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에 건설되어 붕괴 등 사고 우려와 정밀안전진단에서조차 수명이 임박한 것으로 분석되어 철거가 불가피했지만 서울시는 예상과 달리 보행로로 재탄생시켰다. 2015년 국제 지명 현상 설계 공모전을 개최하여 네덜란드 건축 사무소 ‘MVRDV‘가 최종 당선되었고 1024m 도로 위에 수목 화분 645개와 555개의 조명등을 설치해 밤에도 산책하기 좋은 친환경 산책로를 구현했다.
스페인(Spain)의 빌바오(Bilbao)는 1970년대 중반까지 제철과 조선 산업의 중심 도시로 항구까지 갖춘 명실상부한 스페인 공업의 중심지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한국 등 신흥공업국에 철강산업의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침체하기 시작했다. 빌바오시는 공장과 컨테이너로 가득한 네르비온(Nervion) 강변에 새로운 문화 시설을 유치하는 빌바오 메트로폴리 30 프로젝트(Bilbao Metropoli 30)를 진행하여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을 유치하기에 이른다. 뉴욕에 위치한 구겐하임 미술관은 달팽이 모양으로 유명한 건물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의 작품이며 빌바오 구겐하임은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Walt Disney Concert Hall)로 유명한 프랭크 게리(Frank O. Gehry)가 설계한 작품이다.
디즈니 콘서트홀의 조형과 유사한 콘셉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유선형의 면과 면이 만나는 각각의 유닛들이 입체적으로 구성된 유기적인 구조로 강변에 자리 잡아 훨씬 더 웅장하고 조화롭다. 매년 100만 명 가까운 관광객이 찾아오는 빌바오 구겐하임은 초기 건축비의 20배 가까운 매출(약 2조 890억 원)을 올렸으며 매년 1000억 원 정도의 수익을 올린다고 박물관 측은 밝혔다.
침체한 지역경제를 되살리고 지역의 랜드마크(Land Mark)로 명소화되는 도시재생디자인은 건축과 디자인의 융합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동인천 지하도와 신포역을 연결하는 ’신포 지하공공보도 연장 사업 국제설계공모전‘도 이와 유사한 사례이다. 인천시청의 보도자료(2020.12.31.)에 따르면 입상 작품중 신포지음의 경우 바우종합건축사사무소(bau4431@naver.com)와 지투디자인(kjh@g2design.co.kr)이 공동 응모한 제안이다.
도시 재생 디자인과 재개발은 사용자의 주거 편의성을 증대시키고 주거만족도를 높여 안정적인 정착률로 도시의 공공성을 향상 시킬 수 있다는 면에서 동일한 공공재의 성격을 띤다. 주거 안정의 효과는 크게는 도시 경쟁력 제고도 있지만, 국가적 고민인 출산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구도심의 도시 재생과 재개발 요구도 상당한데 가장 최근에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수진 1구역(성남시)의 경우 주민들 스스로 4년여간의 노력으로 구역지정까지 이른 대표적인 곳이며 ‘수진1구역 재개발사업 주민대표회의’(양회승, 윤한교)에 따르면 주거, 문화, 생활형 SOC 등이 복합된 재개발사업을 추진해 수준 높은 주거환경을 조성하고 지역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신주거지로 재생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겠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주거환경개선은 불충분한 공공지원과 개발이익 확보를 위한 고밀도 개발에 치중돼 왔다. 도시 재생이나 재개발은 한 지역의 랜드마크 디자인을 염두에 두는 공공의 디자인재 성격으로 새로운 접근 방향과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
김정한 씽크디자인연구소 대표(계원예술대 산업디자인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