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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극 공정 사라진다…'무음극 배터리'가 바꿀 생산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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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극 공정 사라진다…'무음극 배터리'가 바꿀 생산라인

믹싱·코팅·건조·압연 축소…첫 충전서 리튬 음극 만들어
삼성SDI·LG엔솔·SK온 기술 개발…500Wh/kg 잠재력
무음극 배터리 구조 이미지. 충전 과정에서 양극에서 이동한 리튬이 구리 집전체에 쌓이며 금속 리튬 음극을 형성한다. 사진=The Battery Magazine이미지 확대보기
무음극 배터리 구조 이미지. 충전 과정에서 양극에서 이동한 리튬이 구리 집전체에 쌓이며 금속 리튬 음극을 형성한다. 사진=The Battery Magazine
배터리 생산라인의 기본 공정으로 여겨졌던 음극 제조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음극재를 섞어 구리 포일에 바르고 말린 뒤 압연하는 대신 셀을 조립한 뒤 첫 충전 과정에서 금속 리튬 음극을 만드는 ‘무음극(Anode-free)’ 배터리 개발이 이어지면서다.

25일 SNE리서치가 최근 발간한 ‘2026 이차전지 무음극 기술개발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무음극 배터리가 상용화될 경우 기존 음극의 믹싱·코팅·건조·압연 공정은 크게 축소되거나 일부 사라질 수 있다. 대신 구리 집전체의 표면 처리와 초기 충전 조건의 중요성이 커진다.

무음극 배터리는 셀을 만들 때 흑연이나 실리콘, 리튬메탈 포일 등 별도의 음극 활물질을 넣지 않는다. 처음 충전하면 양극에서 나온 리튬 이온이 구리 집전체에 쌓이면서 금속 리튬 음극이 만들어진다.

음극이 차지하던 무게와 부피를 줄일 수 있어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 SNE리서치는 무음극 리튬메탈 배터리가 약 500Wh/kg 수준까지 에너지밀도를 높일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배터리 무게와 에너지밀도가 중요한 드론과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 도심항공교통(UAM), 우주·항공, 휴머노이드 로봇 등이 초기 적용처로 거론된다.
생산 방식의 변화도 크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는 음극 활물질과 도전재 등을 섞은 뒤 구리 포일에 코팅하고 건조·압연하는 과정을 거친다. 무음극에서는 이 과정이 줄어드는 대신 리튬이 구리 표면에 얼마나 고르게 쌓이는지가 배터리 성능과 수명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에 따라 구리 집전체의 역할도 달라진다. 배터리 업체들은 구리 표면을 개질하거나 기능성 소재를 입혀 리튬이 한쪽에 몰리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집전체를 3차원 구조로 만들어 리튬이 쌓일 공간을 넓히는 방식도 연구되고 있다.

셀 조립 뒤 진행되는 초기 충전 공정의 의미도 커진다. 기존 배터리에서 초기 충·방전은 전극 계면을 안정화하는 성격이 강했지만 무음극 배터리는 첫 충전 과정에서 실제 금속 리튬 음극이 만들어진다. 첫 충전 때의 전류와 온도, 충전 상태(SOC), 휴지시간, 압력 등에 따라 리튬이 쌓이는 형태가 달라지고 이후 배터리 수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SDI는 은·탄소(Ag-C) 기반 기능층을 활용한 무음극 전고체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구리 표면 산화와 3차원 집전체 등을 활용해 리튬을 고르게 석출시키는 기술을 개발 중이며, SK온도 초박막 은·고분자 계면을 이용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도 은 플루오라이드와 은·아연 등 리튬 친화성 소재를 활용한 무음극 구조를 연구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CATL은 충전 과정에서 음극이 형성되는 구조를, BYD는 3차원 다공성 집전체를 중심으로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SVOLT와 간펑리튬도 집전체 표면 제어와 초박막 리튬 등을 활용해 무음극 또는 준무음극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상용화의 관건은 충·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튬 손실을 얼마나 줄이느냐다. 일반 리튬메탈 배터리는 여분의 리튬으로 일부 손실을 보완할 수 있지만 무음극에서는 양극에 들어 있는 리튬이 사실상 전부다. 리튬이 집전체에 고르게 쌓이지 않거나 일부가 전기적으로 고립되면 그만큼 배터리 용량도 줄어든다.

이 때문에 리튬을 완전히 없앤 무음극 방식보다 소량의 초박막 리튬을 미리 넣는 ‘준무음극(Near Anode-free)’ 방식이 먼저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음극에 가까운 에너지밀도를 확보하면서도 초기 리튬 손실을 보완할 수 있어서다.

향후 리튬을 반복해서 쌓고 벗겨내는 과정의 안정성과 대면적 셀 생산수율이 확보되면 적용처는 프리미엄 전기차까지 넓어질 수 있다. 무음극 기술이 상용화되면 음극을 만드는 장소가 생산라인에서 배터리 셀 내부로 옮겨가는 셈이다.


이다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h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