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진부에서 휴게소까지 택시를 타고 가며 바라본 숲은 이미 절정을 지난 듯 바람이 불 때마다 우수수 낙엽이 흩날린다. 휴게소에서 산행을 시작할 즈음엔 거대한 풍력발전기의 날개가 빠르게 돌아갈 만큼 제법 세찬 바람이 불었다. 낙엽이 수북이 쌓인 숲길을 따라 걸음을 떼어놓았다. 대관령 숲길은 영동과 영서를 잇는 관문인 대관령 일대에 조성된 총 103㎞의 국가 숲길로 아름드리 금강소나무숲을 비롯해 양떼목장, 동계올림픽 개최지, 대관령자연휴양림과 치유의숲 등 다양한 자연·문화 자원을 품고 있다. 대관령 숲길은 목장 코스, 소나무 코스, 옛길 코스, 구름 코스 등 4개의 대표 코스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 일행은 옛사람들의 발자취가 가장 짙게 남아 있는 옛길 코스를 택해 걸었다.
옷섶을 헤집는 서늘한 바람과 여름내 짙은 녹음에 잠겼던 숲이 노랗고 붉은 색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명승 제74호인 대관령 옛길은 예로부터 영동과 영서를 이어주던 중요한 교통로였다. 긴 세월을 두고 수많은 관리와 선비, 상인과 백성들이 이 길을 따라 대관령을 넘었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이야기가 남아 있는 이 길을 지나며 송강 정철은 관동팔경을 노래했고, 단원 김홍도는 이곳의 풍광을 그림으로 남겼다. KT 중계탑을 지나 반정 방향으로 방향을 트니 길 위엔 낙엽이 밟히고 나뭇잎 사이로 비껴든 햇살에 단풍이 더욱 붉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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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굽이를 틀 때마다 연신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울긋불긋 물든 단풍이 이어지는 길은 가파르지 않은 내리막이라 가을 낭만을 즐기며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단풍에 취하고 바람에 취해 설렁설렁 걷다 보니 어느새 반정에 닿았다. 반정(半程)은 이름 그대로 대관령을 넘는 나그네들이 여정의 절반쯤 왔음을 가늠하던 곳이다. 반정 전망대에 서면 멀리 강릉 시내와 동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반정을 지나 숲길로 들어서자 흰 구절초와 보라색 꽃향유 그리고 흰 투구꽃이 피어 있어 가을의 정취를 더해준다. 점점 꽃들이 귀해지는 가을꽃들의 향기는 더욱 짙고 그윽하다. 숲길에서 작은 비석을 만났다. ‘이병화 불망비’. 험한 대관령을 넘는 길손들을 위해 주막을 지어 도움을 준 은혜를 잊지 않고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이다.
대관령 옛길을 걷는 동안 늙으신 친정어머니를 두고 한양으로 떠나는 신사임당의 시를 만났고, 대관령의 풍광을 그린 단원의 그림도 만날 수 있었다. 길은 점차 물소리가 들려오는 계곡 쪽으로 향하고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계곡물에 손을 담그니 시릴 정도로 물이 차다. 맑은 계곡물 위로 하나둘씩 낙엽이 져서 물 위를 떠돈다. 다행스럽게도 복원해 놓은 주막터를 지나 대관령박물관에서 트레킹을 마감할 때까지 비는 내리지 않았다. 어느 곳을 가든, 누군가를 만나든 남은 날들을 가만히 헤아려 보면 그 시간이 더없이 귀하고 소중하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무사히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마음속으로 헤아려 본다. 몇 번이나 더 가을을 만날 수 있을까 하고.
이미지 확대보기백승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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