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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 가상자산 질서 잡으려면 "증권성 판단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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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 가상자산 질서 잡으려면 "증권성 판단이 우선"

“막연한 별도관리는 증권사가 코인시장도 먹겠다?"
지난해 12월8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내 모니터에 위믹스 시세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12월8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내 모니터에 위믹스 시세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달 중 금융당국이 ‘증권형 토큰(STO)’의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계획인 가운데 여기에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판단할 기준이 포함될지에 관련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상화폐 업체들과 코인 투자자들은 그동안 가상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부족해 ‘위믹스 사태’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보고 있다. 증권성이 있는 가상자산인지를 명확히 판별할 수 있다면 불량한(유사 수신행위 등) 가상자산들과 우량 가상자산들과 분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부터 증권형 토큰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금융감독원, 한국예탁결제원, 자본시장연구원, 한국거래소 등과 정부·유관기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왔다.

금융위는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증권형 토큰으로 판정된 가상자산의 경우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 아닌 전용시장에서만 거래되도록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현재 시중 유통 중인 코인 가운데 증권성 있는 코인을 찾아내는 기준으로 금융위가 지난 4월에 내놓은 ‘조각투자 등 신종 증권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디지털자산기본법(업권법) 제정 논의도 진행된다. 정부도 지난해 가상자산(암호화폐) 관련 규제 및 블록체인 산업 진흥 방안 논의를 위해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가상자산 업계의 핵심 관심사는 가상자산의 증권성 문제다. 위믹스 사태를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 즉 DAXA가 위믹스를 유의종목으로 지정하면서 내놓은 이유는 ‘거래소 보고 유통량과 실제 유통량의 차이’다. 닥사는 원화 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5대 가상자산 거래소가 가상자산 시장의 잘못된 점을 개선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설립한 단체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DAXA 회원사들은 위메이드가 투자자들에게 미흡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사실을 유의종목 지정 사유로 제시했다. 위메이드는 이에 반발해 지난달 14일 위믹스 상장폐지 가처분 사건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송경근)에 항고장을 냈다.

위메이드의 올해 1월2일 종가는 3만1150원이다. 지난 10월 27일 닥사가 위믹스를 투자유의종목으로 처음 지정한 다음날인 28일부터 위메이드 주가는 20% 이상 하락했다. 지난 11월24일 위믹스 상장폐지 다음날에는 하한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가상자산 전문가 중에는 위믹스가 증권성을 갖고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지난해 초 위메이드가 가상자산을 현금으로 바꿀 때 논란이 있었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1월 게임업체 선데이토즈를 인수하면서 위믹스를 팔아 인수대금을 만들었다. 이때 위메이드가 투자자들에게 위믹스 판매를 신속하게 알리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해 10월 26일 위메이드가 위믹스 유통량을 30% 이상 속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위메이드는 반발했다. .

가상자산 관련 인사들 중에는 위메이드가 위믹스를 판 것을 증권성 있는, 자본조달 행위로 보는 이들도 있다. 이것이 허가 받거나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게 자금을 끌어 모은 유사 수신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간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 기준이 분명하지 않았다. 가상자산 규제 및 관리와 연관된 법도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위가 증권형 토큰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한 가상자산 학회 회원은 "증권성 있는 가상자산과 없는 가상자산의 별도 거래는 맞는 방향"이라며 “증권성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실물자산 연계 코인은 다른 관리가 더 필요하다.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문제가 많이 생길 듯 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전반적으로 금융위의 움직임을 환영하면서 가상자산 진흥 노력과 불공정거래 및 불법행위 조사 등을 추가 주문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가상자산관리 방안을 만들 때 중요하게 담아야 할 것은 우선 용어 통일"이라며 "현 정부는 디지털자산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디지털자산기본법이라고 하면서 내용을 설명할 때는 가상자산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박 센터장은 이어 "디지털자산은 전술적 차원이 아닌 국가 전략적 차원으로 고민해야 한다”며 “관리 안에는 규제책 뿐 아니라 진흥책도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증권형 토큰의 정확한 정의가 있나"라고 반문하며 "기업이 코인 사업을 위해 발행한다면 모두 증권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메인넷을 보유한 극히 일부 코인을 제외하면 모두 증권형"이라며 "막연하게 증권형 토큰을 따로 관리하겠다는 말은 기존 증권시장 주체들이 가상자산 시장도 가져가겠다는 이야기로만 들린다”고 덧붙였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가상자산 시장을 관리하기 위해 새 규제를 만들기보다는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소비자보호법을 이용해 2012년부터 일어난 불공정거래나 불법행위를 우선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곽호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uckykhs@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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