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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자 경제학(18)] 필리핀 주식·채권 투자는 어떻게 이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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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자 경제학(18)] 필리핀 주식·채권 투자는 어떻게 이뤄지나

은행계좌 개설하고 장기체류 비자 받아야 거래 가능

국내 증권사 통한 거래 불가
여권·외국인등록증 있어야
최소 예치금 평잔 유지해야
2015년도 GDP 5.13% 성장
86년 2월 129.52P가 최저
주가지수 꾸준하게 상승 중


선거혁명에 거는 기대


이번 필리핀 대통령 선거가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다. 가문 위주의 정치권력, 가문 위주의 경제력 집중, 범죄와 부패 분야에서 획기적인 변화 요구가 반영된 선거 결과였다. 필자는 필리핀에 거주한 경험이 있기에 더욱 더 현실적으로 느끼고 이해하고 있다.

2016년 5월 9일 필리핀에서 선거혁명이 일어났다. 인구 144여만 명(위키피디아, 2010년 인구센서스 자료)이 거주하는 민다나오의 다바오시 시장 두테르테(Duterte)가 유수한 대통령 후보들을 물리치고 압도적 지지(1600여만표 득표)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선거 초기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다. 대전시 인구 규모의 시장이 일약 1억 인구의 대통령이 된 것이다. 필리핀 정치 단계는 지방도시 시장, 하원의원, 주지사, 상원의원을 거쳐서 대통령에 출마한다. 물론 꼭 이런 단계는 아니지만 대개 이런 과정을 거쳐서 대통령에 출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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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두테르테 대통령은 4단계를 훌쩍 뛰어넘어 당선이 된 것이다. 공약은 단순하다. ‘마약범죄와 부패를 6개월 내 척결하겠다’는 공약에 국민들은 열광했다. 검사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다바오 시장 시절에 범죄자들을 법에 의존하지 않고 처치했다고 한다. 시장이 중범죄자를 처형했다는 소문은 있어도 이 일로 인하여 시장이 법의 심판을 받은 적은 없다. 필리핀만의 특수한 현실이다. 심지어 (마약)범죄자 10만 명을 마닐라 만에 수장시키겠다는 연설에 일부 비난을 잠재울 정도로 국민들은 열광했다.

일부 외신과 기득권들은 새로운 독재자 출현 또는 헌법 파괴자라고 비난을 하지만 국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지했다. 매년 경제가 성장했다고 발표해도 개인의 삶이 나아진 것 없는, 실업과 가난에 허덕이는 절대 다수의 국민과 (마약)범죄와 부패에 대해 혐오하는 젊은 국민들이 선거혁명에 앞장섰다. 범죄 검거율이 낮으며 소송으로 가면 최소 5년 이상이 걸린다. 또한 엄청 비싼 소송비용을 서민들은 감당할 수 없다. 두테르테 본인의 공약대로, 대통령(본인)이 죽느냐 마약범죄•부패가 소탕되느냐는 문제만 남았다.

또한 일부 외신들은 그나마 최근의 경제성장이 후퇴할 거라거나 영유권 분쟁 등에서 외교적 마찰을 빚을 거라는 부정적 반응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헌법이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고 기득권만을 보호하며, 기성 정치권력은 국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독재(?)로 불리는 통치를 국민들은 환호하며 선택했다. 소수 기득권의 이익을 국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게 하고 범죄를 소탕한다면 두테르테는 필리핀 국민의 영웅이 될 것이다.

GDP 성장률은 높지만 개인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아


통계자료에 의하면 2001년부터 2015년까지 필리핀의 국내총생산(GDP) 평균성장률은 5.13%다. 2015년에는 5.8% 성장했다. 이런 추세라면 필리핀 국민 개개인의 소득이 증대되고 살기가 훨씬 나아졌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여전히 서민들은 실업과 최저임금(1일 300페소 내외, 7500원/페소당 25원 적용, 업종과 지역에 따라 다름) 수준에서 허덕이고 있다. 그나마 직업이 있다면 우리 돈으로 한 달에 약 25만~30만원 정도의 급여로 가족의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근로계약서에 2주에 한 번씩 급여를 지급한다는 조항을 넣는다. 한 달에 한 번 급여 지급으로는 생계를 이어가기 곤란한 가구가 많기 때문이다.

‘코후앙코(Cojuangco)’ 가문이 전체 GDP의 75%를 차지한다니 이해가 된다. 아무리 경제성장을 한 들 몇몇 가문의 기업만 키울 뿐 국민들은 경제성장의 과실을 누리지 못하는 이유다. 그나마 주식(主食)인 쌀값과 교통비 및 환율을 안정시키고 있어 다행이다. 그리고 혹한이 없는 아열대 기후라서 슬리퍼와 반바지로 견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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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주식 및 채권투자 위한 비자와 외국인등록증


필리핀 국민들의 삶과는 별개지만 경제는 성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주식시장의 주가(주가지수 포함) 또한 많이 올랐다. 이번에 당선된 두테르테 차기 대통령(6월 30일 취임)의 경제정책(대외 개방정책)을 기대하면서 필리핀 주식과 채권투자를 위한 방법을 알아보자.

외국인은 필리핀에서 법인 설립이나 토지 매입 시 지분의 40%를 넘지 못하게 금지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선진국의 자금을 끌어오기 위하여 투자비자, 은퇴비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틈새를 활용하면 주식이나 채권거래가 가능하다. 외국인으로서 필리핀에서 주식이나 채권투자를 하고 싶다면 우선 장기체류 비자를 받아야 한다. 투자비자, 은퇴비자, 취업비자가 장기체류 비자에 속한다. 다출산과 고용효과가 큰 제조업이 별로 없기 때문에 실업이 넘쳐나고 취업이 어렵다. 따라서 외국인의 취업비자는 상당히 까다롭고 시일도 오래 걸린다. 그리고 투자비자는 7만5000달러 이상을 투자해야 하며 절차 또한 복잡하다. 은퇴비자는 비교적 쉽게 취득할 수 있다.

은퇴비자는 투자비자보다 예치금이 적을뿐더러 은퇴비자로도 필리핀에서 (주식, 채권) 투자나 (개인)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 35세부터 은퇴비자 신청이 가능하고 나이와 연금 유무에 따라 투자금액(예치금)에 차등을 두고 있다. 만 50세 이상의 경우 매월 받는 연금(본인 월 800달러, 부부 월 1000달러)이 있는 경우 1만 달러를 6개월 이상 예치해야 한다. 연금이 없는 경우 2만 달러를 예치해야 한다. 예치금은 예치 상태로 두거나 또는 콘도주택(우리의 ‘아파트’에 해당) 매입이나 토지 장기 임대용으로만 인출이 가능하다. 따라서 다른 자금으로 (은행 및 증권)계좌를 개설하여 주식이나 채권투자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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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은행계좌와 증권계좌 개설

아직은 국내 증권사를 통하여 필리핀 주식이나 채권을 거래할 수 없다. 필리핀의 주식이나 채권을 거래하고 싶다면 필리핀 은행계좌를 먼저 개설(또는 증권회사에서 주식거래계좌 개설과 동시에 은행계좌 개설을 해주기도 함)해야 한다. 은행계좌 개설에 필요한 자료는 여권과 외국인등록증 및 사진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은행별 계좌개설에 필요로 하는 최소 예치금(은행마다 다르며 5000페소에서 1만 페소까지 다양하며, 계좌가 개설되면 최소 예치금 이상의 평잔을 유지해야 한다. 평잔을 유지하지 못하면 매월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음)을 예치해야 한다.

은행계좌 개설을 위해서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아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필리핀 장기체류(투자비자, 은퇴비자, 취업비자, 관광으로 입국하여 체류기간 연장 등) 시 이민국에서 발급해 주는 ‘외국인등록증(Immigration-Card, 통상 ‘I-Card’라 부름)’을 말한다. 가급적이면 계열 증권회사가 있는 은행(BPI, BDI 등)의 지점에서 은행계좌와 증권계좌를 동시에 개설하면 편리하다. 이미 은행계좌가 있는 경우 해당 증권사의 홈페이지를 통하여 ‘온라인거래 신청서(Online Application)’를 작성 제출하고 ID와 P/W를 부여받고 HTS를 다운받는다. 참고로 BPI Trade(홈페이지: www.bpitrade.com)에 들어가면 온라인거래 신청과 거래절차를 알 수 있다.

은행계좌와 증권계좌가 개설되면 인터넷을 통하여 은행계좌에서 증권계좌로 자금을 이체하여 온라인 주식거래를 할 수 있다. 지금 필리핀 주식시장은 역사적으로 상당히 고점이다. 채권 수익률은 한국보다 높다(기준금리 3.0%). 적은 규모로도 채권거래가 가능하다. 계좌개설 후 꾸준히 관찰하면서 기회를 엿보아야 한다. 계좌개설이 선행되어야 관심을 갖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되면 투자 기회가 오게 마련이다.

필리핀 주식시장 개요

필리핀 주식시장(PSE, The Philippine Stock Market)은 1927년부터 운영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 가장 오랜 된 주식시장이다. 메트로 마닐라에 두 개의 주식거래소가 있다. 하나는 마카티 시의 아얄라(Ayala) 타워에 있는 본부와 또 하나는 파식(Pasig) 시에 소재하는 올티가스(Ortigas)센터다. 상장된 기업 수는 현재 312개이다.

‘필리핀종합지수(PSEi, PSE Composite Index)’는 30개 대표기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필리핀 대표지수다. 역사적 최저점은 1986년 2월 129.52포인트이며 2015년 4월 8127.48포인트가 역사적 최고점이다.

필리핀 주식시장의 장기 그래프를 보면 2008년 이후 미국의 리먼사태 영향으로 잠시 하향 곡선을 그렸으나 2009년부터 줄곧 상승하여 2015년부터 7000포인트 내외를 오르내리고 있다. 필리핀종합지수(PSEi) 이외에도 ‘전체주식지수(ALL, PSE All Shares Index)’ ‘금융지수(FIN, PSE Financials Index)’ ‘지주회사지수(HDG, PSE Holding Firms Index)’ ‘산업지수(IND, PSE Industrial Index)’ ‘광업 및 원유지수(M-O, PSE Mining and Oil Index)’ ‘부동산기업지수(PRO, PSE Property Index)’ ‘서비스업지수(SVC, PSE Services Index)’ 등이 있다. 필리핀은 총기를 규제하고 중국처럼 개혁과 개방만이 국민들을 편안하고 골고루 잘살 수 있게 하는 길이다. 그러면 외국투자가에게도 매력적인 투자대상 국가가 될 수 있다.
황상석 전 NH농협증권 PI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