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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요지경]용인 수지서 전세집 구하다 열(?)받은 세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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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요지경]용인 수지서 전세집 구하다 열(?)받은 세입자

▲사진=부동산114제공
▲사진=부동산114제공
"해도해도 너무하네요...이 집 계약하지 마세요!!"

지난 주말이었습니다. 용인 수지에 사는 한 지인이 전세집을 구하다 부동산 중개업자한테 황당한 소릴 들었습니다. 그 중개업자는 몹시 흥분한 상태였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제 지인은 전세만기가 돌아와서 새로운 집을 구하려고 중개업소에 오전부터 의뢰했는데 마침 이사날짜와 맞는 물건이 나왔고 운이 좋다는 생각에 오후에 가계약이라도 걸 생각이었습니다. 그 집은 현재 55평기준 3억5000만원에 세입자가 살고 있는데 융자가 1억5000만원 정도 있었다고 합니다.

요즘 시세는 2년전보다 1억원 정도가 올라 전세값이 4억5000만~5억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금리가 워낙 낮아 집주인은 반전세를 요구했고, 오전까지만해도 4억원에 월 20만원 정도에 협의가 됐습니다. 물론 융자는 현재 1억5000만원가량 설정돼 있지만 7000만원으로 줄이기로 했습니다. 만약이긴 하지만 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될 경우, 보증금을 조금이라도 손해보지 않기 위해선 융자가 1억원을 넘으면 위험할 것 같았습니다.

이 아파트는 수지에서도 랜드마크라 불릴 정도로 대표적인 S건설의 R브랜드입니다. 2010년 입주가 시작돼 4년 정도밖에 안된 새 아파트나 다름없었고, 현재 지인이 살고 있는 55평기준 매매시세는 7억5000만~8억, 전세는 4억5000만~5억원 사이를 웃돌고 있습니다. 강남과 판교 등에서도 상당수 분들이 이주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 지인은 전문직으로 경제적으로 나름 여유가 있는 편에 속하지만 집을 살 마음은 애당초 없었다고 합니다. 애들 교육문제로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서울 근교로 이사갈 생각도 하고 있구요. 그래서 이번에도 전세 재계약을 하려고 주인과 협의했지만 의견이 안맞아 다른 집을 구하기로 마음먹은 상황입니다.

지인은 오후 3시쯤 부동산에서 만나 가계약하기로 했는데 3시가 조금안된 2시30분쯤 중개업자가 연락이 오더니 주인이 계약조건을 바꾸겠다고 합니다. 당초 4억원, 20만원의 반전세 조건을 4억원, 40만원 정도로 올려달라고 했답니다. 지인은 잠시 고민하기도 했지만 요즘 전세물량이 없다는 소릴 들어서 그냥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10분후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이번엔 융자를 7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 그대로 남기겠다고 합니다. 중개업자 말로는 보증금 4억원에 1억5000만원 융자를 해도 5억5000만원이고, 현 시세가 최소 7억5000만원은 나가니 최악의 경우에도 보증금 떼일 걱정은 안해도 된다고 해 지인은 다시 새로운 조건에 동의했습니다.
약속시간인 3시경 지인은 중개업소로 나가는 길이었습니다. 또다시 부동산에서 전화가 옵니다. 주인이 보증금을 5000만원 또 올려달라고 했답니다. 다른 부동산에서 알아보니 그정도는 다 받아준다고 했답니다. 융자도 1억5000만원에서 다시 2억원까지 늘린답니다. 이번엔 중개업자도 너무 어이가 없어서 제 지인에게 이런 계약 하지말라고 했습니다.

그 중개업자 말로는 요즘 전세물건이 없어 다소 이해가 안되는 진상고객(?)들이 간혹 있는데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는 주인이라면서 다른 물건을 알아봐주겠다고 하고 전화는 끊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주인은 이 부동산 저 부동산에 실시간으로 알아보며서 저울질했던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55평 전세물건은 이 단지에 지인이 살고있는 물건하고 그 주인 물건하고 단 두개뿐인데 전세를 구하려는 세입자는 계속 문의가 오는 상황이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듯 합니다.

지인은 "몇달전부터 요기 아파트는 거의 전부가 재계약이거나 반전세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며 "사실 이전처럼 현재 보증금을 빼서 다른 단지로 옮겨도 거의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라 이사비나 복비라도 아끼려고 움질이질 않는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지인 역시 재계약을 원했지만 집주인과 융자 문제로 협의가 틀어진 상태였습니다.

지인은 "언론에서도 서울 재건축단지 들먹이며 경기도나 신도시로 이주하려는 수요가 많아 내년 전세값이 더 오른다고 경쟁적으로 보도하다보니 집주인들이 집을 내놔야 하는 상황인데도 안 내놓거나 월세를 유도하고 있다"며 "현재 집주인이 갑중의 갑인것 같다"고 푸념했습니다.

사실 전세든 매매든 심리적인 영향도 무시 못합니다. 일반인들은 매일같이 넘쳐나는 부동산관련 보도에 귀를 기울일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서울이나 수도권 부동산시장은 매매가 다소 소강상태고, 전세시장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는게 대세적인 의견입니다. 그러다보니 집주인보다 당장 새로운 집을 구하려는 세입자들이 심리적으로 더 불안한게 사실입니다.

어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매매시장은 다소 보합세를 보였고 전세시장은 서울 강남3구를 중심으로 상승률이 컸다고 합니다. 경기도도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강남3구(0.29~0.33%)에 비해선 크지 않았습니다. 특히 용인은 0.06% 상승하는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요즘같은 전세시장에선 몇 프로 올랐다는 데이터는 실제 거래하는 일반인들에겐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전세값이 지속적으로 오른다는 전망자체가 심리적으로 영향을 주다보니 아직까진 서울 재건축 수요가 미치지 않는 지역들에게까지 벌써부터 들썩이게 하네요. 언론의 시장전망이 좀 더 신중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글로벌이코노믹 최인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