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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페이스북 내부문건' 폭로 일파만파…창업 이래 최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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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페이스북 내부문건' 폭로 일파만파…창업 이래 최대 위기

페이스북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페이스북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 사진=로이터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로 위세를 떨쳐왔던 페이스북이 뒤흔들리고 있다.

페이스북이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에 수반하는 윤리적 책임은 도외시한 이익을 추구하는데만 급급했음을 드러내는 분량의 내부 문건, 즉 ‘페이스북 문건’이 내부고발자를 통해 일제히 폭로됐기 때문이다.

이를 폭로한 인물은 지난 5월까지 페이스북에서 근무한 프랜시스 하우겐(38). 마지막 보직은 프로덕트 매니저(제품 개발 담당자)였다.

이번 폭로는 특정 언론사를 통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 매우 이례적으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USA투데이, CNBC, AP통신을 비롯한 미국의 17개 주요 언론사가 협업해 동시에 공개하는 방식을 빌렸다는 점에서도 시선을 끌었다.

하우겐은 당초 이 내부 문건들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보했지만 언론을 통해 상세한 내용이 뒤늦게 공개됐다.

이번 폭로를 통해 페이스북이 윤리는 내팽개치고 이익만 좇아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30억명에 육박하는 전세계 페이스북 가입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문건에는 ‘공공의 적’이란 비난까지 나올 정도로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의 도덕성을 의심케 하는 내용과 비밀주의 경영 방식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커다란 논란이 일고 있다.

아울러 이번 폭로에 대한 여론의 향배에 따라 소셜미디어 업계에 지각변동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17개 미국 언론이 전격 공개한 페이스북 문건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주요 내용을 간추린다.

◇극우세력에 관대


이번에 폭로된 페이스북 내부 문건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그동안 공화당 소속의 극우성향 정치인들과 극우세력이 페이스북을 통해 일으키는 논란에 대해 무시하는 전략을 일상적으로 구사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극우세력의 눈밖에 나는 것이 두려워 미국 사회에서 문제가 되거나 논란이 될 수 있는 콘텐츠라도 페이스북이 일관성 있게 눈을 감아왔음을 뒷받침핮는 자료가 다수 확인됐기 때문.

지난해 12월 작성된 페이스북 내부 문건에 따르면 공화당원으로 부시 행정부에서 관료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조엘 카플란이 책임자로 있는 페이스북 공공정책팀은 지난 극우 논객들이 페이스북에 심각한 가짜뉴스를 올려 내부적으로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음에도 이를 묵살하고 아무런 불이익도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저커버그 CEO의 경우 낙태반대 단체가 허위사실을 담아 올린 동영상을 페이스북이 삭제 조치했으나 뒤늦게 개입해 공화당 정치인들이 문제 삼을 수 있다면서 문제의 동영상을 되살리도록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페이스북 계열의 메신저앱 왓츠앱에서 정확한 선거 정보를 제공하는 메뉴에 스페인어 서비스를 추가하려던 계획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저커버그는 히스패닉계를 위한 서비스를 추가하면 페이스북 민주당과 가까운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고 한다.

◇혐오주의 조장


페이스북은 대중의 분노를 유발하는 게시물을 비롯해 혐오주의를 조장할 우려가 있는 있는 콘텐츠를 관리하기는커녕 오히려 장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 콘텐츠가 많을수록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라는 것.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대목은 페이스북이 ‘화난 얼굴’ 이모지를 다는 페이스북 사용자에게는 5점의 상점을 부여하는 반면,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사람에게는 1점만 부여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모티콘’ 또는 ‘웃는 얼굴’이라고도 불리는 이모지는 게시물을 본 사람의 반응을 이미지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 상점을 많이 받은 게시물일수록 페이스북 뉴스피드 상단에 표시된다. 뉴스피드는 페이스북에서 나와 연결된 사람들이나 페이지들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여주는 페이지다.

지난 2019년 작성된 내부 문건에 등장하는 페이스북 소속 연구원은 “분노를 유발하는 게시물이나 가짜뉴스일수록 선풍적인 인기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가짜뉴스 방치


페이스북은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뒤 이듬해 1월 대선 결과에 불복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추종자들이 벌인 미 의사당 습격사건 전후로 페이스북을 통해 대량 유포된 폭력조장 게시물이나 가짜뉴스를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 문건에 따르면 대선 직후 페이스북이 대선 결과를 부정선거로 규정하는 가짜뉴스가 급증하고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봉기를 선동하는 게시물이 눈에 띄게 늘면서 단속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내부적으로 제기됐지만 페이스북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채 결국 이를 방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 게시물을 분석한 페이스북 소속 데이터 과학자에 따르면 당시 정치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올란 게시물의 10% 정도가 부정선거와 관련한 주장이었다.

그러나 당시 페이스북은 이같은 게시물은 개인적인 글에 불과하다면서 조직적인 움직임은 아닌 것으로 간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신매매도 외면


페이스북은 페이스북이 인신매매의 장으로 악용되고 있는 사실을 다른 기업이 알려줄 때까지도 모르는 무지함 또는 무심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내부 문건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지난 2019년 10월 애플로부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애플 앱스토어를 빼겠다는 통보를 받을 때까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인신매매 조직에 악용되고 있는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다.

애플의 통보를 받은 뒤 깜짝 놀란 페이스북 경영진은 24시간 가동되는 대응팀을 꾸려 인신매매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게시물 13만건을 삭제하는 뒷북성 조치를 취함으로써 앱스토어에 계속 남을 수 있었다.

인신매매 문제는 아직도 해소된 것이 아니어서 페이스북은 지금도 인신매매 관련 콘텐츠를 모니터링하는 노력을 하고는 있으나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너서클에 갇힌 저커버그


한편, 저커버그 CEO 역시 극소수의 임원으로 구성된 이너서클에 갇혀 의사결정을 내려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저커버그의 측근 인사들로 이뤄진 이너서클은 '스몰 팀(Small Team)', ‘M-팀(M-Team)’, ‘마크의 팀(Mark's Team) 등으로 불리는데 저커버그는 이들과 의견을 청취해 주요한 의사결정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 내부고발자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이너서클 구성원들과 주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그치고 이너서클은 저커버그와 소통하려는 사원들의 시도를 차단하는 역할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저커버그가 그동안 사원들과 소통을 외면한 채 소수 측근의 장막에 갇혀 페이스북을 경영해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로이터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