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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대 민원 사안에 '내소관 아니다'며 뺑뺑이만 돌리는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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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대 민원 사안에 '내소관 아니다'며 뺑뺑이만 돌리는 금감원

강기성 금융부 기자
강기성 금융부 기자
금융감독원은 고객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것이 임무이자, 기관으로서 존재하는 이유다.

2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신한은행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의 업무협약식에 참석해 보이스피싱 피해 구제와 예방 사업을 논의하며 "금융기관이 고객 자산을 지키는 게 존재 이유다"라는 진옥동 지주회장의 언급에 공감을 표했다. 스마트폰 하나면 금융기관이 고객이 동의한 정보를 토대로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인데 그 어느 때보다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면밀한 통제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
이같이 말로는 개인정보관리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이지만, 정작 보험사 지점 현장에서 벌어진 개인정보관리 문제에 대해선 뒷짐을 지고 있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AIG손해보험 전속 영업조직인 AIG 어드바이저 대구지역 GA 퇴직 설계사들은 최근에도 관리자의 ‘갑질’을 규탄하는 내용의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대리점주가 계약을 유지·관리하는 데 있어서 협박과 함께 ‘수수료’를 당근으로 제시하며 회유를 자행하고 있다. 특히 전임 설계사가 관리하던 수천 건의 고객 개인정보들을 후임 설계사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팩스나 카카오톡, 이메일 등으로 고객 데이터가 무작위로 유출됐다고 한다.
정작 이 같은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의 몫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GA는 대응하지 않고 원보험사인 AIG손보마저 사태 해결에 나서기는커녕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퇴직 설계사들이 대구 경북에 소재한 금융감독원 지사에 민원을 넣고 6개월간 시위를 펼치며 당국의 반응을 요구하고 있지만, 감독당국 역시 생콩하다. 설계사들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로 인식하고 있을 정도다.

본 기자는 이들이 제기한 정보가 끝난 계약 내용이라서 반응이 없는 건지, ‘개인정보 유출’이라며 정기적으로 회사 건물 앞에서 외치는 설계사들 목소리에 '감독기관이 전혀 반응을 하지 않는 이유'가 사뭇 궁금해졌다.

모든 문제의 발단은 AIG어드바이저 설계사들이 AIG 측에 합당한 조치를 요구했음에도 모르쇠로 일관한 데 대해 분개해 지난해 10월 대구경북 지역에 소재한 금감원지사에 민원을 넣으면서 시작됐다. 금융감독원 대구경북지원은 담당 민원 전문역을 통해 ‘약 1개월 소요예정’, '금융회사와 민원인이 자율적으로 민원을 해결하도록 권고하는 자율조정대상으로 분류해 자율조정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 금융감독원에서 직접 처리하고 그 결과를 회신해 드리겠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하지만 11월 들어 담당 민원 조사역이 바뀌고, 재차 ‘1개월 소요’ 안내가 돌아왔다. 3개월 이후인 올해 2월 발송된 문자에는 수석 조사역 이름이 재차 바뀌고, '처리 중', '1개월이란 시간이 소요된다'는 내용의 문자만 날아왔다.

AIG노조 측은 참았던 분노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노조 관계자는 “민원을 통한 반응은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게 되면서 이제는 6개월 전부터 대구 금감원 앞에서 정기적인 시위를 벌이게 됐다”며 “결국 금감원이 한 조치는 AIG 어드바이저 관리자와 건네주고 받은 서면 답변서일 뿐, 서면으로서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제보를 받은 본 기자도 직접 나서 보았다. 기자가 직접 금융감독원에 통화를 시도하자, 금융감독원 민원 담당자를 시작으로 각 부서 담당자들은 마치 '수건 돌리기'식으로 응대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 대구경북지원 민원 담당자는 “신용정보와 관련해선 금융감독원이 관련은 있지만, 개인정보는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해당 사안의 경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소관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다만, 피해를 봤다고 계약 당사자가 민원을 제기하면 다시 한번 사실 조회는 하겠다"고 말했다. 계약자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한, 이건 개인정보보호법을 다루는 개인정보보호위원 소관이라는 것.

이어 그는 “최우선적으로 고소가 됐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판단을 기다리는 게 순서라 금감원 자체에서 나서서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회피했다.

이에 본 기자는 행정안전부 소속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연락해봤다. 위원회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법은 일반법으로 금융 쪽이면 신용정보법이 특별법으로 우선 적용된다"며 "금융감독원이 아니면 금융위원회 쪽으로 알아보라"며 다시 바통을 넘겼다.

본 기자는 금융위원회와 통화를 시도해 보험 관계자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는 판단하는 기관이다. 조사를 나가야 하는 건 금감원 측이다"라며 "대리점은 금융회사보다 준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관리 감독이 약한 면이 있다. 금감원도 경찰과 다르기 때문에 강제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어려운 측면이 있을 것이다. 경찰 같은 조직에서 수사가 이뤄지면 사실 판단을 하기가 더 용이하기 때문에 기다린다는 말이 나온 게 아닐까 생각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기자는 여의도 금감원 본원 보험감독국 측에 연락을 취해 보았다. 담당자는 "관련 내용이 사실이라면 금융감독원 소관인 게 맞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서울 본원에 전달된 내용은 없으니 자세한 내용 확인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알아보라”고 다시 대구경북지원에 바통을 넘겼다.

결국 기자는 다시 금감원 대구경북지원 담당자 번호부터 찾아야 했다.

당시 어떤 내용으로 민원이 제기됐는지 관련 자료는 노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대리점주가 유지관리업무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설계사들에게 넘겨진 자료에는 고객들의 주민번호, 이름 등 단순한 개인정보는 물론 보험료, 납입일, 미납 여부, 심지어 민원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르면 신용정보란 신용정보주체의 거래내용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로, 이 중 '다' 항목에서는 "보험업법에 따라 보험상품의 종류, 기간, 보험료 등의 보험계약에 관한 정보 및 보험금의 청구 및 지급에 관한 정보"라고 명시돼 있다.

민원을 넣었던 내용이 개인정보라고 확언했던 대구지역 금감원 담당자와 다시 통화를 했다. "개인정보가 맞냐? 다시 확인해 달라"는 기자의 요구에 그는 이번에는 이전 담당자 핑계를 댔다.

그는 “전임자들이 두 번씩이나 민원으로 처리했는데 이번이 자신이 세 번째로 다룬다는 것. 이전 담당자가 확인을 해 신용정보에 해당이 안 된다는 얘기가 있었고, 그렇게 답변이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또 우리 지역본부가 업무를 참고하라고 금감원 본원에 참고 민원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뭔가 말을 흐리는 듯한 불분명한 답변만 해댔다. 기자가 마침 본원에 연락했던 부서가 보험영업 검사실이었기 때문에 또다시 통화를 할 필요는 없었다.

이어 그는 “우리 부서는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 간 분쟁이 있을 때 중재하는 부서다. 고객이 직집 민원을 제기하면 검토할 요량이 있다. 하지만 본인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제보성이라고 하더라도 진행할 근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민원이란 게 개인정보라 우리는 자세한 진행 상황과 내용을 더 이상 말할 수 없다”며 “그쪽(설계사)과 연락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고 이번엔 다시 제보한 설계사 쪽으로 바통을 넘겼다.

수사기관이 진행 중이란 내용도 있어 "그렇다면, 금감원은 수사가 진행 중이면 판단이 나올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는 것이 순서인가?"라며 기자가 반문하자 그는 말끝을 흐리고 똑 떨어지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취재 과정에서 금감원 담당자들과의 통화 속에서 '보이지 않는 선' 같은 것만 느껴졌다. 내용이나 기관의 권한들을 설명해주기보다 마치 본 기자를 민원을 제기한 당사자 '편'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더 이상 들을 수 있는 답변도 없었고 물어도 같은 대답만 되풀이됐다.

AIG 대구지역 GA 퇴직 설계사들의 시위가 시끄럽게 이어져 금감원 직원들이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인 것은 사실이다. 이 같은 장면을 목격하고 이들 직원들도 눈살을 찌푸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모든 문제의 시작은 '한 개인의 일탈'에서 시작됐다. 그 한 사람 때문에 관련도 없는 다수의 사람들이 계속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통화는 계속 도돌이표를 그렸다. 담당자가 말을 바꿔도 될 만큼, 사실 별 사안이 과연 아니었기 때문일까?. 물론, 민원에 대한 가치 판단은 민원 신청을 받는 정부기관 담당자의 몫이다. 그래도 내심 '굳이 금감원이 나설 사안은 아니다'며 책임 있는 담당자의 답변을 기대한 본 기자만 헛짓을 한 꼴이 되고 말았다.

분명히 문제는 떠다녔고, 누구도 실제로 담당하지 않고 있었다. 기관 담당자들이 대화 중 강조하고 있는 맥락은 뚜렷했다. "내 업무는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책임을 지려는 마음 자세가 안 되었던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기관 담당자들과 통화했지만 결국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 다시 연락해도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같은 말만 반복될 것 같다.


강기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ome2kk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