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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우크라이나 침공 1년 반 ‘푸틴의 전략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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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우크라이나 침공 1년 반 ‘푸틴의 전략 부재’

우크라이나 전쟁은 푸틴의 전략 부재와 대선 야욕으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자료이미지 확대보기
우크라이나 전쟁은 푸틴의 전략 부재와 대선 야욕으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자료
이틀 후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1년 반이 된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24일(한국 시간)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했다.

지난 1년 반 동안 수렁에 빠진 것은 러시아 탱크뿐만이 아니다.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물론 전 세계가 전쟁의 여파인 인플레이션 등으로 함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사흘이면 끝날 것이라는 당초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장담과 달리 전쟁은 이미 장기전으로 접어들었다. 늘어나는 건 사상자 수와 고통을 호소하는 비명 소리뿐이다.

세계 2위 군사대국 러시아는 체면을 구겼고, 우크라이나의 상흔은 깊어져 가고 있다. 대반격을 예고한 우크라이나의 진공은 강력한 저항에 시달리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은 “공세를 뒤집기는 매우 어렵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잘되지 않고 있다”고 실토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진격을 늦추기 위해 다량의 지뢰와 참호로 스스로를 방어하고 있다.

◇ 올해 안 휴전은 절망적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해온 미국과 유럽은 독일제 레오파르트2 전차와 패트리엇 지대공미사일 시스템을 제공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는 개전 초부터 우크라이나가 간절히 원해온 F-16 전투기를 보내 주기로 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크라이나군은 무기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승리는 점점 더 늦어지고 있다. 미국, 유럽이 바라는 휴전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러시아 측은 평화회담에 미온적이다. 성과 없이 전쟁을 끝내면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는 푸틴에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푸틴이 다시 권좌에 도전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푸틴은 선거운동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의 결과를 국민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으로 러시아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 침공 이후 1년 반 동안 "우크라이나는 점령된 영토의 약 50%를 탈환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휴전에 동의하면 푸틴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꼴이 된다. 스트롱맨 이미지를 과시해온 푸틴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그런 선택을 할 리가 없다. 결국 전쟁은 무의미하게 지속될 것이다.

서방의 다수 언론에 따르면 푸틴은 현재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대한 명확한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 침공 초기 가졌던 우크라이나에 친(親)러시아 정부를 수립하는 것은 물 건너갔다.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은 지뢰와 참호로 버티고 있는 러시아의 수비로 인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자료이미지 확대보기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은 지뢰와 참호로 버티고 있는 러시아의 수비로 인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자료


친러시아 주민이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두 지방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서방의 무기 제공은 점점 더 첨단화되고 있다. 덩달아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능력은 향상됐다.

푸틴 행정부는 미국과 유럽이 지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그 전에 러시아 국민들이 그에게 등을 돌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 높아진 러시아의 징집 연령


러시아 국민들의 대다수는 여전히 푸틴 대통령이 시작한 우크라이나의 ‘특별 군사작전’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7월 말 실시된 민간 여론조사회사인 레바다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국민의 전쟁 지지도는 75%에 달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치분석가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의 말처럼 “대중의 지지는 그들을 즉시 참호로 보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내가 전선에 투입될 상황에 놓이면 분위기는 달라진다.

레바다센터에 따르면 18~24세 젊은이 67%가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회담을 희망하고 있다. 전쟁에 직접 동원될 수 있는 연령대다.

푸틴 대통령은 8월 초 징집 연령의 상한을 27세에서 30세로 올리고, 소집 영장을 받은 사람들의 출국을 금지하는 법률에 서명했다. 콜레스니코프는 "특별 군사작전은 곧 끝나지 않을 것이며 군인들은 계속 죽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에서는 8월 초 러시아를 제외한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을 위한 국제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는 미국, 유럽의 고위 관리들과 중국, 인도 및 기타 국가의 정부 관리들이 참석했다.

이에 앞서 7월 말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담이 열렸다. 참석한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며 러시아의 평화 노력을 촉구했다. 러시아에 대한 휴전 압력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협상을 거부한 적이 없으며 항상 대화를 계속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 전쟁을 멈춰야 할 이유

러시아에서는 지난 6월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그룹에 의한 반란이 있었다. 그들은 한때 수도 모스크바의 인근까지 진격했다.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등의 설득이 대규모 유혈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를 통해 푸틴 행정부의 약점과 통제력 부족이 드러났다. 러시아 내부에 정통한 정치분석가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많은 사람들이 푸틴이 어려운 시기에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지도자인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문제가 러시아를 흔들고 있다.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자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드론 공격이 잇달아 펼쳐지고 있다.

러시아 국민들은 전쟁 장기화로 루블의 가치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직면해 있다. 푸틴은 정권의 동요를 막기 위해 더 강한 조치를 취할지도 모른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전쟁으로 인한 사상자는 이미 50만 명을 넘어섰다. 한 개인의 그릇된 야욕으로 인해 50만 명이 희생됐다. 전쟁을 멈춰야 할 이유로 이보다 더 분명한 것은 없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