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발암 포비아①] 캔햄·즉석밥 속 비밀...식물성vs동물성 논란 '점입가경'

공유
1

[발암 포비아①] 캔햄·즉석밥 속 비밀...식물성vs동물성 논란 '점입가경'

신세계푸드, 식물성 캔 햄 출시…동물성 캔 햄 성분 유해성 언급
식품업계, 소비자 혼란 부추기는 '네거티브 마케팅'에 피로감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데블스도어에서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이사와 모델들이 '베러미트 식물성 런천' 캔 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신세계푸드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데블스도어에서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이사와 모델들이 '베러미트 식물성 런천' 캔 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신세계푸드
신세계푸드가 '베러미트 식물성 런천' 캔 햄을 선보이며 대체육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는 가운데 동물성 캔 햄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불편한 내색을 비추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동물성 캔 햄에는 식품첨가물인 아질산나트륨이 들어가지만, 자사 신제품에는 해당 제품이 안 들어있다고 강조해서다. 식품업계는 가공식품의 성분을 비교하며 소비자들의 혼란을 일으키는 마케팅이 이제는 멈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이사는 지난 28일 대체육 전문 브랜드 베러미트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가공육은 제품 보존을 위해 할 수 없이 발암물질이라고 규정된 아질산나트륨을 첨가하게 된다"면서 "이런 제품을 아이들과 함께 먹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라고 말했다.
자사 식물성 캔 햄은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든 건강한 제품이라는 차별점을 내세우지만, 타사 업체들 사이에서는 기존 동물성 캔 햄에 위험한 물질이 들어간 것처럼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아질산나트륨은 동물성 단백질인 아민과 만나면 1급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이 된다는 이유로 지난 2015년 국제암연구소(IARC)가 2A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성분이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질산나트륨이 많이 사용되지 않는 한 위험성이 크지 않다며 해당 물질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식약처 사용기준에 따르면 아질산나트륨은 발색제와 보존제로 사용되며, 동물성 가공식품 기준 0.07g/kg을 넘지 않으면 식품첨가물로 사용할 수 있다. 실제 CJ제일제당, 롯데푸드, 동원F&B, 대상 등 식품업체에서 자사 런천미트 제품에 아질산나트륨을 첨가해 사용하고 있다.

동물성 캔 햄을 판매하는 업체 관계자는 "아질산나트륨은 동물성 캔 햄의 원료가 맞지만 식약처의 사용기준을 철저히 지키면서 사용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해당 물질이 들어있지 않으면 가공육이 상할 수 있어 제조시 필수인 첨가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세계푸드의 식물성 캔 햄은 원료가 식물성으로 애초에 아질산나트륨이 필요 없어 해당 물질이 안 들어간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식물성 제품이라면 식물성 캔 햄의 장점에 대한 어필이 있어야 한다"면서 "식약처가 안정성을 담보하고 있는 원료에 대해 위험성을 강조하는 마케팅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의 업체들이 소비자의 건강을 무시하고 제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림 즉석밥 '더 미식 밥' TV광고 장면. 사진=하림이미지 확대보기
하림 즉석밥 '더 미식 밥' TV광고 장면. 사진=하림

◆ 식품업계 "식품 성분 활용한 '네거티브 마케팅' 이제 멈출때"


식품업계에서는 업체들이 신제품 출시와 함께 기존 제품과 원료를 비교하며 네거티브 마케팅을 펼치는 것에 대한 피로감을 드러낸다.

앞서 하림은 지난 5월 즉석밥 '더 미식 밥'을 출시하면서 '첨가물이 없는 제품'이라는 차별점을 내세웠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더 미식 밥이 기존 즉석밥 제품에 들어가는 미강추출물과 산도조절제가 들어가지 않아 즉석밥 특유의 향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기존 즉석밥 제품들에 들어가면 안 되는 물질이 첨가된 것처럼 비쳐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실제로 쌀겨에서 나오는 성분인 미강추출물은 식품첨가물이 아닌 식품으로 분류되며, 산도조절제와 함께 식약처 사용기준 아래 활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남양유업은 지난 2010년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하면서 '프렌치카페 카페믹스'가 화학적 합성품인 카제인나트륨을 첨가하지 않았다고 선전했다. 이는 커피믹스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동서식품을 겨냥한 마케팅이었다. 그러나 한국식품안전연구원의 연구결과 유화제인 카제인나트륨은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가공식품은 첨가물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제품이 존재하기 어렵고 업체들은 식약처 기준 아래 원료들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가공식품의 후발주자들이 기존 제품의 성분을 언급하며 신제품을 내세우는 건 고루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식품 원료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하는 마케팅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hj043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