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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중국 시진핑의 ‘일대일로’ 구상 좌절 위기…반중국 감정 확산으로 이탈국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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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중국 시진핑의 ‘일대일로’ 구상 좌절 위기…반중국 감정 확산으로 이탈국 속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거대 경제권 구상 ‘일대일로’가 코로나19 장기화와 반중국 감정 확산으로 고비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이미지 확대보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거대 경제권 구상 ‘일대일로’가 코로나19 장기화와 반중국 감정 확산으로 고비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정보 은폐 의혹, 사이버 공격, 동 중국해와 남 중국해에서의 영토적 야심, 홍콩과 위구르의 인권문제 등 국제사회의 반중국 감정이 확산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거대 경제권 구상 ‘일대일로’를 둘러싸고, 인프라 개발의 이름 아래 참가국이 과중한 빚을 지게 되면서 계획이 늦어지거나 좌절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8일 트위터에 “중국과의 완전한 관계 단절도 선택사항 중 하나이다”라고 투고했다. 홍콩에 국가보안법을 도입하려는 중국에 대한 비판을 강하게 하는 것과 함께 외에 위구르 인권법안에도 서명했다.

존 볼턴 전 대통령 보좌관의 저서에서 시 주석에게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지원을 요청했다고 지목된 트럼프가 대중 강경 자세를 나타내는 목적도 엿보이지만, 적어도 대통령 선거까지는 중국과의 타협은 어렵게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센카쿠 열도 바다를 연일 항행하고 남 중국해에서도 영토적 야심을 보이는 중국에 대응해 미군은 태평양에 항공 모함 3척을 동시 전개했다.

한편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정부와 공적 기관 등이 해외 국가조직으로부터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발생원 조사를 둘러싸고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중국의 관여가 지적되고 있다. 코로나19를 둘러싸고 작년 여름부터 우한시에서 퍼지기 시작하고 있었다고 하는 연구도 나오는 등 중국에 대한 각국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시 주석이 제창한 ‘일대일로’도 어려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에 이르는 광대한 권역에서의 인프라 개발을 계획.하고 있는 중국의 구상에 신흥국을 중심으로 참가국이 증가하고 있지만, 고액의 부채를 떠안아 중국의 정치적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채무의 함정’ 문제가 표면화해 왔다.

이에 충격을 가한 것이 중국발 코로나19가 ‘일대일로’ 참가국에서도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19일 시점에서 16만 명 이상이 감염되고 있는 파키스탄에서는 ‘일대일로’를 상징하는 620억 달러(약 74조9,270억 원) 규모의 거대 인프라 사업 ‘중국 파키스탄 경제 회랑(CPEC)’계획이 크게 지연되고 있다. 파키스탄은 중국으로부터 300억 달러(약 36조2,460억 원) 대출에 대해 만기 연장을 요청했다.

4만2,000명 이상이 감염된 인도네시아에서도 고속철도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다. 일본의 중국 사정에 정통한 평론가 미야자키 마사히로 씨는 “감염 초기에는 인도네시아 등의 공사 현장에서 지연이 생겼다. 감염이 퍼진 나라들이 코로나19 대책에 비용을 사용하면서 이자를 제때 지불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대일로’의 유럽의 현관 문에 위치한 곳이 독일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다. 독일 로베르토 코흐 연구소의 집계에 의하면 코로나19의 독일 전역의 감염자 수의 20%가 같은 주에서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선진 7개국(G7)에서 처음으로 중국과 ‘일대일로’ 각서를 맺은 이탈리아에서는 23만 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했다.

일본의 니시하마 토오루(西濱徹) 제일생명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유럽에서도 그리스나 이탈리아에서 ‘일대일로’ 투자를 쌓아왔지만, 코로나19와 홍콩의 인권문제가 불거지면서 답보상태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독일도 대중국 스탠스를 엄격하게 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때문에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는 올해 안에 상환기한을 맞는 저소득국의 채무를 최소한 2020년 말까지 유예하는 것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 지원에 합의했다. 중국과 대립하는 미국은 국제기구가 빚을 돌려받지 못하도록 출구를 막고 있다.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일대일로’ 참가국들이 받을 수 있는 대출에 대해 IMF와 세계은행의 금융지원이 상환원자로 충당되지 않도록 두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니시하마 씨는 “많은 신흥국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재정 상황이 어려움을 더하는 가운데, IMF에 지원요청을 요구하는 나라도 많아 전액 지원은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은 신흥국 ‘일대일로’로부터의 이반을 꾀하고 있지만, 발 등의 불인 국내의 일로에 바쁘다. 신흥국에 있어서 최후의 희망은 중국이 될 가능성도 있지만, 앞날은 불투명하다”라고 분석한다.

전술한 미야자키 씨도 거액 채무와 코로나19의 더블 펀치를 받은 각국이, 중국에 아첨할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중국이 각국에서 채무를 거둬들이면 반중 감정은 높아질 것이다. 친중파인 파키스탄이나 캄보디아에서조차 코로나19를 계기로 반중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