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길거리에 일본어가 울러 퍼졌다. 점원들은 길거리로 나와 일본어로 호객 행위를 펼쳤다. 불과 일주일 전만해도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판촉 행사를 펼쳤던 거리가 한 순간에 바뀌었다. 화장품 매장 직원 이모씨는 “중국 사람들을 볼 수가 없다. 일본 손님을 대상으로 물건을 팔고 있지만 매출이 30~40% 떨어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17일 오후 서울 명동 일대는 한산했다. 길거리를 가득 메웠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은 종적을 감췄다. 오후 4시쯤 관광차 한 대가 명동 입구에 도착했지만 프로젝트 때문에 한국을 방문한 이란 플랭크 회사원들이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상황은 면세점이 더 심각했다. 18일 방문한 서울 잠실 롯데면세점은 관광객보다 점원수가 더 많을 지경이었다. 평소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휴식을 취하던 대기 공간은 텅 빈 모습이었다. 한 점원은 “관광객이 줄어든 건 맞지만 끊긴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서울 을지로 롯데면세점에 도착하니 독특한 관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한 중국인 관광객이 롯데면세점 로고가 지워진 흰색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 A씨는 “공항에서 받았다”고 설명했다. 쇼핑백 안에는 롯데면세점에서 구입한 물건들이 가득 차 있었다.
롯데면세점 로고가 그려진 쇼핑백을 한데 모아 버리는 관광객도 있었다. 관광객 B씨는 쇼핑백을 보여주며 “물건을 포장한 종이상자와 쇼핑백을 버리려고 했다. 한국 물건이 좋아 물건을 많이 사지만 아무래도 (중국 정부의)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신라면세점은 롯데면세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중국 관광객들을 볼 수 있었다. 이들에게 말을 걸어 보니 ‘한국 관광 금지령’이 내린 15일 이전에 출발한 관광객들이었다.
신규 면세점의 상황도 비슷했다. 두타면세점은 삼삼오오 돌아다니는 싼커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면세점 관계자 C씨는 “중국 사람들은 정서상 한 번 타오르면 같이 들끓는 분위기가 있다”며 “예측하고 있었던 상황이지만 메르스 때보다 더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을까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했다.
한지명 기자 yol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