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밤 방송되는 SBS스페셜은 '남편, 아내에게 쫓겨나다'편으로 현직 판사와 함께 들여다 본 2015 대한민국 이혼 법정이 그려진다.
놀라운 것은 중년 부부 중 아내가 남편에게 이혼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과거 중년 여성들은 남편과의 불화가 깊어져도 자식들을 위해 참고 살았다. 하지만 요즘 중년의 아내들은 남편 앞에 당당히 이혼 서류를 내민다.
한편 아내에게 이혼 요구를 받은 남편들은 분노한다. 박승호(가명)씨는 매일 일기를 쓰며 자신을 용서해 달라 빌고 또 빌었지만, 아내와 이혼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힌다. 그와 같은 처지의 남편들은 모두 '왜 늙고 힘없어진 지금에 와서야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는 것인가?'가 의문이다.
가정법원을 찾는 중년 남편들은 대부분 자신이 이혼 당하는 가장 큰 이유가 경제력 때문이라 말하지만 아내들은 그것이 단지 남편들의 착각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중년 이혼의 문제점은 가족과의 단절, 그리고 외로움이다. 강철규(57)씨는 20여 년간 해외에서 살다 귀국한 후 택시 일을 하다 이혼했다. 젊은 시절 동시통역사로 일했다는 강철규씨는 동시통역을 그만두고 택시 일을 시작하면서 아내에게 돈 못 버는 남자로 구박받다 결국 아내에게 이혼당했다. 이혼 후 철규씨는 세간 몇 개와 이부자리를 실은 산 속의 작은 승합차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휴대전화 속 손녀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외로움을 달랜다.
반면 한 때 이혼서류에 도장까지 찍었다는 배정효와 최갑순씨 부부는 함께 공존하기 위해 '떨어져 사는 길'을 택했다. 두 사람은 주말부부로 살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35년을 함께 살다 떨어져 살기 시작한지 두 달. 이제 남편은 자신과 아내가 너무도 달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두 부부는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김성은 기자 jad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