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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205)]제11장, 미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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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205)]제11장, 미래를 위하여

“잠깐만 언니! 저는 오빠가 서울 가신다는 거 환영이에요! 그러니까 오빠는 나 때문에 주저하지 말고 가세요.”

“아니 아가씨! 그럼 아가씨는 어떡하고요?”
최선희는 또 한 번 놀라 다급히 반문했다. 그리고 만약 시누이가 시골에 혼자 남는다면 자신이 곁에 있어줄 생각부터 하였다. 그러나 선희의 다음 말을 듣고는 놀랍고 기뻤다.

“내가 쓰는 소설은 실은 논픽션이에요. 오빠가 살아온 삶을 생각하고.......보통사람의 이야기일 수 없는 오빠의 인생을 지켜보면서 늘 생각했던 거예요.”

“나의 이야기를?”

한성민은 뭐라 할 말이 없어서 멍하니 선희를 쳐다보았다. 선희가 자신의 삶을 그 정도로 드라마틱하게 생각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러나 선희는 그의 눈길을 피해 회상이 어린 눈동자를 초롱초롱 빛내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저는 오빠의 인생을 한편의 드라마 이상으로 생각해요. 사회의 격랑에 적응 못해 누구보다 처절한 삶을 살았고, 학문의 길에 들어서서는 밤을 낮으로 알고 치열하게 공부했었지요. 하지만 그보다는 도를 향한 오빠의 집념이에요!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모두 버리고 무섭도록 도에 몰입하는 모습은 오빠가 아니라 어느 초월자의 화신(化身) 같았어요. 그래서 오래 전부터 오빠의 삶을 소설로 엮을 생각을 했어요.”

“아가씨, 오빠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니 주저하지 말고 글 쓰세요. 기대돼요”
최서영은 적극 찬성했다. 그동안 선희와 함께 생활하면서 남편의 어린 시절부터의 이야기를 듣고는 때로는 가슴이 미어지게 아파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어떤 대목에서는 감동도 했었다. 그리고 자신과의 사랑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서 보낸 편지를 선희가 보여주었을 때는 마치 한편의 서사시처럼 진솔하고 아름다운 그의 마음을 읽고 가슴 뭉클한 감격에 눈시울을 적셨다. 그러기에 남편의 이야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삶과 사랑의 고귀함과 진실을 소중하게 간직하지 않으랴 싶었다.

“오빠, 오빠가 서울 가시는 거 삶을 위한 단순한 의미가 아니란 걸 알아요. 그러니까 나 때문에 주저하지 마세요. 이번에는 나도 서울에 따라 갈 거예요. 오빠가 어떻게 이상을 성취하시는지 지켜보기로 했어요. 오빠가 이상을 성취하는 날, 나의 소설도 완성되겠지요.”

차분하게 할 말을 다한 선희는 그의 대답을 들으려하지 않고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는 표정 없이 묵묵히 듣기만 했었다. 자신을 모델로 소설을 쓰겠다는 선희의 결심을 무어라 대답해 주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자신만의 인생을 고집해온 오빠의 삶을 동생의 입장에서 바라본 그 마음이 오죽했으면 소설까지 쓸 생각을 다 했을까 싶어 마음이 아플 따름이었다.

“여보, 당신을 소재로 글을 쓰겠다는 아가씨의 마음을 저는 이해해요. 저라도 그러고 싶어요. 그리고 이거 아세요? 아가씨나 저나 당신의 뜻이면 무조건 따르는 마음을요. 그만큼 당신의 삶을 존중하기 때문이에요. 존중하기에 아가씨가 당신을 소재로 글을 쓸 생각을 한 것이고요.”

최서영은 시누이의 마음을 더 헤아려 주고는, 남편이 여전히 침묵하자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마루 기둥에 기대 앞산을 바라보고 선 선희의 손을 가만히 잡아 조용히 말했다.

“아가씨, 나는 아가씨의 마음을 다 알아요. 우리 함께 오빠 따라서 서울 가요.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오빠가 뜻을 이루시는 날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요. 이제는 혼자 더 외로워하지 마세요. 내가 아가씨랑 늘 함께 있을 거예요. 실은 아가씨가 시골에 혼자 남겠다 했으면 나도 아가씨랑 함께 있을 생각이었어요.”

“고마워요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