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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철·김종현 LG '배터리 듀오', SK이노 '배수의 진' 뚫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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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철·김종현 LG '배터리 듀오', SK이노 '배수의 진' 뚫을까

SK이노 "ITC 결정 확정되면 美서 철수할 것" 언급
김준 사장·김종훈 의장, 정관계 인사 만나며 설득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SK서 합당한 배상 받겠다"
김종현 LG에너지 사장 "5조 투자하고 SK 공장 인수"
바이든 거부권 행사 시한 10일 앞두고 CEO 전면에

(왼쪽부터)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 사진=뉴시스 / 글로벌이코노믹 DB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 사진=뉴시스 / 글로벌이코노믹 DB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배터리 분쟁 판결에 대한 미국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한(현지시간 4월 10일)까지 열흘 남짓인 가운데 SK이노베이션(SK이노)이 미국 철수 가능성을 언급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

SK이노가 LG에너지솔루션(LG에너지)의 배터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ITC가 2월 10일(현지시간) SK이노에 10년 동안 미국 내 배터리 생산·수입·판매 금지를 명령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LG에너지는 SK이노를 향해 압박 수위를 높이자 두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전면에 나서 운명을 건 한 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SK이노 '美서 철수' 언급, 왜? "ITC 결정으로 쫓겨날 판"


30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ITC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미국에서 철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는 미국 조지아주(州)에 26억 달러(약 3조 원)를 투자했다. 조지아 1공장은 완공돼 견본 제품이 생산 중이고 2공장은 건설 중이다. LG에너지가 SK이노에 요구한 합의금은 3조 원 이상으로 알려졌는데 SK이노가 미국에 투자한 금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김종훈 SK이노 이사회 의장은 29일 모 매체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LG에너지 측이 제시한 합의금을 내면 SK이노가 10년 동안 미국 공장을 돌려 버는 돈을 모두 가져다주는 것"이라며 "차라리 미국 공장을 닫고 나가는 게 낫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현지 정계 인사를 만나 "좋아서 나가는 게 아니라 ITC 결정으로 쫓겨나는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김 의장은 미국 출장을 마치고 지난 28일 귀국했다.

김 의장과 함께 미국에 간 김준 SK이노 총괄사장은 미국에 좀 더 머무르며 바이든 행정부의 거부권 행사를 얻어내기 위한 설득 작업을 펼치고 있다.

◇ 신학철 '엄중' 김종현 '구애'…LG에너지 전방위 압박


SK이노에서 김준 총괄사장과 김종훈 의장이 미국으로 건너간 사이 LG 측에서는 이사회 의장인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종현 LG에너지 사장이 주전 투수로 등판했다.

신 부회장은 25일 LG화학 주주총회에서 "이번 사안(배터리 소송)을 유야무야 넘길 수 없다"며 "피해 규모에 대한 합당한 배상을 받도록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강도 높은 어조로 말했다.

신 부회장의 '작심 발언'은 앞서 SK이노 이사회가 막대한 합의금 지급은 배임 소지가 있다며 '합의 불가' 방침을 정하자 이를 겨냥한 것이다. 경쟁사와의 분쟁에 CEO가 직접 나서서 강경론을 펼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김종현 사장은 조지아주에 '구애 작전'을 펼쳤다. 김 사장은 지난 10일 래피얼 워녹 조지아주 상원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외부 투자자가 SK이노 공장을 인수하면 LG에너지가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SK이노의 ITC 패소로 조지아주에서 일자리 3000개 사라질 수 있다는 현지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조지아주는 SK이노-LG에너지 갈등으로 지역 고용시장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지난 2월 바이든 행정부에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조지아주 상원의회가 LG에너지와 SK이노 간 합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해 거부권 행사 요구가 사실상 잦아들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김종현 사장이 워녹 의원에 보낸 편지 내용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LG에너지는 2025년까지 5조 원을 투자해 미국에서만 140GWh(기가와트시)가 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신규 공장 후보지 가운데 하나가 조지아주다.

◇ 아직 10일 남았다…구광모-최태원 해결사로 나서나


ITC 판결 직후 실무진 차원에서 공방이 오갔지만 거부권 행사 시한이 점점 다가오면서 두 회사 CEO가 전면에 나선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LG와 SK 총수가 만나 '대승적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 문제를 놓고 회동할 지 여부는 ITC 판결이 나온 지난 2월부터 최대 관심사였다. 시기를 보더라도 최 회장이 국내 경제계를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추대돼 두 회사가 극적 합의를 일궈낼 가능성이 없지 않다.

현재까지 두 사람 사이 회동이 성사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거부권 행사 시한까지 열흘의 시간이 남은 만큼 구 회장과 최 회장이 극적인 타협을 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다는 관측도 힘을 얻는 분위기다.


성상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