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시장안정엔 '긍정' 신호...공공분양‧임대 위주로 집값 억제엔 '한계'

공유
0

시장안정엔 '긍정' 신호...공공분양‧임대 위주로 집값 억제엔 '한계'

공급주택 다수가 공공‧임대주택 물량, 중산층 실수요 흡수엔 역부족 전망
‘공공재건축’ 용적률 상향 불구 사업성 악화 우려로 조합 참여 여부 불확실

이미지 확대보기
문재인 정부 들어 23번째 부동산 대책인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이 4일 발표됐다.

문대통령이 직접 정부에 지시한 내용인 만큼 어떤 내용을 담을까 관심을 집중시켰는데 이날 베일을 벗은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놓고 전문가들은 일단 '공급 물량' 측면에서 시장의 불안 심리를 어느 정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 물량이 당초 시장과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0만가구를 훌쩍 넘어서는 13만가구 이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주택공급 대책이 단순히 공급량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점증하는 주택 수요를 흡수할 가능성에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그동안 수요억제 정책에 집중해 오던 정부가 기조를 선회해 이날 기대이상 수준의 공급 계획을 밝힘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 안정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이번 8.4 대책에는 예상보다 많은 주택공급 계획이 포함돼 있다”면서 “특히, 용적률 500% 상향, 층수 50층까지 허용, 용산 정비창 공급량 확대 등을 통해 공급량을 최대한 늘리려는 정부의 고심이 묻어나는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주택 수급을 강조해 온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그동안 정부가 규제일변도 부동산 정책으로 투기 수요를 잡겠다고만 했다가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언급한 뒤 “최근 시장의 공급 확대 요구에 정부가 확실한 공급 시그널(신호)을 보내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8.4 대책이 단순히 주택 공급량에 초점이 맞춰 있다는 점에서 주택 수요를 흡수할 지 여부는 여전히 확실치 않아 정부의 발표대로 주택공급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느냐에 정책 성패가 갈라질 것이라고 분석했고, 일부에선 과연 공급계획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회의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즉, 신규 물량 대부분이 공공분양‧임대주택으로 공급돼 서울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되는 ‘중산층 수요’를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양지영 소장은 “현재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의 원인은 내집 마련을 위한 중산층 준(準)실수요자들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그러나 이번 8.4 주택공급대책에서는 상당수가 공공임대와 분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집값 상승’ 불안감을 잠재우기는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신규 주택공급 대상지에 속한 지방자치단체와 첨예한 이해 갈등도 예상된다. 실제로 정부가 이날 8.4대책 내용 중에 정부과천청사 주변 유휴부지에 4000가구의 주택을 지어 최대한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과천시와 시민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열어 “과천시민이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청사 유휴부지에 4000가구 규모의 대규모 공동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시민과 시에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주는 일”이라고 비판하며,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에서 정부과천청사와 청사 유휴부지 제외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8.4 대책의 핵심으로 꼽히는 재건축‧재개발 등 도심고밀개발의 실효성을 놓고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공공참여형 재건축 등 방식으로 강남‧여의도‧목동 등 서울 주요 재건축단지의 용적률을 올려 7만여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공공재건축에 따른 상당한 개발이익이 공공분양, 임대주택으로 회수되면서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사업 조합들의 참여를 얼마나 이끌어낼 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권대중 교수는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사업(공공 재건축)이라는 점은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개발이익의 대부분이 공공으로 환수되는 것이기에 특히 좋은 입지의 사업지 같은 경우는 조합의 참여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실제로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원래 서울시가 추진하던 공공재건축에 반대 입장을 보여온 만큼 이번 정부의 8.4 공급 대책에도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용적률을 높이는 대신 임대주택을 늘릴 경우 사업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에서다.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 정비사업위원회 관계자는 “민간아파트에 공공재건축 방식을 적용해 용적률 등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해도 조합 입장에서는 이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 금싸라기 땅에 있는 아파트를 재건축해 임대주택으로 절반 이상 채우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공공재건축 방식을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앞으로 생각할 계획도 없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