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52)와 마크 저커버그(39)는 앙숙이다. 그들은 어디서든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그곳이 옥타곤(UFC 공식 경기장)이든 가상공간이든 가리지 않는다.
실제로 두 사람은 옥타곤에서 주짓수(브라질 무술)로 한 판 붙자고 서로를 별렀다. UFC 회장이 나서 숟가락을 얹었고, 언론은 ‘세기의 대결’이라며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해댔다.
두 사람의 입심 대결은 머스크의 트위터에 대항하는 저커버그의 스레드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급기야 상대를 약골로 부르며 인신공격으로까지 번졌다.
스레드는 출시 첫날인 6일(이하 현지 시간) 가입자 수 3000만 명을 돌파했다. 7일 7000만 명을 넘어선데 이어 5일 만인 10일 1억 명 가뿐히 돌파했다. 이런 사실만으로도 머스크는 배가 아플 판인데 이런, 트위터 가입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트래픽 통계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지난 6일과 7일 사이 트위터의 트래픽은 전주 대비 5% 줄어들었다.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11% 감소한 수치다. 머스크의 심기가 좋을 리 없다.
머스크는 지난 해 10월 440억 달러(약 57조 4600억 원)에 트위터를 인수했다. 이후 비용 절감을 이유로 약 8000명의 직원들을 해고했다. 그들 가운데 알짜는 저크버그의 품에 안겨 스레드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런 사정에 민감한 사람들은 광고주들이다. 하나 둘 트위터를 떠나가 올해 광고 수입이 지난해보다 2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지난 5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이후 회사 가치가 3분의 2나 추락했다고 추정했다.
적진의 혼란은 저커버그에겐 기회였다. 그는 머스크보다 한 발 앞서 슬럼프를 경험했다. 2년 전 메타의 전신인 페이스북은 허위 정보와 욕설로 얼룩졌다. 저크버그는 예측할 수 없고 수익성 낮은 사업으로 투자자들을 화나게 했다. 당시만 해도 실리콘 밸리에서 저커버그보다 더 우울한 사람은 없었다.
라이벌 기술을 모방한 메타
머스크의 인기는 여전히 미국 내에서 저커버그보다 더 많아 보인다. 그러나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악재가 쏟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저커버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크버그의 메타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아 나섰다. 그러던 중 라이벌 머스크가 인수 한 후 침체를 보이고 있는 트위터가 눈에 들어 왔다. 라이벌의 기술을 모방하는 것은 메타의 전문 분야다.
동영상 및 사진 공유 앱 스냅챗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라지는 스토리가 인기를 끌자 저커버그는 재빨리 그의 인스타그램에 이 기능을 추가했다.
틱톡의 짧은 영상이 지난해 메타를 위협했을 때 그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릴스'를 도입했다. 저커버그는 이후 인스타그램 이용 시간이 거의 25%나 늘었다고 밝혔다.

스레드는 출발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인스타그램 사용자는 자신의 계정 정보로 로그인하여 스레드를 사용할 수 있다. 리서치 컨설팅 회사인 데이터 리포털(Data Reportal)에 따르면 트위터 사용자의 87%가 인스타그램도 사용한다. 상대적으로 트위터의 계정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저크버그와 머스크의 방식은 여러모로 다르다. 트위터의 사업 규모는 메타에 비할 바 아니다. 사용자 수는 세계 최대의 소셜 네트워킹 네트워크인 페이스북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2021년 메타의 매출은 1160억 달러인데 반해 트위터는 51억 달러에 그쳤다.
메타는 최근까지 뉴스 콘텐츠 게재에 소극적이었다. 뉴스가 정치적 논란의 원천이며 사용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반면 트위터는 뉴스가 서비스의 중심 가운데 하나이다.
영리한 저크버그
트위터는 광고로 많은 돈을 벌어본 적이 없다. 데이터 리포털의 사이먼 켐프에 따르면, 트위터에서 게시물을 보는 사람들의 절반에서 3분의 2가 로그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메타는 다른 사내 앱을 통해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며 사용자가 스레드에 등록하는 즉시 타겟 광고에 트리거될 수 있도록 했다. 트위터는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브랜딩 광고’에 중점을 둔다.
반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주로 잠재 고객으로부터 직접적인 반응을 얻는 '직접 반응 광고'를 선택하고 있다.
저크버그는 영리했다. 상대의 장점을 빌려오면서 교묘하게 자신의 장점과 결합시켰다. 스레드는 한 게시물 당 500자까지 지원되며 최대 5분짜리 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계정과 연동시켜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로그인을 가능하게 했다.
월간 활성 이용자수 약 3억 명에 이르는 트위터와 가장 큰 차이는 탈중앙화 다. 중앙 서버가 없어 메타가 이용자의 콘텐츠를 소유하지 않고, 게시글 추천 알고리즘 자체를 이용자가 결정할 수 있게 했다.
스레드는 유럽연합(EU) 출시를 미뤄 놓은 상태다. 출시가 결정되면 가입자 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승승장구하던 머스크는 트위터의 덫에 걸려 고전하고 있다. 추락하던 저크버그는 트위터를 모방한 스레드로 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머스크는 지적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저크버그를 고소할 작정이다. 옥타곤이든, 법정이든 한 판 붙어야 직성이 풀릴 모양이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