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인력 이직 이어져…2025년 출시 미지수
주가 영향 적지만 실패 우려…홈팟 부진 반복?
주가 영향 적지만 실패 우려…홈팟 부진 반복?

블룸버그는 최근 애플의 핵심 자율주행 인력들이 연쇄 이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 같은 이유로 당초 2025년 출시를 목표로 한 애플카의 계획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진단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애플 자율주행팀의 알렉스 클라라벗과 스티븐 스피테리가 최근 실리콘밸리 항공 스타트업 아처 애비에이션으로 이직했다. 두 사람은 각각 자율주행팀의 배터리 시스템 그룹 엔지니어링 매니저와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매니저로 활동했다.
앞서 자율주행차 개발을 이끌었던 마이클 슈베쿠치 이사도 같은 회사로 이직했다. 또 레이더 시스템 최고 엔지니어 중 한 명인 에릭 로저스는 에어택시 관련 스타트업인 조비 애비에이션으로 자리를 옮겼다.
애플이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애플이 2025년 출시를 목표로 완전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다고 관측해왔다. 하지만 최근 애플카 핵심 인력들이 연이어 이탈하면서 이 같은 목표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의 전기차 프로젝트인 ‘타이탄 프로젝트’ 설립자 중 한 명인 벤자민 라이언 센서팀장은 올해 초 로켓 스타트업 아스트라로 자리를 옮겼다. 또 자율주행그룹 책임자인 제이미 웨이도와 로봇 공학 팀장인 데이브 스콧도 회사를 떠났다.
현재 애플 인공지능(AI) 책임자 존 지안난드레아가 여전히 애플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고 최근 애플워치 책임자였던 케빈 린치가 애플카 개발을 관리·감독하고 있다.
애플카 위기가 최근에도 지속되고 있지만, 애플 주가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은 지난 10일 기준 시가총액이 2조9400억 달러(약 3500조원)를 기록했다. 이날 애플의 주가는 179.45달러로 전일 대비 2.8% 증가했다.
애플카의 경우 2025년 출시로 알려진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은 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패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애플이 그동안 내놓은 ‘실패작’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가장 최근 애플의 실패작으로 거론되는 제품은 AI스피커인 애플 홈팟이다. 2018년 글로벌 AI스피커 붐이 일면서 애플의 AI인 시리(Siri)를 탑재한 홈팟이 출시됐으나 경쟁작인 아마존 에코과 구글 홈에 점유율이 밀렸다. 이후 중국 바이두와 알리바바, 샤오미의 AI스피커가 급성장하면서 애플은 AI스피커 글로벌 점유율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홈팟은 당초 아마존, 구글과 함께 AI스피커 시장을 3분할 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고급 오디오 시스템을 탑재하고 경쟁 모델 대비 2배 이상 높게 가격을 책정해 점유율을 높이는데 실패했다.
이 때문에 애플은 지난해 99달러짜리 저가 모델인 홈팟 미니를 출시했지만, 점유율을 높이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애플은 최근 새로운 색상을 추가한 홈팟 미니를 출시했다.
이 밖에 애플은 1976년 창업 이후 매킨토시TV와 게임 콘솔 ‘핀핀’, 디지털 카메라 퀵테이크, 일반 휴대전화 등 당시로선 낯선 제품들을 출시한 바 있다. 이들 제품은 대부분 애플이 새롭게 시도한 제품들이지만 당시 시장의 외면을 받으며 빠르게 관련 사업에서 철수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들 실패작에 비하면 애플카는 아직 첫발을 내딛지도 않았으며 단순히 신제품이 아닌 미래 먹거리로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첫 시작 단계부터 완성차 생산을 목표로 관련 업계와 협상을 벌였으나 현대차와 폭스바겐, 닛산 등에 줄줄이 퇴짜를 맞은 뒤 자율주행 프로젝트로 전환을 꾀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어 자율주행 프로젝트에서도 핵심 임직원들이 이탈이 이어지면서 첫 발을 내딛기도 전에 삐걱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걸음도 떼지 않은 애플카가 시작부터 삐걱대는 행보를 보이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애플 브랜드 파워가 막강해 실패를 단정 짓긴 어렵지만, 홈팟의 저조한 점유율을 생각하면 성공을 보장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애플카가 뛰어드는 미래차 시장은 자동차 기업뿐 아니라 전 세계 IT, 전자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보고 뛰어드는 시장이다. 이런 점에서 사실상 후발주자로 뛰어드는 애플이 얼마나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지 주목되고 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