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웅 임금이 신시에 도읍을 정하고 나라 기틀을 다지면서 필요한 것을 적어 둘 수 있는 글이 없어 불편을 겪게 되었다. 임금은 이 때문에 방도를 찾느라 늘 애쓰고 있었다.
그는 황급히 활시위를 당겼다. 그러나 사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는 도망간 사슴을 찾아 산과들을 헤매다가 평평한 모래벌판에 이르렀다.
이때 모래벌판에 사슴이 지나간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거기에서 사슴을 뒤쫓는 일도 까맣게 잊은 채 사슴 발자국만 물끄러미 들여다보면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얼마 후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무릎을 내리쳤다. 바로 ‘생각을 접어두는 방법’을 사슴 발자국에서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정신 없이 집으로 달려온 그는 ‘산은 어떻게 나타내며 나무는 어떻게 표시할까’ 머리 속은 온통 그런 궁리로 꽉 차있었다.
해가 지고 달이 뜨는 것도 잊은 채 여러 가지 물건의 모양을 떠올리며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드디어 혁덕은 글자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실로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문자가 탄생된 것이다. 이 글자는 사슴발자국을 보고 만들었다고 해서 ‘녹도문’이라 하며, 또한 신시 혁덕이 만들었다고 해서 ‘신시문자’라고도 한다.
김경상 다큐멘터리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