가 결과를 금감원이 받아 보고, 자체 평가에 문제가 드러나면 평가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다만 금감원의 관여가 커지면 관치와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반대로 모범 규준에만 맡기면 과거처럼 대부분 ‘가장 우수’나 ‘우수’ 판정을 받는 형식적인 평가에 머무를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CEO 인사의 공정성을 높이려면 후보자뿐 아니라 평가 과정과 이를 책임지는 이사회까지 함께 검증해야 한다”면서 “이사회의 자율적인 판단을 보장하면서도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책임을 실질적으로 따질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