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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 글로벌 송전망 쇼크… AI 수요에 전력 공급 못 따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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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 글로벌 송전망 쇼크… AI 수요에 전력 공급 못 따라가

내년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211GW…2030년 공급 268GW 부족
韓, 자가발전 규제·송전망 확충 지연 이중고…"인프라 생태계 멈출 수도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송전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송전선.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실어 나를 송배전망(Grid) 확충이 한계에 부딪히며 2028년부터 구조적인 전력 공급 마비 쇼크가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17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의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용량은 지난해 122.9GW에서 올해 161GW로 전년 대비 약 31% 급증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같은 증가세는 내년에도 이어지며 전체 전력 수요 용량이 211.1GW에 달할 전망이다.

전력망 과부하의 주원인은 고성능 AI 서버의 급격한 확산이다. 일반 서버의 전력 수요 비중은 과거 약 40% 수준에서 내년 25.6%까지 떨어지는 반면, 전력 소모량이 막대한 AI 서버 비중은 지난해 약 25%에서 올해 33.4%, 내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설비 단위당 기계·전기 효율이 개선되고 있지만, AI 가속기 확충 속도가 이를 압도하며 말단 전력망에 전례 없는 부하를 집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전력망 공급 능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트렌드포스는 지난해까지는 기존 계통망의 수용 여력으로 버텨왔으나, 올해부터 수요와 공급의 간극이 벌어지기 시작해 오는 2028년부터 송배전망 인입 지연(Interconnection Delays)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2030년이 되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용량은 490.7GW에 달하는 반면, 공공 전력망이 공급할 수 있는 용량은 222.6GW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268GW에 달하는 전력 공급 공백(Gap)이 발생하는 것이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가장 밀집한 미국의 경우, 2028년 이후 계통 전력 공급 지연이 심화되면서 2030년까지 전력 수급 격차가 170GW를 넘어설 것으로 분석됐다.

전력망 확충이 막히자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탈(脫)전력망'이라는 고육지책을 꺼내 들고 있다. 공공 전력망 연결 대기열을 우회하기 위해 원전이나 가스 발전을 직접 직결하는 자가발전(BTM)을 확대하고 있으며, 말단 배전 손실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교류 대신 고전압 직류배전(HVDC) 아키텍처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전력망 마비 리스크에 더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역시 심각한 전력 병목을 겪고 있지만, 제도적·환경적 제약 탓에 해외처럼 자가발전으로 우회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행 전기사업체계에서는 데이터센터가 부지 내 LNG 발전기를 설치하더라도 공공 계통을 완전히 벗어난 독자 망을 꾸리기 어렵고, 정전 방지를 위한 무정전전원장치(UPS)·예비 배터리 등 이중 설비 부담과 도심 배출가스·주민 민원 탓에 상시 자가발전 구축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AI 데이터센터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AIDC 특별법)'에서도 논의 초기 포함됐던 LNG 발전 직접구매(PPA) 특례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반대로 최종 제외되고 재생에너지 PPA로 한정되면서, 자구책의 길은 더 좁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데이터센터는 한전의 공공 송배전망에 전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으나, 이미 전력망은 포화 상태다. 지난 2024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수도권 데이터센터 1차 기술검토 신청 522건 중 53.4%에 달하는 279건이 ‘공급 불가’ 판정을 받았다. 전국 공급 불가 물량(306건)의 9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됐다.

정부가 분산에너지법을 앞세워 지방 분산을 유도하고 있지만, 지방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 인프라인 동해안~수도권 500kV HVDC 건설사업은 애초 2025~26년 완공을 목표했으나 서울변환소 인허가 관련 행정소송 등이 겹치며 사업 구간별로 최대 10년 안팎까지 지연이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로 인해 동해안 발전소가 발을 구르고 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2028년 글로벌 송전망 쇼크가 예고된 상황에서, 한국은 자가발전 규제와 만성적인 송변전망 확충 지연이라는 이중고에 갇혀 있다”며 “망 투자에 대한 제도 개선과 인허가 패스트트랙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국내 AI 인프라 생태계 전체가 멈춰 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덕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ude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