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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계에도 번진 '버추얼 인플루언서' 열풍...성공 가능성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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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계에도 번진 '버추얼 인플루언서' 열풍...성공 가능성은 '미지수'

게임계는 물론 증권, 전자, 쇼핑 업체도 '버추얼' 열풍
비슷한 듯 다른 '버추얼 유튜버'에 비해 둔한 성장세
사업으로선 태동기 수준...게임 관련 리스크도 있어

넵튠 산하 온마인드 '수아'와 스마일게이트 '한유아'. 사진=각 사이미지 확대보기
넵튠 산하 온마인드 '수아'와 스마일게이트 '한유아'. 사진=각 사
게임사들이 연달아 '버추얼 인플루언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미 몇몇 '가상 인간'들이 인스타그램 활동을 시작한 가운데 전문 자회사를 설립한 업체도 나왔다.

넵튠은 지난해 11월 버추얼 인플루언서 '수아' 제작사 온마인드를 인수,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버추얼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시작했다. 이어 지난달 딥스튜디오, 펄스나인 등 버추얼 아이돌 회사에 지분 투자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자사 게임 '포커스 온 유' 여주인공 '한유아'가 버추얼 인플루언서로서 공식 활동을 시작했고, 넷마블은 가상현실(VR) 플랫폼과 버추얼 아이돌 사업을 진행할 자회사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으며, 엔씨소프트, 컴투스 등도 제각기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 등에 투자로 시장에 진출한다.

이러한 유행은 게임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난 7월 출범한 신한라이프는 버추얼 인플루언서 '오로지'를 광고 모델로 선택했고,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VR스튜디오'를 도입했다. 증권가 외에도 LG전자 '김래아', 롯데 홈쇼핑 '루시' 등이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붐이 일어났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흐름이 최근 '메타버스' 유행과 무관하지 않다"며 "게임사들 입장에선 '미래 기술' 메타버스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게임사들이 항상 노려왔던 '종합 엔터테인먼트'로 확대까지 일거양득을 노리는 매력 있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SNS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가상 캐릭터라는 점에서 '버추얼 유튜버'와 혼동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연기자가 음성, 모션을 맡는, 주로 애니메이션 풍의 2D 캐릭터인 '버추얼 유튜버'와 달리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AI 기반 음성, 딥페이크나 CG로 제작된 현실적인 3D 그래픽을 주로 내세운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버추얼 유튜버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키즈나 아이'가 있다면,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대표하는 이는 미국 '릴 미켈라(Lil Miquela)'다. 둘 모두 2016년 활동을 시작했으며 '키즈나 아이'는 유튜브, '릴 미켈라'는 인스타그램에서 300만 명 가량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영국 시장 조사업체 '온바이(OnBuy)'의 추산에 따르면, 릴 미켈라는 지난해 약 900만 달러(123억 5115만 원)를 벌어들였다. 이는 최대 일매출 1억 원을 기록하는 버추얼 유튜버들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수치다.
미국 버추얼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 사진=릴 미켈라 인스타그램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버추얼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 사진=릴 미켈라 인스타그램

그러나 성장세 면에서는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확실히 밀린다. 영국 SNS 전문 매체 'IMH(인플루언서 마케팅 허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인스타그램 팔로워 100만 명이 넘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4명 뿐이고 그나마도 2명은 미국 '바비 인형'과 브라질 유통 업체 '매거진 루이자' 광고 모델로 온전한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보기 어렵다.

반면 일본 버추얼 유튜버 전문 사이트 '유저 로컬'에 따르면 6일 기준 버추얼 유튜버 중 100만 유튜버는 26명에 이른다. 기준을 20만 팔로우로 낮추면 인플루언서는 13명으로 20만 유튜버 203명에 비해 6% 수준이다.

국내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100만 유튜버 '맥큐뭅' 외에도 '대월향', '아뽀키', '아오이 나비' 등 20만 이상을 보유한 버추얼 유튜버가 여럿 있는 것과 달리 국내 버추얼 인플루언서 중 가장 팔로워가 많은 것은 5만 명의 '오로지'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있어 '파워 인플루언서'를 논할 수 있는 숫자는 최소 10만 명으로 본다"며 "국내 버추얼 인플루언서 시장은 사실상 태동기나 다름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상, 기술적인 문제 등을 고려하면 지금으로선 뮤직비디오, 광고 등 짧은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이 한계"라며 "인간을 대체하는 것보단 '캐릭터 사업'으로서의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게임사에서 캐릭터 사업으로 '버추얼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해 '리그 오브 레전드'의 신규 챔피언 '세라핀'을 출시하기 2달 전 SNS 활동을 먼저 개시했고, 인스타그램에서 약 40만 명의 팔로우를 끌어냈다.

그러나 정작 게임 내에서 구현된 세라핀이 기존 챔피언 '소나'와 스킬 구성이 너무 똑같았고, 여기에 한국 등에서 중국을 편애한다는 논란까지 겹치며 악평에 시달린 끝에 버추얼 인플루언서로서의 활동마저 중단하게 됐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 관련 '캐릭터 사업'으로서 분명한 메리트가 있지만, 한편으론 게임과 캐릭터를 모두 관리해야한다는 리스크도 있다"며 "태동기 수준의 콘텐츠인만큼 향후 게임사들이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