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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미국 코로나19 확산 속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차기 대권 주자로 뜨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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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미국 코로나19 확산 속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차기 대권 주자로 뜨는 이유는?

코로나19에 대한 냉정한 대응으로 차기 대권 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이미지 확대보기
코로나19에 대한 냉정한 대응으로 차기 대권 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가운데 이 문제에 의연하게 임하고 있는 뉴욕 주지사 앤드루 쿠오모가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는 인류 전체의 고통, 심리적 피로, 불안, 공포다. (중략) 그러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한다.” 이는 4월 2일 밤(미 동부시간) 뉴스 전문방송 ‘MSNBC’에 출연한 미국 뉴욕 주지사 앤드루 쿠오모(민주당)가 강조한 말이다.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압축한 짧은 센텐스의 명쾌한 표현으로 설득력 있는 수사다.

뉴욕주는 3월 중순 감염자 수가 갈수록 배로 늘어나는 폭발적 감염(오버슈트)에 돌입했다. 쿠오모는 지난달 2일 주내에서 감염자가 최초로 나타난 것을 계기로 매일 정례회견을 시작했다. 이어 7일 감염자 수 76명으로 늘자 ‘긴급사태 선언’을 발동하고 주 정부의 모든 역량을 코로나19 대책에 돌렸다. 이어 22일 밤부터는 출근 금지, 자택 대기 및 사실상의 외출 금지를 발령했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의 집계에 따르면 뉴욕주는 9일 오후 7시(미 동부시간) 현재 주내 감염자는 15만9,937명, 사망자는 7,067명에 이르고 있다. 미국 최대의 도시로 인구가 밀집한 뉴욕시에서는 몇 분마다 한 명씩 숨지는 전쟁터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쿠오모 지사는 항상 회견에서 냉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회견의 첫머리에서는 날마다 자택 대기를 철저히 해 감염 커브를 완만하게 할 것과 병상이나 인공호흡기를 정점에 대비해 확보한다는 것을 기둥으로 코로나19와 싸울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에 여성 인기 개그맨 첼시 핸들러는 트윗에 “쿠오모(의 기자회견)에 맞춰 깨어나는 게 최고. (트럼프 행정부의) 지난 3년간 우리가 잃었던 것을 되찾아 주는 것 같다.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리더십과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가 좋다”고 글을 올렸다.

핸들러와 같은 리버럴 시민은 모두 이번 코로나19 확산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수롭지 않다고 반복하며 진지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는 데 절망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쿠오모가 바이러스와 치열히 싸우며 ‘자신감에 찬’회견을 계속하는 것에 시선이 고정되고 있다. 뉴욕 주민이 아니더라도 스트리밍 중계를 힐링이 된다며 지켜보는 사람도 많다.

쿠오모는 지난달 31일 남동생으로 CNN 앵커인 크리스 쿠오모(49)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자택의 지하실에서 자가 격리하고 있다는 것을 발표했다. 이때는 냉정한 모습을 보였지만 다음 날 회견에선 “마이 리틀 브라더”라며 다소 울먹이기도 했다. 이어 다음 달 2일 회견에서는 “지하실에서 녹초가 된 동생을 혼내 주지는 않을 거야”라며 크리스를 비디오에 참가 시키며 농담을 건네는 여유도 보였다.

이러한 형제의 주고받는 모습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거야말로 인간적인 리더”라며 트위터에서 칭찬의 목소리가 쇄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쿠오모를 대통령으로’라는 2024년의 대통령 선거 출마를 열망하는 해시태그도 나와 인용 트윗 수가 많음을 나타내는 ‘트렌드’에도 진입하고 있다.

감염상황에 따라 선제적 대응을 펼치고 있는 쿠오모의 이러한 행보는 전염병 학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애초에는 감염 확대를 우습게 본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3월 초순부터 감염 확대가 시작되면서 불도저와 같은 지도력을 보여주고 있다.

쿠오모처럼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주지사가 없었더라면 지금쯤 올 대선 민주당 지명 후보를 사실상 확정 지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뉴스의 헤드라인을 빼앗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바이든 역시 트럼프와 같이 코로나19 대책에 아무런 영향력을 보이지 않으면서 쿠오모의 인기가 급상승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뉴욕주에서 믿을 수 없는 숫자의 사망자 발생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쿠오모가 없었다면 사망자는 더 늘어났을 것이다. 위기 때 인간들이 강한 지도력을 열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