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오미크론의 향후 전염 추이에 따라 자산매입 축소 조치인 테이퍼링의 속도를 조절하고, 내년 중으로 예상되는 금리 인상 재개 시점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30일(현지시간) 상원 금융위 청문회에서 오미크론 쇼크에도 불구 애초 계획보다 테이퍼링의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파월 의장은 오미크론이 미국의 통화 정책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커져 대면 노동 의욕이 떨어지고, 공급망 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은 이날 “오미크론이 경제 성장을 억제하고, 위기감을 고조시키며 일부 산업 분야에 심대한 타격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오미크론의 유입과 확산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입국 제한과 부분 봉쇄에 나서고 있어 경제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블랙록이 강조했다.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는 사태가 올 수가 있다고 블랙록이 우려를 표시했다. 도이치뱅크가 글로벌 투자자 1,500여 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할 것이라는 응답자는 10%가량이고, 그 정도가 보통일 것이라는 응답자는 60%,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응답자는 30%가량이었다고 야후 파이낸스가 이날 보도했다.
문제는 오미크론 변이 등장 이전에 회복세로 돌아선 세계 경제가 그 모멘텀을 잃을지 여부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쇼크로 인해 올 4분기와 내년 초반에 경제 성장률이 다소 둔화할 수 있지만, 마이너스로 떨어지지는 않으리라고 전망한다고 WSJ이 전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오미크론 등장에 따라 내년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4.5%에서 4.2%로 0.3%포인트 낮췄다.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백신 접종 비율이 갈수록 올라가고 있고, 각국 정부도 ‘봉쇄’보다는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9일 오미크론 대응책을 설명하면서 경제 활동을 제한하기보다는 백신 접종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우려로 여행, 항공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각국 정부가 이 바이러스 유입을 막으려고 앞다퉈 외국인 입국을 제한함에 따라 전반적으로 소비 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백신 접종 이후 취업 현장에 복귀하려던 근로자들도 움츠러들었다. 이런 움직임으로 인해 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글로벌 공급난이 재연될 수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지난 10월에 5%에 달해 연준의 목표치 2%를 크게 상회했다. 오미크론의 여파로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지면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 그렇지만 소비 위축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통제될 수도 있다고 WSJ이 분석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