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의는 EU가 지난 14일(현지 시간)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법안을 발표함에 따라 우리 민관의 대응 태세를 점검하기 위해 마련된 화상회의였다. 기업 간담회에는 철강업체에서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KG동부제철이 참석했으며, 알루미늄업체에서는 노벨리스코리아가 참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의하면 2020년 기준 EU로 수출한 철강제품은 15억2300만 달러(1조7000억 원) 수준이며, 물량기준으로는 221만3680t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과 한국의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EU 탄소국경세도입으로 한국은 1t당 30유로의 배출권 비용을 전 분야에 적용할 경우 연간 10억6100만 달러(약 1조2200억 원)의 탄소국경세를 내야 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 수치는 1.9%의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수준이다.
전경련은 국내 탄소국경세 도입 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포스코(1위)와 현대제철(2위)의 탄소국경세 합계는 3조7000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그러나 EU 배출권은 t당 50달러 수준으로 상승하여 국내 철강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EU가 탄소국경조정제도를 WTO(세계무역기구) 규범에 합치하게 설계해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EU 측에 전달해 왔다. 탄소국경세가 일종의 무역장벽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우선 정부는 EU가 한국의 배출권거래제를 CBAM과 동등한 것으로 인정하도록 외교적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한국의 배출권거래제는 직접배출과 간접배출 모두를 포괄한다. 이산화탄소를 직접 배출하는 것 뿐 아니라 화석연료를 사용한 전기를 사용하는 것도 온실가스 배출로 보고 배출권을 사도록 한 제도다.
이러한 상황에서 간접배출을 인정하고 있는 한국의 배출권제도를 EU가 수용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형평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국내에서 EU의 기준에 입각한 탄소배출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철강제품을 EU로 수출할 경우 또다시 EU의 탄소배출 관세를 적용받아야 하는 것은 이중과세일 뿐만 아니라 무역장벽이 될 여지가 크다”면서 “EU 수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부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가 국제무역규범의 원칙을 해치지 않도록 미국, 인도, 러시아, 일본, 중국 등 관련국과의 국제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며 "국내에서 운영 중인 탄소저감제도(탄소배출권거래제 등)를 근거로 EU 탄소국경제도 적용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EU의 탄소국경세 도입과 관련해 관련된 국내 제도를 점검하고 민관 공동협의회를 열어 애로사항 등을 청취할 계획이다.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으로 피해를 보는 산업에 대해서는 세제와 금융지원, 탄소중립 기술 관련 R&D(연구개발) 지원책을 연내 마련키로 했다.
박진규 산업부 차관은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더라도 민관이 합심해 철저히 대응해 나가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며 " 세계적 추세인 탄소중립이 국내 산업에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업계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진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