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세계은행 방콕 연차총회서 세계 금융위기 위험 집중 논의
미·중 관계 안정에 중국 경계심 완화…러시아 복귀에는 유럽 반발
미·중 관계 안정에 중국 경계심 완화…러시아 복귀에는 유럽 반발
이미지 확대보기세계 주요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중국보다 선진국의 막대한 부채와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을 세계 금융안정의 더 큰 위험 요인으로 주목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비교적 안정되면서 중국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은 낮아진 반면 AI 관련 차입 확대와 선진국의 재정 악화, 글로벌 무역 불균형이 새로운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주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는 이러한 세계경제 위험 요인과 함께 러시아의 국제 금융회의 복귀를 둘러싼 갈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고 CNBC가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회의는 2018년 인도네시아 발리 회의 이후 아시아에서 처음 열린 IMF·세계은행 연차총회다. 태국이 회의를 개최한 것은 1991년 이후 처음이다.
◇선진국 부채·AI 투자, 새로운 금융위기 위험으로 부상
이번 연차총회에서는 세계경제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금융위험이 무엇인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케빈 갤러거 미국 보스턴대 글로벌개발정책센터 소장은 회의 참석 이후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글로벌 불균형과 AI 투자 열풍, 선진국의 막대한 부채 축적 가운데 어느 것이든 차기 금융위기의 촉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AI 공급망 확대의 수혜를 받는 한국, 일본, 중국 등의 경제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AI 산업에서 수혜를 얻지 못하는 국가들과의 경제적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기술이 기대했던 만큼 생산성을 높이지 못할 경우 세계경제에 심각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갤러거 소장은 “IMF와 미국 연방준비제도, 중국 인민은행이 정책적으로 공조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기관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막대한 국가부채를 둘러싸고 IMF와 미국 재무부 사이의 견해차도 드러났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미국 연방정부 부채가 40조달러(약 5경3248조원)를 넘어선 상황에서 “강한 경제성장만으로는 재정을 지속 가능한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의 고문인 데이비드 저보스는 IMF의 과거 경제 전망에 상당한 오류가 있었다며 이러한 경고를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요국 간 정책 공조 움직임도 뚜렷하지 않았다.
CNBC가 확인한 회의장 배치도에 따르면 15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의 재무당국 관계자들은 서로 떨어진 자리에 배치됐다.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17일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에서 주요 선진국의 재정위험이 다른 나라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한 IMF의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각국이 자체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경상수지 흑자국은 소비와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대표단 복귀에 유럽 반발…회의 도중 집단 퇴장
세계경제 위험에 대한 논의와 별개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문제도 이번 회의의 주요 갈등 요인으로 부상했다.
러시아 대표단은 15일 IMF 연차총회 기간에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직접 참석했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부 장관이 올해 G20 재무당국 회의에 대면 참석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가 국제 금융협의체에 정상적으로 복귀하는 듯한 모습에 강하게 반발했다.
라르스 클링바일 독일 재무부 장관은 CNBC에 보낸 성명에서 러시아가 G20의 정상적인 회원국으로 돌아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갈등은 17일 IMFC 회의에서도 이어졌다.
실루아노프 장관이 러시아어로 발언하는 동안 참석 대표단의 거의 절반이 회의장을 떠났다.
안드리 피시니 우크라이나 중앙은행 총재는 로이터통신에 우크라이나에 연대를 표시한 각국 재무당국 관계자들의 규모에 놀랐다며 당시 상황을 감정적으로 깊은 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추가 자금 조달도 논의됐다.
주요 7개국(G7)은 15일 약 3시간에 걸친 회의를 마친 뒤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기반시설 복구를 위해 2억6000만유로(약 3876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G7은 다음 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공여국 회의를 통해 지원 규모를 5억유로(약 7454억원)까지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해당 복구 사업에 필요한 전체 비용에 해당한다.
IMF는 공공부채 증가로 각국 정부가 국방 등 주요 정책 분야에 지출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중 관계 안정에 중국 위험 인식 완화
이번 연차총회에서 나타난 또 다른 변화는 중국에 대한 국제 금융당국과 투자자들의 우려가 이전보다 줄었다는 점이다.
2018년 발리 연차총회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막 시작되면서 중국 문제가 주요 의제로 부상했다.
그러나 올해 방콕에서는 중국과 관련한 논의가 상대적으로 크게 줄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팀 애덤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싱가포르와 방콕을 방문하는 동안 중국 문제가 대화 주제로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애덤스 CEO는 CNBC와 인터뷰에서 “과거 같았으면 미·중 관계와 중국의 유럽 수출 확대, 세계 무역 및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장시간 논의했겠지만 이번에는 관련 대화가 매우 적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중 관계가 어느 정도 안정됐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투자자들이 중국을 특별한 위험 요인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양국 관계에 오랫동안 이어져 온 문제들이 남아 있지만 눈에 띄는 긴장이 크지 않고 관계도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투자자들이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애덤스 CEO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중국에 직접 자금을 투입하는 데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 기술기업들의 기업공개(IPO)에는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안정적이거나 소폭 강세를 보이는 점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
애덤스 CEO는 투자자들이 이제 중국을 다른 국가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위험 요인이 아니라 일반적인 투자위험 가운데 하나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