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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위터, '계약 파기 수용 불가' 머스크와 소송전, 누가 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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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위터, '계약 파기 수용 불가' 머스크와 소송전, 누가 이길까

트위터, 델라웨어 법원에 소송 제기하면서 계약 파기는 무효이고 잘못된 것 주장

트위터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간 소송전의 막이 올랐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트위터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간 소송전의 막이 올랐다. 사진=로이터
트위터가 440억 달러(약 57조 원) 규모의 인수 계약을 파기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계약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12일(현지시간) 제기했다. 트위터는 델라웨어주 챈서리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머스크가 계약을 파기한 것은 ‘무효이고,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델라웨어주에는 미국 포춘 500대 기업의 60% 이상이 본부를 두고 있고, 이곳 법원은 기업 간 분쟁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위터 소송 대리 변호사들은 인수 계약이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트위터 측은 “트위터가 모든 계약상 법적 및 다른 권리를 가지고 있고, 여기에는 머스크 측이 인수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강제할 권리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트위터는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번 소송이 신속하게 마무리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델라웨어 챈서리 법원은 대체로 소송을 여러 달 또는 몇 년 동안 끌지 않고, 수개월 내에 판결하고 있다.

미국 언론은 이번 소송에서 트위터가 승소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도했다. 그렇지만, 소송 과정에서 양측이 재협상을 하거나 중재안에 합의할 수도 있다.

델라웨어 법원은 인수자가 계약 파기를 쉽게 하지 못하도록 높은 기준을 설정해 놓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소송 당사자들이 최소한 몇 개월이 걸리는 소송전을 계속하기보다는 인수 금액을 낮추거나, 매수자 측이 매도인 쪽에 충분한 금전적 보상을 하는 중재안을 수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법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머스크는 8일 인수 계약 조건의 중대한 위반을 사유로 들면서 인수 거래를 종료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트위터에 발송했다. 머스크는 가짜 계정 현황 제공과 관련한 계약상의 의무를 트위터가 준수하지 않았고, 직원 해고 등 영업 행위 변경 사항에 대한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트위터가 합의서에 거짓되고 오해를 살 수 있는 내용을 집어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양측간 핵심 쟁점은 트위터 가짜 계정 문제이다. 머스크는 5월 중순부터 트위터의 가짜 계정 현황을 문제 삼았다. 트위터는 전체 계정에서 차지하는 가짜 계정 비율이 5% 미만이라는 입장이다. 머스크는 트위터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며 입증 자료 제출을 요구한다. 트위터는 가짜 계정이 5% 미만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보낸 서한에서 가짜 계정 문제가 계약 파기의 ‘사정 변경’(MAE, material adverse effect)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인수·합병 관련 계약은 양측이 매매대금을 지급하고 주식이나 자산을 양도, 양수하는 종결 절차로 바로 이어질 수 없는 게 일반적이다. 기업결합신고와 같은 정부 인허가나 자금 조달 등 다른 절차가 필요하고, 계약 서명과 종결 사이의 기간에 충족돼야 하는 선행 조건이 있게 마련이다.
중대한 부정적 영향’(MAE)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선행 조건은 종결 전에 중대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하거래를 마무리 짓지 않고 무산시킬 수 있도록 거부권이다. 진술 및 보증의 정확성이 MAE의 단골 메뉴이다. 매도인의 진술 및 보증의 위반이 있으면 매수인거래를 종결하는 거부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머스크는 트위터가 가짜 계정 명세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매수인으로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사정 변경’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델라웨어 법원은 ‘사정 변경’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델라웨어 법원은 기업 인수 합병 이후에 회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중대한 장애가 있을 때만 ‘사정 변경’을 인정하고 있다. 트위터의 가짜 계정은 트위터의 향후 비즈니스를 근본적으로 위협할 정도의 사정 변경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델라웨어 법원이 판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법률 전문가들이 주장했다.

머스크가 인수자금 조달에 실패하거나 규제 당국이 인수를 막았을 때 위약금을 내야 한다. 그렇지만, 머스크가 스스로 계약 파기 선언했기에 위약금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고 로이터가 지적했다. 계약 조건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번 파기 선언으로 10억 달러(1조 3,000억 원) 위약금을 내야 한다.

머스크는 전날 트위터의 소송 제기 위협조롱하는 트윗을 올렸다. 머스크는 "그들(트위터 측)은 내가 트위터를 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그들은 봇(스팸 발송 자동 소프트웨어) 정보를 공개하려 하지 않았다", "이제 그들은 법정에서 내가 트위터를 사도록 강요하길 원한다.", "이제 그들은 법정에서 봇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포기를 발표한 8일 이후 처음으로 개장한 11일 뉴욕 증시에서 트위터 주가는 12%가 하락했다. 트위터 주식은 올해 들어 21%가 떨어졌고, 12일 현재 34.04달러선에서 거래됐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