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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일본 '파이프라인' 건설 제안에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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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일본 '파이프라인' 건설 제안에 시큰둥

일본, 러시아와의 유대강화 통해 북방영토 양보 얻어내려는 의도

일본이 러시아측에 사할린에서 일본 홋카이도를 거쳐 도쿄까지 이어지는 가스관 건설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국영 천연가스기업 '가스프롬'사의 알렉세이 밀레르 사장은 지난 1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 정상회의의 러시아 대표단 멤버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 일본측으로부터 사할린산 가스를 일본으로 공급할 파이프라인의 건설 제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기자단에게 밝혔다.
이 같은 제안은 전날 APEC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베이징에서 약 90분간 별도의 양자회담을 하고 평화조약 체결 문제를 포함한 현안들을 논의했다.

일본 측의 가스 분야 협력 제안은 러시아와 중국이 에너지 협력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일본측의 파이프라인 건설 제안 배경에는 러시아와의 협력면에 있어서도 중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와 함께, 러시아와 유대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북방 영토 문제에 대한 러시아측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의도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밀레르 사장에 따르면, 일‧러간의 파이프라인은 사할린에서 홋카이도(北海道)까지는 해저에 부설하고, 대량 소비지인 도쿄까지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일본에서의 가스 배급과 가스전력시스템에의 참여도 제안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시장은 “(제안은) 검토 중으로, 회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의 노바크 에너지장관은 타스통신에 대해, 일본에서는 주로 LNG(액화천연가스)가 사용되고 있다는 이유로 “(기체 상태의 가스를 운반하는)파이프라인의 건설계획은 경제적인 근거가 희박하다”고 코멘트하고 있다.

이처럼 러시아가 일본의 파이프라인 건설 제안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중국과의 파이프라인 건설에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어 좋은 대조를 이룬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9일,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서(西)시베리아의 가스전에서부터 중국 서부로 새로운 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여 러시아로부터의 가스 공급을 늘린다는 방침에 합의하였다. 정상회담이 끝난 뒤 러시아의 가스프롬사와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는 몽골 서측의 중‧러 국경을 통과하는 ‘서(西) 루트’를 이용한 가스공급 사업과 관련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중‧러 양국은 지난 5월의 정상회담에서 ‘동 루트’의 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여, 러시아에서 연간 380억 ㎥의 가스를 30년간 중국에 수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서 루트’에서는 연간 300억 ㎥의 수출을 상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러시아가 사할린산 가스를 일본측에 공급하기 위한 파이프라인 건설 제안을 받고서도 선뜻 나서지 않는 데에는 경제적인 이유 외에도 사할린을 포함한 일본의 북방 4개 도서를 둘러싼 영토 문제가 일‧러 양국간에 최대 현안으로 걸려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글로벌이코노믹 장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