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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 더블샷...사먹기 힘든 햄버거와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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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 더블샷...사먹기 힘든 햄버거와 커피

[고운 우리말, 쉬운 경제 4] 즉석음식·커피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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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에서 계산하세요.”

KFC, 롯데리아,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즉석음식)점과 커피판매점에 나이든 사람들이 가면 고생이다. 결제를 키오스크에서 한다. 입구에 서 있는 무인주문기를 말한다.
무인주문기(키오스크) 앞에 서니 글자도 가물가물하다. 돋보기도 안 가져왔는데... 포인트적립이나 할인을 받는 것은 포기다. 어찌어찌 주문했다.

“테이크아웃 인가요?” 점원이 묻는다. 많이 듣는 말이다. ‘포장해서 가져 갈건가요’라고 물어보면 되는데 ‘테이크아웃’이 대세가 됐다. 이러다 ‘포장 구매’를 밀어내고 표준어가 되겠다.

먹고 간다고 했다. 음식과 음료를 내주며 속사포처럼 다음 말이 이어진다.

“좌측에 트레이 가져가시고, 스트로우는 옆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 “음료는 리필은 추가요금이 있습니다.”

높은 톤의 빠른 말에 머릿속이 금세 비어진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왼쪽을 봤다. 물, 휴지, 쟁반, 빨대 등이 보인다. 아 쟁반과 빨대를 말하는 구나. ‘음료 보충’ 대신 ‘리필’은 알만하다. 음료 보충은 돈을 내야 한다고 하면 쉬울 텐데. 고쳐지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자리를 잡았다. 버거(고기 빵)를 한 입 씹어 넣기며 예전 아날로그 시절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이들이 북적이는 스타벅스보다 햄버거 집이 편해서 노인들이 몰린다는데 이곳도 만만치 않다. 키오스크가 보여주는 ‘디지털 격차(정보 격차)’도 따라잡기 힘겨운데 쏟아내는 외국어에 즉석음식점 이용도 어렵다.
자리를 뜨며 집에 있는 손자들 생각에 몇 개 사가려고 물어봤다.

“주문이 몰려서 웨이팅이 30분 될거에요.”

‘대기 시간’이라고 하면 될 것을 ‘웨이팅’이라고 한다. 이 말도 식당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무인주문기 없는 커피전문점에서도 음료 시켜먹기가 힘겹다. 각종 커피 종류에 전문용어가 따른다.

“샷 추가, 더블샷, 휘핑크림, 토핑, 드립커피...” 이밖에도 많다. 몰라서 못시켜 먹는다.

샷(shot)은 ‘에스프레소 한 잔’ 말한다. 참고로 에스프로소는 원두를 고온고압의 수증기로 추출한 커피를 말한다. 이 말은 딱히 바꿀 말이 없어 원어를 써야할 것 같다. 더블샷은 당연히 에스프레소 두 잔이다.

휘핑크림, 토핑을 또 뭔가. 휘핑크림은 저어서 거품으로 만들 수 있는 크림이다. 토핑은 커피위에 크림 등을 올리는 것이다. 두 용어 모두 한국어로 바꾸기 힘들어 보인다. 적당한 우리말로 바꿔야 할 것이고, 안 될 땐 원어를 바르게 써야한다.

이제 주문이 끝났다. 마지막으로 듣는 외국어가 있다.

“빌지 필요하세요?”

빌지? 아 계산서! 영어 ‘bill’과 종이를 뜻하는 ‘지’자를 합쳐 만든 콩글리시다.

버거(고기 빵) 한 개, 커피 한 잔 사먹기 참 힘들다.

감수 : 황인석 경기대 교수·문화관광특별위원장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