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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I 강등 위기 인도네시아, 주가 하한 98%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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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I 강등 위기 인도네시아, 주가 하한 98% 낮춰

최저 거래가격 50→1루피아…가격 왜곡 해소·외국인 자금 이탈 방지 승부수
지난 2월 2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인도네시아증권거래소(IDX)에서 주식 투자자들이 주가지수를 표시한 전광판 인근에 앉아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월 2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인도네시아증권거래소(IDX)에서 주식 투자자들이 주가지수를 표시한 전광판 인근에 앉아 있다. 사진=로이터

올해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부진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인도네시아가 주식 최저 거래가격을 기존 50루피아(약 3.8원)에서 1루피아(약 0.08원)로 98% 낮췄다.

단순히 값싼 주식의 거래단위를 낮춘 조치가 아니다. 기업 가치가 악화돼 시장이 해당 주식을 50루피아보다 낮게 평가하더라도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없었던 인위적인 가격 바닥을 사실상 없앤 것이다.

기존 제도에서는 투자자에게 외면받은 종목들이 50루피아에 장기간 묶이면서 실제 시장가치를 주가에 반영하기 어렵고 거래까지 위축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이번 조치를 통해 주가가 수급과 기업 펀더멘털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도록 하고 유동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시장등급 강등을 피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다. MSCI는 인도네시아 증시의 주식 소유구조 투명성과 주가조작 가능성, 거래 여건 등을 문제 삼아 시장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한 상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가 28일(이하 현지시각)부터 주식의 최저 거래가격을 50루피아에서 1루피아로 낮췄다고 이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대표 주가지수는 올해 들어 25% 넘게 하락했다.

FT는 인도네시아를 올해 세계에서 가장 부진한 성과를 기록한 주식시장으로 평가했다. 인도네시아 증시에는 이미 주가가 1센트 미만인 종목이 291개에 달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50루피아에 갇힌 주식들…실제 시장가 반영 못해

이번 제도 변경의 핵심은 그동안 주가가 더 내려가지 못하도록 막았던 가격 하한을 사실상 제거했다는 데 있다.

기존에는 기업의 실적이나 전망이 악화돼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의 주식 가치가 50루피아에 못 미친다고 판단해도 주가는 그 아래로 떨어질 수 없었다.

매도 주문은 쌓이지만 이를 받아줄 매수자가 부족한 종목들은 50루피아에 묶이게 되고 거래가 사실상 마비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

이 경우 화면에 표시되는 주가가 시장이 실제로 평가하는 기업가치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매가 원활하지 않은 종목에 자금을 투입하기 어려워지고 이는 다시 유동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BNP파리바자산운용의 어니스트 추 아세안 주식 책임자는 “새 제도는 재무상태가 악화된 종목들이 기업의 펀더멘털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는 가격에서 거래될 수 있게 해 투자심리를 개선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주가가 기존 하한 아래로 자유롭게 움직이게 되는 만큼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새 제도 시행 첫날부터 이런 변화가 나타났다.

인도네시아 대표 기술기업 고투 고젝 토코피디아(GoTo Gojek Tokopedia·고투)는 이날 14% 급락한 43루피아(약 3.3원)로 마감했다. 하루 동안 허용되는 최대 하락폭까지 떨어졌다.

고투 주가는 수개월 동안 기존 최저 거래가격인 50루피아에 묶여 있었다.

새 제도가 시행되자마자 주가가 50루피아 아래로 떨어진 것은 기존 가격하한에 가려져 있던 시장의 실제 평가가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고투는 현재 주가와 회사의 실제 사업 경쟁력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고 밝혔다.

◇MSCI 11월 결정…외국인 자금 이탈 막기 총력

인도네시아가 지금 가격제도까지 뜯어고치는 더 큰 배경에는 MSCI 문제가 있다.

올해 인도네시아 증시 급락의 계기 가운데 하나는 지난 1월 MSCI의 경고였다.

MSCI는 인도네시아 기업들의 주식 소유구조가 충분히 투명하지 않고 주가조작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시장등급 강등 가능성을 제기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의 경제·재정정책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는 더욱 악화됐다.

MSCI는 오는 11월 인도네시아 시장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입장에서 MSCI 문제는 단순한 평가등급의 문제가 아니다. MSCI 지수를 기준으로 투자하는 글로벌 자금이 많기 때문에 시장등급 강등이나 추가 종목 제외가 현실화하면 외국인 자금의 추가 이탈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고투는 기존 50루피아 가격하한 때문에 거래가 원활하지 않다는 이유로 올해 MSCI 지수에서 제외됐다.

MSCI는 고투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부호들과 연계된 기업 6곳가량도 글로벌 지수에서 제외했다.

인도네시아 당국이 가격하한을 대폭 낮추고 시장제도 개편에 나선 것은 거래가 막힌 종목을 정상적으로 거래되게 하고 가격발견 기능을 회복함으로써 글로벌 투자자와 MSCI의 신뢰를 되찾으려는 조치다.

롬바르드오디에의 호민 리 수석 거시전략가는 인도네시아 당국과 증권거래소가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프런티어시장으로 강등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다만 강등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유동성 개선 효과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가격하한을 낮춘다고 해서 외국인 투자자가 곧바로 돌아올지는 불확실하다.

올스프링글로벌인베스트먼트의 게리 탄 신흥시장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번 제도로 인한 유동성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고 대부분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고투의 경우 패시브와 액티브 해외 투자자 모두의 관심을 받을 수 있지만 나머지 저가 종목들은 대부분 재무상태가 좋지 않거나 유동성이 극도로 낮아 해외 투자자들에게 매력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고투는 2022년 상장 당시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스타트업 가운데 하나로 큰 관심을 받았다.

당시 공모가는 주당 338루피아(약 25.6원), 시가총액은 280억달러(약 38조1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핵심 차량호출 사업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수익성이 압박받았고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결국 인도네시아의 이번 조치는 주가 하락을 막는 것보다 시장이 실제 기업가치를 자유롭게 가격에 반영하도록 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고투처럼 기존 가격하한에 묶여 있던 종목들의 추가 급락과 변동성 확대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당국은 이런 가격 조정을 감수하더라도 시장의 가격발견 기능과 유동성을 정상화하는 것이 MSCI 강등과 외국인 자금 이탈을 막는 데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11월 MSCI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이번 개편이 인도네시아 증시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지가 관건이란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