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반도체 없는' 러시아, 우크라 전쟁서 이길 수 없다

공유
3

'반도체 없는' 러시아, 우크라 전쟁서 이길 수 없다

반도체 직접 회로 설계 능력 있어도 생산 못하는 한계 봉착

러시아 전투기. 사진=픽사베이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 전투기. 사진=픽사베이
계획 경제의 세계에서 사는 푸틴은 현대적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선 광범위한 산업 기반과 공급망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러시아의 반도체 부족은 러시아가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로 꼽히고 있다.

러시아는 이제 수입하는 반도체 없이는 현대 정밀전에서 싸울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있다고 외신이 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정밀전 이전의 전쟁에서 국가들은 수적 우위를 추구했다. 수천 대의 폭격기가 편대를 이루며 수십만 개의 폭탄을 투하했다.

수적 우위의 전쟁에서는 정확성이 없었다. 세계 2차 세계 대전 중 미국 공군이 1000피트 내에서 투여한 폭탄의 8%만이 목표에 명중했다.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도 마찬가지였다. 다수의 군대는 수많은 전투기를 운용해 대량의 폭탄을 투하하는 방식의 전쟁을 했다.

정밀전의 시대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발칸 전쟁과 걸프 전쟁에서는 단 한 발로 정확히 목표를 맞추는 것이 가능해졌다. 바로 반도체의 부상 때문이다.

이제 현대 무기는 탑재된 반도체 칩으로 스스로 목표를 보고 목표로 유도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수년에 걸처 폭탄과 미사일은 유선 유도, 무선 유도, 적외선 유도, 레이저 유도, 위성 유도 등으로 다양하게 발전했다. 오늘날의 첨단 무기는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목표물도 추적하여 맞출 수 있다.

첨단 무기의 등장은 게임 체인저였다. '정확한 무기'는 기존의 무기보다 훨씬 효율적이었다. 또한 무기의 정확도가 높아질 수록 무기는 소형화되고 무게는 가벼워졌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쓰이는 대공미사일 스팅어와 재블린 미사일은 '사람이 휴대'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작고 가볍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미사일로 러시아의 전투기와 탱크를 파괴하는 등 많은 전공을 올렸다.

러시아는 전쟁 전에 수많은 첨단 무기로 유명했다. 스텔스 무인 항공기, 정밀 순항 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등의 시범 영상은 사이버 영화에서 나온 것 같았다. 전 세계는 러시아가 미국을 이은 2의 군사 대국이라고 칭했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일주일 안에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의 첨단 무기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수도를 함락하지 못한 채 물러갔다. 왜 그럴까?

반도체 황무지


러시아가 첨단 무기를 쓰지 못하는 이유는 반도체의 부족 때문이다. 첨단 무기를 만들고 쓰고 운용하는 데 모두 반도체가 들어간다.

WSTS(세계반도체무역통계)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0.1%만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러시아에서는 반대로 2018년부터 반도체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

러시아 드론을 분해해 보면 이러한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러시아의 드론에는 소니, 닌텐도 및 삼성의 소비자용 제품에서 가져온 반도체가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러시아의 핵무기와 극초음속 미사일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군용 전자제품은 계속 서구보다 뒤처지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글로벌 반도체 사슬에서 거의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그리고 아마 세계의 경제 제재로 인해 이러한 고립은 심화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는 한 러시아의 군대는 첨단 제품을 쓰지 못할 것이다.

러시아 대학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전자 엔지니어들을 배출한다. 그들은 군대에 필요한 반도체를 위한 집적 회로를 설계할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러한 반도체를 직접 만들 수는 없다.

러시아는 기존에 대만, 한국 등의 기타 국가에 필요한 반도체 칩 제조를 맡겼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출처에서 러시아로의 수출이 중단되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반도체 재고가 바닥나면 EU에서 러시아의 천연가스가 고갈된 것과 같이 수많은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의 '멍청한 무기'


러시아는 현재 최신식 무기를 쓰지 않고 구식 폭탄을 주로 사용하며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있다. 일부 외신보도에서는 이러한 러시아의 군사작전에 대해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공포를 주려는 전술'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구식 무기'를 사용하는 전술은 전술이 아니라 반도체가 부족한 러시아의 궁여지책일수도 있다.

물론 러시아가 반도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의 반도체 밀수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도쿄, 서울, 대만에서는 러시아가 쓸수 있는 기성 반도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라고 다 같은 반도체는 아니다. 러시아는 자국의 용도에 맞게 주문제작 된 최첨단 반도체가 필요하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최근 중국을 방문해 중국이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반도체를 생산 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그러나 중국의 반도체 생산 공장은 대만이나 한국의 공장처럼 최첨단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이 러시아가 필요한 반도체를 생산할 가능성은 낮다.

반도체는 러시아의 전쟁에서 가장 약한 고리다. 러시아의 자국 내 반도체 생산만으로는 현대의 정밀 전쟁을 지속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반도체가 없다면 러시아는 구세대 무기를 쓸 수 밖에 없다. 러시아에 사악한 군사 교리가 있어 민간인 사상자가 많이 나오는 구식 무기를 쓰는 게 아니다. 러시아의 산업으로서는 첨단 무기를 만들 때 사용되는 반도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한다.

푸틴이 공중 우세와 충분한 스마트 탄약을 가졌다면 러시아가 키이우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푸틴은 첨단 무기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키이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