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베트남이 왜그래?...삼성에 백신·방역비 떠넘겨

공유
2

베트남이 왜그래?...삼성에 백신·방역비 떠넘겨

코로나 지역감염 확산...공장 줄줄이 셧다운

6월 1일 오전 8시 삼성 직원들이 코로나 19 예방 접종을 위해 준비된 의자에 앉아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6월 1일 오전 8시 삼성 직원들이 코로나 19 예방 접종을 위해 준비된 의자에 앉아 있다.
베트남 정부가 지난달 시작된 코로나19 지역확산을 통제하지 못하면서 전자산업 공급망이 봉괴될 위험에 직면했다. 직격탄을 맞은 것은 베트남의 수출비중의 25%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이다.

상황이 심각해진 가운데 베트남 정부는 정부주도의 방역대책을 마련하기 보다 삼성·애플을 비롯한 FDI(외국인직접투자) 기업들에게 자체적인 백신조달과 방역비용을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베트남 정부, 지역감염 확산세 못 막아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영국과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중앙 정부는 지방 정부에 코로나19의 전파경로를 막고 산업단지를 보호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 보건관련 당국자들은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높은 전염성과 사망 위험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응웬 타잉 롱(Nguyen Thanh Long) 보건부 차관은 “인도 균주와 영국 균주 간의 새로운 교배 균주를 발견했다”며 “이 변종의 특성은 빠르게 확산되고 공기 중에도 퍼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확진자 수도 짧은 시간에 급증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변종은 지난 2020년 1월 23일 코로나19 첫 발병 이후 베트남에서 8번째로 발견된 균주다. 처음에는 중국 우한에서 비롯됐으며, 유럽과 아프리카 변종순으로 확산됐다.

현재 베트남을 휩쓸고 있는 4차 대유행에서 320명의 노동자가 양성판정을 받으면서 박장의 6개 산업단지 중 4개가 5월 18일부터 폐쇄되었다.

하노이를 비롯한 북부지역 공단이 몰려있는 박닌 성도 일부 산업단지를 폐쇄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취한다고 발표했다. 박닌성과 박장성에 위치한 삼성 공장, 캐논 공장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근로자가 발견됐다.

박장성과 박닌성 소재 산업단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 수는 각각 24만명과 33만명에 달한다. 여기에 위치한 2개의 삼성 공장은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삼성 스마트 폰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기업의 생산 공장이 장기간 폐쇄되면 예산 수입에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당국은 박장성 소재 산업단지가 5월 28일부터 운영에 복귀하도록 승인했다.

호치민 시 당국은 강력한 방역조치를 취했다. 호치민 시의 경우, 28만명의 근로자가 17개의 산업 단지에 속해 있는 약 1500개의 생산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다. 1500개의 제조업체 중 대부분이 외국 기업이며 인텔, 삼성, Nidec, Pouyen 등과 같은 다국적 기업들도 포함된다.

당국은 빈즈엉, 동나이, 롱안 등 남부지역에 산업 단지가 집중돼 있는 호치민 시 인근 지방에도 코로나19 대응방안을 서둘러 마련했다. 최소 20%이상 근로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테스트할 것을 공장에 요구했다.
이미지 확대보기


◇삼성 '직격탄' 대체인력 못구해...애플 협력업체 줄줄이 가동중지


가장 큰 피해는 삼성이다. 이달들어 삼성의 스마트폰 생산시설이 있는 박닌 성과 협력업체들이 들어가 있는 박장 성은 모든 공장들이 지역감염의 확산으로 사실상 '셧 다운' 상태다.

현지 언론들의 추적 데이터에 의하면 박닌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 수는 3만명으로 산업단지 내 노동자의 10%를 차지하며 이 중 1만6000명이 삼성 전자 베트남(SEV)과 삼성디스플레이의 직원이다.

박닌 성에는 약 1만명의 외국인 전문가가 거주하고 있다. 박닌의 주거 인프라가 박장보다 좋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박장으로 출근하고 퇴근하면 박닌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처럼 지역감염 확산세가 강한 박장지역에 출근하고 박닌으로 퇴근하는 현지 노동자 수도 4000명에 달한다.

특히 박장 성 노동자들이 근무가 어려워지면서 삼성전자 베트남과 삼성 디스플레이는 대체 생산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산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삼성은 박닌 성 인민위원회에 박장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는 지역의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이 지역 노동자들은 박장 성에서 코로나19 테스트를 받은 후 음성 결과가 나오면 삼성의 기숙사로 이동한다. 이후 기숙사에서 3일 격리하고 테스트를 거친 후 음성 판정을 받은 노동자들은 근무를 시작한다.

박닌 성 인민위원회 관계자는 “당장 삼성의 2개사에 근무할 약 1600명의 노동자가 필요하며 다음으로 박장 근로자 4500~4600명이 추가로 투입되면 생산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생산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면 박장 노동자 1만6000명 중 대체할수 있는 8000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애플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대 위탁생산 업체인 폭스콘과 럭스쉐어 공장 대부분은 박장에 있고 고어텍 공장은 박닌 성에 있다.

폭스콘은 자회사가 소유한 박장 성에있는 공장이 지방 정부의 요청(23일 기준)에 따라 일시적으로 폐쇄되고 이웃 박닌 성에 있는 공장은 여전히 운영중이다.
이미지 확대보기

◇백신확보도 아니고 비용만 달라(?)


베트남 정부가 4차 지역감염 대유행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자 FDI기업들은 자체적인 백신조달을 추진하는 모양새다.

베트남 미국 상공회의소와 EU(유럽) 상공회의소는 외국 기업들이 노동자를 위한 백신을 구입할 의향이 있으며, 자체 조달할 경우 외국인 전문가에 대한 격리기간을 1주일로 단축시켜줄 것을 베트남 정부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베트남 정부당국은 삼성을 비롯한 외국 기업들에게 당사 근로자를 위한 백신 확보를 주문했다.

외신과 인터뷰에서 박닌 성 산업단지 관리위원회 부이 황 마이(Bui Hoang Mai) 회장은 “정부가 기업들이 당사 직원을 위한 백신을 확보하는 데 나서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보건부는 박닌과 박장 성의 근로자에게 20만 회분의 백신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 백신 물량은 일주일 내에 투여될 예정이다.

박닌 성은 오는 3일까지 삼성 베트남에 근무하는 1만5000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시작했다,

하지만, 백신확보 과정에서 많은 잡음도 나오고 있다. 베트남 정부당국은 백신구입 의향을 밝힌 기업들에게 직접 구매가 아닌 기업이 베트남 정부에 비용을 주기를 윈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각 기업들에게 백신비용은 물론 방역에 필요한 검사비용 등도 모두 부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베트남 빅닌 성에 외국인 전문가로 근무중인 교민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방역실패의 책임을 기업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근무자를 절반 이하로 유지하라는 등 사실상 지키기 어려운 대책을 내놓는가 하면, 방역수준과 대책도 허술하다보니 각 기업들은 자체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응웬 티 홍 행 글로벌이코노믹 베트남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