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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메모리 공급난, HDD로 뚫는다"… 도시바, 필리핀에 HDD 생산 '2배' 증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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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메모리 공급난, HDD로 뚫는다"… 도시바, 필리핀에 HDD 생산 '2배' 증설

2027 회계연도까지 생산능력 배가… '5년 만의 대규모 투자'로 글로벌 점유율 30% 정조준
단위당 용량 40% 확대 및 클린룸 공정 자동화… 2030년 65TB 거쳐 100TB 초고용량 양산 로드맵
SSD 대비 20배 저렴한 압도적 가성비… 2030년 전 세계 데이터 718ZB 중 60% HDD가 흡수
AI 데이터 폭증에 따른 스토리지 공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600억 엔을 투자해 생산 능력을 2배로 확대하는 도시바 엔터프라이즈 HDD. 사진=도시바이미지 확대보기
AI 데이터 폭증에 따른 스토리지 공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600억 엔을 투자해 생산 능력을 2배로 확대하는 도시바 엔터프라이즈 HDD. 사진=도시바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글로벌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낸드플래시 공급 부족과 가격 폭등으로 데이터 저장 비용 부담이 극에 달한 가운데, 일본 대표 기술 그룹 도시바(Toshiba)가 AI 데이터센터용 핵심 저장장치인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도시바는 필리핀 현지 생산거점에 약 600억 엔(약 5,100억 원)을 전격 투입해 신규 제조 라인을 깔고, 2027 회계연도까지 엔터프라이즈급 HDD 생산능력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대폭 끌어올릴 계획이다.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에 비해 읽기·쓰기 속도는 느리지만, 가격이 20배가량 저렴한 고용량 니어라인(Nearline) HDD의 압도적인 '가성비'를 앞세워, 급증하는 AI 데이터센터의 스토리지 병목 현상을 해소하고 중기적으로 글로벌 점유율을 30%까지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10월 2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도시바의 이번 필리핀 공장 증설은 약 5년 만에 단행되는 첫 대규모 하드디스크 사업 투자로, AI 인프라 확장에 발맞춘 글로벌 스토리지 삼국지(웨스턴디지털·시게이트·도시바) 경쟁을 한층 격화시킬 전망이다.

필리핀 거점에 600억 엔 투입… 단위당 저장 용량 40% 끌어올려


현재 글로벌 HDD 시장은 미국의 시게이트 테크놀로지스(Seagate)와 웨스턴 디지털(Western Digital), 그리고 일본의 도시바 등 3대 제조사가 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도시바의 현 저장용량 기준 글로벌 점유율은 약 10% 초반대에 머물고 있으나, 이번 대규모 증설 투자를 발판 삼아 점유율을 3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도시바는 필리핀 공장에 최첨단 생산 라인을 증설하는 동시에 디스크 기록 밀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드라이브 단위당 저장용량을 최대 40%까지 향상시킨 신제품 양산에 돌입한다.

AI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함에 따라, 도시바는 오는 2030년까지 드라이브 1개당 65테라바이트(TB)에 달하는 초고용량 제품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는 100TB급 차세대 드라이브까지 상용화한다는 공격적인 설비 투자 로드맵을 확정했다.

생산성 혁신을 위한 무인 공정 전환도 병행된다.

도시바는 필리핀 공장의 정밀 검사 프로세스와 클린룸 물류 전반에 첨단 자동화 시스템을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증설에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현장 인력 증원 규모를 약 40% 절감하는 한편, 미세 분진을 원천 차단해 제품 수율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SD보다 20배 저렴"… 2026년 물량 '완판' 속 폭증하는 니어라인 수요


도시바가 대대적인 설비 증설에 뛰어든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천문학적인 저장용량과 스토리지 비용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플래시 메모리를 탑재한 SSD는 데이터 입출력 속도가 압도적이지만 기가바이트(GB)당 단가가 HDD보다 약 20배나 비싸다.

특히 최근 HBM 생산 집중으로 인한 일반 D램 및 낸드플래시 공급 부족 사태가 겹치면서, 초고속 캐시 메모리 역할을 하는 SSD 외에 방대한 원천 학습 데이터를 보관하는 대용량 니어라인 스토리지로는 여전히 HDD가 독보적인 경제성을 자랑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전 세계 연간 데이터 생성량은 2024년 대비 2030년 4배 폭증해 718제타바이트(ZB·1ZB는 약 10억 TB)라는 천문학적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전체 데이터의 약 60%가 대용량 니어라인 HDD에 최종 저장될 것으로 추산됐다.

실제로 공급 부족 현상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경쟁사인 시게이트는 지난 1월 발표를 통해 자사의 2026년도 니어라인 HDD 생산 가능 용량이 이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장기 계약으로 조기 완판(Sold out)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웨스턴 디지털 역시 일본 내 차세대 나노 기술 개발 및 산학 연구 인력 확보를 위해 2030년까지 5년간 10억 달러(약 1조 3,400억 원)를 쏟아붓기로 하는 등 글로벌 HDD 거인들의 증설 경쟁이 불붙은 상태다.

日 소재·부품 협력사 동반 수혜… AI 스토리지 공급망 주도권 탈환


도시바의 대규모 증설은 정밀 자기 헤드, 유리기판, 스핀들 모터 등 하드 디스크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일본 내 초정밀 소재·부품 협력 생태계에도 막대한 낙수효과를 안겨줄 전망이다.

일본 정밀 기업들은 고신뢰성 드라이브 구동 부품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어, 도시바의 물량 확대가 부품 공급망 전반의 가동률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과 PC 등 레거시 IT 기기 수요 침체로 구조조정을 겪었던 HDD 산업이, 생성형 AI 시대의 가장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데이터 보관창고'로 재평가받으면서 일본 하드웨어 생태계가 AI 인프라 시장의 새로운 핵심 공급자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