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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시 美 연준 의장 금리정책의 진짜 목표는 물가 아닌 '국가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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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시 美 연준 의장 금리정책의 진짜 목표는 물가 아닌 '국가부채'?

브루킹스 연구원 "매파·비둘기파 구분 무의미…장기 국채금리 관리가 핵심"
美 부채 40조달러 돌파·이자만 연 1조달러…2028년 경제성장률보다 이자율 높아질 수도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연방준비제도 청사에서 케빈 워시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연방준비제도 청사에서 케빈 워시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 억제보다 급증하는 국가부채의 이자 부담을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는데도 워시 의장이 금리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미국 정부의 막대한 부채와 장기 국채금리 상승을 의식한 결과일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국가부채가 40조달러(약 5경3756조원)를 넘어선 가운데 국채 이자 부담이 경제성장률을 웃돌 경우 재정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됐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브루킹스연구소의 로빈 브룩스 선임연구원이 워시 의장의 통화정책을 인플레이션보다 미국의 국채금리 관리라는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워시는 매파도 비둘기파도 아니다"


브룩스 연구원은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에 최근 올린 글에서 워시 의장의 정책을 금리 인상을 선호하는 '매파'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비둘기파'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벌어지는 일이 사실상 수익률곡선 관리이며 이는 미국의 불안정한 국가부채 상황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주장했다.

워시 의장이 물가와 경제지표에 따라 금리를 결정하기보다 장기 국채금리의 상승을 억제하는 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해석이다.

브룩스 연구원은 “인플레이션과 다른 거시경제 지표가 부차적인 요소가 됐으며 연준 정책의 변화는 장기 국채금리 움직임과 관련돼 있다”고 분석했다.
워시 의장의 최근 행보는 금융시장에서도 일관된 방향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으로 연준 의장에 오른 워시는 취임 전에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그는 인플레이션을 정책적 선택의 결과로 규정하는 등 물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름에는 대안적인 물가지표를 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채권시장이 연준의 긴축 부담을 일부 대신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반면 지난 8월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는 강경한 긴축 기조를 나타냈고 9월에는 연준의 만장일치 금리 인상을 이끌었다.

지난달 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졌음에도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았다.

워시 의장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명확한 신호를 제시하지 않았다.

브룩스 연구원은 이처럼 엇갈려 보이는 정책 행보가 미국의 장기 국채금리를 관리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부채 40조달러 초과…연간 이자비용 1조달러 돌파


워시 의장의 통화정책을 국가부채 문제와 연결하는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급증하는 이자 부담이 있다.

포춘에 따르면 미국의 총국가부채는 40조달러를 넘어섰으며 민간 등이 보유한 연방정부 부채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00%에 달한다.

지난 9월 종료된 2026회계연도 연방정부의 국채 이자 비용은 1조달러(약 1343조9000억원)를 넘어서며 국방비 지출 규모를 웃돌았다.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를 차환하거나 신규 국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브룩스 연구원은 이같은 상황에서 연준과 미국 재무부가 사실상 국채 조달비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장기 국채의 바이백(조기 재매입) 확대를 발표해 국채금리를 일시적으로 끌어내린 사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재무부가 시장에서 기존 국채를 사들이면 해당 국채의 가격이 상승하고 수익률은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브룩스 연구원은 베선트 장관이 일본의 미국 국채 매각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엔화 가치를 떠받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한 점도 언급했다.

일본이 미국 국채를 매각할 경우 미국 국채금리에 상승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였다는 해석이다.

다만 연준과 재무부가 실제로 국채금리 관리를 위한 공식 합의를 맺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이는 두 기관의 정책 움직임을 토대로 브룩스 연구원이 제시한 분석이다.

◇2036년 국가채무 GDP의 133%까지 상승할 위험


미국의 국채금리 상승이 국가 재정에 미칠 영향은 장기 전망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장기 국채금리가 기존 전망보다 크게 높아지는 경우를 가정한 재정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기준금리 전망치는 4.3%로 설정됐으며 국채금리가 이보다 0.5%포인트 또는 1.5%포인트 높아지는 상황을 분석했다.

특히 국채금리가 기준 전망보다 1.5%포인트 높아지는 시나리오에서는 향후 10년간 순이자 비용이 4조9000억달러(약 6585조11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민간 등이 보유한 연방정부 부채는 2036년 GDP의 13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채금리가 최근 다소 하락하기는 했지만 올해 한때 의회예산국의 기준 전망을 1%포인트 넘게 웃돌았다는 점에서 이같은 위험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의회예산국의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미국 정부 부채의 실효 이자율이 이르면 2028회계연도에 장기 명목 경제성장률을 넘어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해당 분석에서 장기 명목 경제성장률은 연 4%로 가정했다.

2028회계연도는 2027년 10월 시작된다.

경제성장률보다 정부 부채의 이자율이 높아지면 경제 규모 증가만으로 기존 부채의 부담을 완화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 경우 미국 정부가 재정수지를 개선하지 못하면 차입비용 상승과 부채 증가가 서로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

◇'재정 지배' 위험…연준 통화정책 독립성도 논란


브룩스 연구원의 분석은 미국이 이른바 '재정 지배' 상황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경고로 이어진다.

재정 지배는 정부의 높은 국가부채와 재정적자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에 지나치게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의미한다.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더라도 정부의 이자 부담 증가를 우려해 정책 선택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포춘은 “미국이 이같은 상황에 진입할 경우 연준이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능력이 약화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 경제가 당장 부채 악순환에 빠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의 올해 3분기 명목 경제성장률은 5.6%로 견조한 수준을 유지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높은 물가상승률이 명목 성장률을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달 19일 보고서에서 AI 도입이 상당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같은 성장 동력이 장기간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미국이 경제성장만으로 급증하는 국가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중동 전쟁 재확대 우려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세가 인플레이션 및 국채금리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경계감도 이어지고 있다.

반면 AI 투자 열기 약화에 대한 우려와 프랑스의 재정 불안 등으로 미국 국채에 대한 안전자산 수요가 다시 늘어나면서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5% 아래로 내려왔다.

브룩스 연구원은 워시 의장의 최근 통화정책을 이해하려면 금리 인상과 인하에 대한 성향보다 미국의 장기 국채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정책적 필요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춘은 이같은 국채금리 관리가 미국의 부채 부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연준의 통화정책 독립성과 물가 안정 능력을 약화시키는 재정 지배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