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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연매출 2조달러 정유산업, 유가 급등에 고사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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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연매출 2조달러 정유산업, 유가 급등에 고사 위기

마진 재앙적 수준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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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시장 규모가 2조 달러인 정유산업이 역대 가장 고통스런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야후 파이낸스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야후 파이낸스는 유럽 최대 정유사인 토탈의 패트릭 포이안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투자자들에게 "정유 마진이 확실하게 재앙적인 수준으로 추락했다"고 경고한 것은 정유사 경영진들, 트레이더들, 애널리스트들이 모두 공감하는 발언이었다고 전했다.
정유사 경영악화는 에너지 산업 전반에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직접적으로는 정유산업 직원들 수만명의 고용을 위태롭게 하고 공장폐쇄와 파산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대대적인 업계 인수합병(M&A) 바람을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되기도 한다.

골드만삭스의 정유 산업 담당 애널리스트 니킬 반다리는 "우리가 이제 정유산업의 '합병시대'에 들어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엑슨모빌, 로열 더치 쉘 등 석유메이저들의 정유산업, 중국 시노펙, 인도 인도석유공사 같은 아시아의 대형 정유업체들, 또 미국의 마라톤 페트롤리엄, 발레로 에너지 등 독립적인 정유사들 모두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문제는 정유산업을 고사시키는 직접적인 요인이 석유산업 전반을 살리는 처방약인 감산합의 그 자체라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재한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여기에 러시아가 포함된 이른바 OPEC+의 4월 감산합의가 텍사스, 오클라호마, 노스다코타주 등의 미 셰일산업을 구해냈을지 모르지만 정유사들은 이 때문에 심각한 압박을 받게 됐다고 야후 파이낸스는 전했다.
정유사들이 영업이익을 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값싸게 석유를 사서 이를 가공해 휘발유 등의 연료로 비싸게 내다 파는 것이다. 정유업계에서 이른바 쪼개다는 뜻의 '크래킹 마진'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트럼프의 감산 중재는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가격을 수개월만에 배럴당 16달러에서 42달러로 폭등시켰다. 그러나 휘발유 등 연료 수요는 제자리다. 가격 변화도 거의 없다.

수주일 전까지만 해도 경제재개 덕에 미국과 중국의 수요확대 기대감이 높았지만 미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사상 최대 수준으로 치솟는 등 재확산이 심각해지면서 이같은 기대감은 물거품이 됐다.

휴스턴 리포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디 리포 사장은 "정유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코로나19 재확산과 이에 따른 일련의 봉쇄"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제품별로 수요가 들쭉날쭉하다는 것이다.

휘발유와 경유 소비는 급증세를 보여 일부에서는 정상수준의 90%까지 회복했지만 항공유는 수요가 바닥을 기고 있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정상수준의 10~20%에 불과할 정도다.

정유사들은 항공유를 다른 유종과 섞어 사실상 경유를 만들어내는 편법을 쓰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경유, 난방유 같은 이른바 중간정제유가 차고 넘치게 됐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 에너지 애스펙츠의 석유산업 부문 책임자 스티븐 울프는 "지금 당장은 휘발유 수요가 간신히 일부 공장을 먹여 살리고는 있지만 항공유를 경유와 휘발유로 전환하는 것이 상황을 점점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진 악화로 정유공장 가동률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발레로 에너지의 텍사스주 매키 정유공장은 공장가동률을 70%로 낮췄다가 6월 초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신호탄인 메모리얼데이를 대비해 이를 79%로 끌어올렸지만 수요가 기대에 크게 못미치자 6월 중순 가동률을 사상 최저 수준인 62%로 다시 낮췄다.

야후 파이낸스는 여기에 과잉설비 문제까지 겹쳐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수십년간 정유설비는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급증했고, 유럽과 미국의 낡은 설비는 아시아 지역의 새로운 설비와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IHS마킷의 석유시장 다운스트림(석유 정제부문) 부문 부사장인 스펜서 웰치는 "앞으로 5년간 정유마진은 지난 5년 평균을 크게 밑돌 것이며 특히 유럽 지역이 심각히 타격을 받을 것"이라면서 "정유산업은 이미 어렵지만 앞으로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컨설팅업체 우드매킨지는 올해 전세계 550여 정유사들의 순익이 400억 달러에 그쳐 2018년 1300억 달러의 3분의1에도 못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이같은 심각한 도전으로 인해 정유사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생존하거나 구조조정 등의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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