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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적(敵)보다 위협적인 내부 총질에 대한항공 ‘시계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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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적(敵)보다 위협적인 내부 총질에 대한항공 ‘시계제로’

외면(?)당한 조현아, 동생 조원태 겨냥 ‘선전포고’
“가족간 협의 없이 일방적”VS “경영은 법대로 운영돼”
조 전 부사장, 사업 구조조정·상속세 부담 등 작용 관측
삼남매·이명희·우호세력, 이탈시 경영권 방어 실패
위협수위 놓이는 강성부 펀드…내부 연대도 배제 못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뉴시스]

지난해 연말부터 이른바 토종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에 경영권 위협을 받았던 대한항공이 올 연말에는 '내부 총질'에 살얼음판이다.

포문을 조현아 전(前) 대한항공 부사장이 포문을 열었다. 조 전 부사장은 23일 법무법인 원을 통해 입장자료를 내고 “조원태 회장이 고(故) 조양호 회장의 공동경영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한진그룹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겠다”며 세(勢)대결까지 예고했다. 이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향한 선전포고다.

조 회장도 이에 맞서 방어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회사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따라 행사돼야 한다”면서 “이번 논란으로 회사 경영 안정을 해치고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강성부 펀드의 여전한 경영권 위협과 외부 주주 지분율이 높은 상황에서 조 전 부사장 돌발행동에 자칫 한진그룹 경영권이 외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자 한진칼 2대 주주인 강성부 펀드는 지분을 당초 15.98%에서 17.29%로 늘리면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 한진家 ‘남매의 난’ 조현아 왜?


조현아, 조원태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은 예견됐었다. 지난 4월 타계한 고(故)조양호 회장이 후계자를 지목하지 않으면서 경영분쟁 불씨를 남겼다. 이후 조원태 회장의 동일인(총수)지정 과정에서 자료 제출이 늦어져 갈등 조짐을 보여왔다. 이날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의 총수 지정 등이 가족간 어떤 합의도 없이 진행되는 등 조 회장 유훈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추진하려는 계열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이 자리를 지키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지난해 3월 칼호텔네크워크 사장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동생 조현민 전무의 ‘물컵 갑질’ 사태로 동반 사퇴해야 했다.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과 밀수 혐의로 복귀 시기는 한없이 늦춰졌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4월 동생 조현민 전무가 복귀하면서 경영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지난달 대한항공 인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일각에선 조 회장이 반대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한 대한항공이 최근 명예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조 회장이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정리할 것”이라고 언급한 점이 조 전 부사장 반발을 산 도화선이 됐을 가능성도 높다. 업계에서는 한잔그룹 항공 분야는 조 회장이 맡고 호텔레저 사업은 조 전 부사장, 진에어는 조 전문가 담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조 전 부사장이 대표를 맡았던 왕산레저개발과 일부 레저 사업들은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난해부터 강성부 펀드로부터 공격을 받은 분야이기도 하다. 당장 내부 반발에도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한 조 회장 입장에서는 적자를 보고 있는 호텔레저 사업을 유지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조 전 부사장측이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 중요한 사항들이 결정되고 발표됐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막대한 상속세도 조 전 부사장으로선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故) 조 회장 부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 전 부사장 등 3남매의 상속세 규모는 약 2700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450억 원을 납부한 상태다. 상속 비율이 각각 '1.5대1대1대1'로 지난 4년 간 무직으로 현금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조 전 부사장으로서는 상속세 총 600억 원을 홀로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결속력 잃은 한진家, 경영권 ‘분쟁→상실’?…동력 잃은 대한항공


조 전 부사장과 조 회장간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할 경우 한진가 경영권도 위태롭다. 여전히 한진진그룹을 옥죄고 있는 강성부 펀드는 지분을 17.29%까지 높였고, 여기에 6.28%의 지분을 보유한 반도건설까지 가세하면 한진칼 경영권은 외부로 넘어갈 수도 있다.

현재 한진가의 한진칼 지분율은 조 회장 6.52%, 조 전 부사장 6.49%, 조 전무 6.47%, 이 고문 5.31% 등 24.79%다.

조씨 남매간 갈등이 불거졌지만 주주총회가 내년 3월로 예정된데다 강성부 펀드 등 위협이 불거지면 삼남매와 이 고문이 결집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한진가 우호 지분인 미국 항공사 델타항공(지분율 10%)이 방어 전선을 형성하면 외부 공세 차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장담하기 어렵다. 고 조 회장 타계로 이미 한진가와 우호 세력간 결속력이 약화된 가운데 경영권과 이익이 보장된다면 외부와의 연대도 가능하다.

경영권 분쟁으로 조 회장 구조조정은 동력을 잃게 됐다. 업황 부진 등 대내외적 요인과 불확실성에 임원 감축과 6년 만에 희망퇴직을 신청 받으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삼남매간 갈등으로 구조조정이 명분을 잃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비용 절감과 동시에 지분 매입 등 경영권 확보에 자금이 지출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외부 시선도 차갑다. 대기업 경영세습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여전한 데다 ‘땅콩회항’ ‘물컵갑질’ ‘명품 밀수’ ‘가사노동자 불법 고용’ 등 국민적 공분이 끊이지 않았던 한진가가 이번엔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면서 비난 여론은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다.

과거 대기업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던 ‘형제의 난’의 결말에서 보듯 형제들은 서로 등을 돌린 채 일생을 보내야 했고 급기야는 자살하기도 했다. 악화된 관계가 호전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재계 관계자는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1년도 넘기지 않고 벌어진 한진 경영권 분쟁에 업계도 씁쓸한 분위기”라며 “한진을 향한 비난 여론이 대기업 전반으로 확대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