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은 이날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에 대해 "나는 그의 유머감각을 정말 좋아한다. 스스로 즐기며 심각해지지 않는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또 한국 영화팬들에게도 "우리 영화를 지지해 주면서도 솔직한 의견을 제시해 준 영화 관객, 영화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 부회장은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 제작자다. 하지만 외부에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이 때문에 ABC 등 유수의 해외 언론들이 이 부회장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그녀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수익성 높고 규모가 큰 회사인 삼성의 설립자 이병철 회장의 손녀다. 영화 관계자 아담 리신스키는 포춘지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아이러니한 표현으로 이 부회장을 거론했다. 즉 "이 영화의 최고 재정 후원자는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악마처럼 여기는 사회 엘리트들의 전형이랄 수 있는 한국의 가장 유명한 가문의 일원"이라고 소개했다.
제작사 CJ엔터테인먼트의 부회장으로, CJ는 과거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등의 영화를 보유하고 있다.
버클리대 동아시아학과의 한국영화 전문가인 안진수씨는 포춘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이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강력한 여성 영화 제작자라고 말했다. 그는 "이 부회장은 지난 10여 년 동안 혁신적인 영화에 투자하는 위험을 감수해 왔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CJ와 함께 지난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선출된 이후 탄핵으로 물러나는 2017년까지 예술계에 대한 '블랙리스트' 파동으로 격동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결과적으로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 섰다.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보좌관이 2013년 당시 이 부회장에게 CJ엔터테인먼트에서 물러나라고 압력을 가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조윤선 전 문화부 장관은 박 전 대통령에게 비판적이었던 수천 명의 예술가를 대상으로 한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구속됐다. 이 명단에는 거의 1만 명의 예술가들이 포함되었고 정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블랙리스트에는 수상작가인 한강과 기생충 봉준호 감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41억 달러(4조9000억 원)의 연예 제국 CJ를 감독한다. 지난 2013년 와이어드지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그녀의 꿈은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 문화를 즐기는 것을 보는 것"이었다고 한다.
한편, 이 부회장은 미국 테네시 주에서 태어났으며 세 살 때 가족과 함께 서울로 이사했다. 하버드를 졸업하기 전에 한국, 대만, 일본에서 인문학과 언어를 공부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하버드에서는 한국어 수업도 제대로 듣지 못했고 한국 문화도 파악되지 않았다. 이 때부터 평생 한국 문화를 알리려는 집착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학자인 엘리 오펙에 따르면 CJ엔터테인먼트는 K-Pop이나 한국 드라마의 글로벌 진출이 성공적이었으며 이 부회장은 앞으로도 한국 문화를 서양으로 가져오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아마도 핵심적인 질문은 미국인들이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같은 일회성 성공 스토리를 넘어 진정 한류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가 될 것이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