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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9000억 들인 한국지엠 창원공장…'인체공학' 설비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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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9000억 들인 한국지엠 창원공장…'인체공학' 설비 눈길

19일 GM 한국 출범 20주년 기념 공장투어 행사 진행


GM 창원공장 전경. 사진=한국지엠 이미지 확대보기
GM 창원공장 전경. 사진=한국지엠


드높은 하늘 아래 빛바랜 은색을 내며 자리 잡은 건물과 최근 단종 소식을 알린 쉐보레 경차 스파크가 뜨거운 햇살 아래 질서 정연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지난 19일 방문한 경남 창원에 있는 한국지엠 창원공장은 여느 다른 자동차 공장과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이같은 특징은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공장 방문은 처음인 기자는 지난 5월 갔었던 독일 폭스바겐 공장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첫 느낌은 광활하고 깔끔하다였다. 그리고 1991년에 지어진 탓에 세월의 흔적이 여럿 보였다. 그래서일까. GM은 창원공장을 새롭게 다듬었다. 투입된 금액만 무려 9000억원.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향후 신차 생산 등을 위한 선택이었다.

한국지엠은 이날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국 법인 출범 20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창원공장 내부를 언론에 최초로 공개했다. 공장 투어는 크게 차체공정과 조립공정 2가지로 진행됐다. 본격 투어에 앞서 한국지엠 관계자는 "신 도장공정은 2021년 3월 완공됐고 지난해 9월 중순부터 4개월간 세계적인 수준의 생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프레스·차체·조립공장에 대규모 신규 설비 공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GM 창원 차체공장 모습.사진=한국지엠이미지 확대보기
GM 창원 차체공장 모습.사진=한국지엠


먼저 방문한 차체공정은 이전 대비 향상된 생산 능력과 커진 크기 그리고 100% 자동화로 요약된다. 동행한 공장 관계자는 "기존의 차체공장은 220m의 공장 규모를 갖고 있었고 부속 공정인 페인트공장이 180m였다"면서 "신차 생산을 위해 현재는 400m로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확장하면서 과거에는 시간당 53대를 생산했지만 지금은 이보다 7대 늘어난 60대를 생산할 수 있고 연 28만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현재 공장 내에 설치된 로봇 수는 총 600여대로 내년 1분기 생산이 예정된 신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SUV)뿐 아니라 추후 다양한 종류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 중 높은 품질은 창원공장만이 내세우는 강점 중 하나였다. 정금재 기술지원 부장은 "저희 창원공장의 초기품질은 89.7%입니다. 저희가 테스트바디 품질에서는 75%를 목표로 하고 있고 테스트바디부터 이를 월등히 상회를 하고 있다"며 "양산 품질은 85%로 이 부분도 이미 초과 달성을 지금 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하며 품질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작업자 위치에 따라 높낮이가 조절되는 스크랩 컨베이어 모습. 사진=한국지엠이미지 확대보기
작업자 위치에 따라 높낮이가 조절되는 스크랩 컨베이어 모습. 사진=한국지엠


이어진 조립공정은 근로자의 편의성과 생산 효율성을 모두 잡은 것이 특징이었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스크랩 컨베이어였다. 한 공장 관계자는 "이 컨베이어는 근로자가 작업을 할 때 차이가 나는 높이를 자동으로 조절해준다"며 "작업자가 정해진 위치에 서면 어떤 곳은 약 50㎝ 올라가고 어떤 곳은 약 30㎝만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장비로 인해 근로자들은 도어 안쪽 작업을 안전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개를 드니 거대한 섀시 컨베이어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컨베이어는 공장 천장에 달린 다리가 차체를 올린 뒤 이동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에 대해 한 공장 관계자는 "무엇보다 이 기능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에는 없는 장비"라고 설명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다니는 회사에 대한 강한 자긍심이 얼굴에 드러난 순간이었다.

섀시 컨베이어를 지나 오른쪽을 도니 노란색 로봇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름은 윈드실드 글라스로 차체에 부착되는 유리를 자동으로 장착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공정 같은 경우는 GM에서도 최초로 도입됐고 전 세계적으로도 1~2개 공장에만 설치되어 있다. 즉 소위 말하는 '희귀아이템'이었다.

설치된 섀시 컨베이어 모습. 사진=한국지엠이미지 확대보기
설치된 섀시 컨베이어 모습. 사진=한국지엠


한국지엠 관계자는 "라인이 움직이는 상태에서 그 차량을 비전시스템이 그대로 따라가면서 로봇이 글라스를 가져오면 비전시스템이 위치를 읽어준다"며 "그 위치를 읽고 거기에 그대로 자동으로 장착하는 공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초대받지 못한 손님도 보였다. 불법 파견으로 인정받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공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정문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건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그들이 공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건 전날 한국지엠이 비정규직 노조가 공장 안에 들어오거나 10m 이내에 접근하는 행위, 100m 안에서 확성기를 쓰거나 렘펠 한국지엠 사장에게 접근하는 행위 등을 막아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고 김해공항으로 가는길에 현수막에 적힌 '해고자는 현장으로, 복직 약속 이행하라'는 글귀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창원=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