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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정부 뒤흔들었던 일론 머스크가 잘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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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정부 뒤흔들었던 일론 머스크가 잘 안 보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로이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정치 무대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춰 그 배경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1월 백악관에 재입성한 이래 백악관과 의회, 심지어 공군 1호기까지 동행했던 머스크의 모습은 이제 백악관 공식 브리핑이나 여당 정치인들의 입에서도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어서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머스크는 여전히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공화당 내에서 그의 존재감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과 3월만 해도 트루스소셜에서 머스크를 주 4회 꼴로 언급했지만 4월 이후에는 단 한 차례도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트럼프 캠프의 모금 이메일에서도 머스크 관련 내용은 3월 초를 기점으로 거의 사라졌다. 이달 들어서는 단 한 차례 머스크가 착용한 모자를 강조한 이메일에서만 등장했을 뿐이다.
백악관도 머스크를 의식적으로 멀리하는 분위기다. 공식 계정과 참모들의 메시지에서 머스크 관련 언급이 거의 사라졌는데 이는 지난 2월 백악관에서 머스크와 그의 아들 X Æ A-Xii가 함께 한 모습이 연일 화제가 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공화당 의원들도 머스크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일이 줄었다. 존 케네디 상원의원(루이지애나)은 “그가 그립다”고 말했지만 다른 의원들은 대체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일부 공화당 전략가들은 “머스크가 정치적으로 독이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같은 변화에는 여론 악화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진보 성향의 내비게이터 리서치와 데이터 포 프로그레스가 각각 발표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머스크보다 트럼프를 더 호감 있게 보고 있으며 머스크가 주도한 정부효율부의 정부 지출 삭감 정책도 머스크의 이름이 언급될 때 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지난달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에서 머스크가 보수 진영 후보를 지원하며 현지에 직접 방문까지 했지만 진보 진영 후보 수전 크로포드 판사가 10%포인트 차이로 승리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당시 선거 광고에서 “머스크가 법원을 사려 한다”고 비판하며 집중 공략했다.

일부 공화당 인사들은 여전히 머스크를 옹호하고 있다. 짐 저스티스 상원의원(웨스트버지니아)은 “머스크는 애국자이며 시간을 쪼개 선한 일을 하려 한다”고 평가하면서도 “우리가 너무 선을 넘었다. 지금은 조정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정부효율부에서 점차 손을 떼는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영향력은 여전하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투자 포럼에 참석했으며 정부효율부의 예산 삭감 작업도 그가 구성한 인사들을 통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머스크의 이름을 여전히 공격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원 민주당 슈퍼팩인 ‘하우스메이저리티팩’ 측은 “문제는 머스크 개인이 아니라 ‘머스크주의’”라며 “머스크와 트럼프가 초래한 피해가 내년 중간선거까지 계속 쟁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근 민주당의 TV광고에서는 머스크가 단독으로 부각되기보다는 트럼프와 함께 언급되거나 화면에 잠깐 등장하는 식으로 톤이 조정되고 있다. 6월 10일로 예정된 뉴저지 주지사 예비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 6명 중 4명이 머스크를 광고에서 거론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다른 이슈와 함께 다루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